사운드카드 분야에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사운드블라스터 시리즈는 '업계 표준'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러나 '신토불이'를 외치며 국내 사운드카드 시장을 지켜온 국산 사운드카드의 대명사 옥소리의 명성도 그 못지 않다.
옥소리 WS32 메프
누구도 후회하지 않을 미디 음악 선사
286 PC를 사용하던 수년 전 어느 날, 몇달간 돈을 모아온 필자는 386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푼 가슴으로 보드와 램, CPU를 구입하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에 갔다. 요즘도 그렇지만 가끔 컴퓨터 매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신기한 장치를 많이보게 된다. 그날도 우연히 어떤 매장의 오디오처럼 생긴 장치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뭐냐고 물으니 바로 '미디'(MIDI)장비라고 하는 것이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해 사운드카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애드립카드의 등장 무렵부터 컴퓨터 음악을 즐겨왔던 터라 너무라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려 업그레이드할 돈으로 덜컥 미디장비를 구입하고 말았다. 거금 50만원을 주고 말이다. 집에 돌아오며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지만, 집에 와서 들어본 미디장비의 데모음악은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최고급 신시사이저
요즘 나오는 32폴리사운드카드는 필자가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포기할 당시에 듣던 그 아름다운 미디음악을 들려주고 있다.(가격고 10만원대로 무척 저렴하다).32폴리카드는 FM(발진기)의 애드립카드와 그 이후에 음성이 나오는 8비트카드, 음성 비율을 올린 16비트카드(사실 16비트카드도 음원은 FM이라 나오는 소리는 별 차이 없음)에 미디장비를 합쳐 놓은, '통합 음악 카드' 라고 볼 수 있다.얼마 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16비트 음성 기능을 가진 사운드카드를 사용했으나 요즘은 미디기능이 들어간 32폴리 사운드카드가 유행이다. 필자 역시 이 유행의 대열에 참가했다.
현재 나와 있는 32폴리사운드카드는 종류도 다양하고, 또 기능도 서로 다르다. 물론 사용 용도도 약간씩은 차이가 나기 마련.많은 32폴리사운드카드 가운데 굳이 옥소리 메프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사운드캔버스(Sound Canvas)와의 호환성이다.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고 구입한 악기는 롤랜드사의 사운드캔버스라는 기종이었다. 사운드캔버스는 미디 음악계를 통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품으로, 방송 음악이나 음반 작업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요즘엔 좀 더 비싼 장비를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이 장비로 많은 음악을 만들었다.
사운드캔버스의 소리에 가장 근접하게 표현하는 악기가 바로 메프다. 메프는 드럼이 7종류나 되고 총3백26가지의 악기(겹치는 것을 제외하면 약1백90개 정도)와 효과음이 지원된다. 다른 32폴리사운드카드는 대부분 드럼이 1종류이고 음이 약하거나 단순하며 사운드캔버스와의 호환성도 상당 부분 무시되고 있어서 PC통신상에 널려 있는 데이터를 원작자 의도대로 감상하는데 무리가 있다.
신시사이저 개념의 음조절이 가능한 것도 큰 매력이다.대부분의 32폴리사운드카드는 피아노면 피아노, 첼로면 첼로식으로 소리를 녹음해서 그대로 출력하는 것에 불과하다.하지만 메프틑 전문 신시사이저처럼 음을 조절할 수 있어 같은 피아노 음도 수백 가지 소리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미디악기는 거의 대부분이 실제 악기 소리를 녹음해 이를 데이터화해서 사용한다. 32폴리사운드카드는 대부분 이 데이터를 1MB롬에 담아서 사용하는데, 한 악기당 3개 정도의 음을 녹음한다. 하지만 3개의 샘플링으로는 넓은 음대역을 소화하기 힘들다. 음은 소리가 높으면 주기가 짧아지고 소리가 낮아지면 주기가 길어지는데, 샘플링이 3개 정도라면 특히 고음대역의 소리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메프는 1개의 악기당 최대 12개의 샘플이 들어 있는 4MB롬을 3만3천원의 가격에 따로 팔고 있다. 게다가 옥소리용으로 제작된 엄청나게 많은 노래 데이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PC로 듣고 따라 부르고 싶어하는 사용자의 욕구를 온전하게 충족시켜준다.
미디 부분에선 '최고'
많은 사람들이 옥소리카드의 호환성과 설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약간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치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윈도3.1이나 윈도95, OS/2등의 드라이버가 국내 제품치고는 상당히 잘 지원되고 있는 편이며 업계 표준도 잘 지원하고 있다. 도리어 사운드블라스터를 제외한 여타의 외국산 사운드카드보다는 옥소리 메프의 호환성이 우수하며, 특히 미디부분에서는 사운드블라스터보다도 우수하다는 평이다.
사운드카드의 효용은 단지 음악을 듣는 것에만 있지 않다. 필자 역시 무조건 컴퓨터를 켜서 음악만 듣는것은 아니고 여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메프는 이러한 범용적 이용에도 탁월한 성능 발휘하고 있다.
윈도95에서 제공되는 각종 윈도 사운드시스템(Windows Sound System)을 활용하면 음성 인식 및 녹음 등에도 훌륭한 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게임에서 사용하는 배경음악은 메프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둠Ⅱ' 의 경우 아직까지 메프보다 좋은 배경음악을 필자에게 들려준 사운드카드는 없었다. 아직 32폴리 사운드카드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어떤 상표의 제품이라도 꼭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메프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사운드블라스터 32PNP
원음 재생력 탁월한 사운드카드의 '원조'
멀티미디어 붐으로 사운드카드는 CD롬 드라이브와 함께 대표적인 주변장치로 자리잡았다. 한때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던 것이 이제는 주요 부품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덕분에 최근에는 제품수도 꽤 늘어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어떤 제품을 사용할 것인가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올초부터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사운드카드는 '사운드블라스터 32PnP' 다. 윈도95을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터라 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PnP는 윈도95의 플러그 앤드 플레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32PnP카드를 끼우고 윈도95을 부팅시키는 것 외에 사용자가 따로 설정해주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초보자일 때는 자신의 PC에 장착된 사운드카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다가 점점 컴퓨터를 알아가면서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16비트 사운드카드라고 구입했고 설정도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소리가 나지 않거나 시스템이 정지해버리는 시스템이 적지 않다.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호환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카드의 원조로 불리는 애드립에 8비트 디지털 녹음·재생 부분을 가미한 사운드블라스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같은 호환성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호환의 문제는 8비트 사운드카드에서 막을 내렸다. 16비트라고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카드는 사운드블라스터 제품이 아닌 한, 사운드블라스터 8비트와 호환될 뿐 16비트와는 절대 호환되지 않는다.
이것이 진짜 노래방
32PnP는 웨이브테이블카드의 표준이다. 표준이란 가장 보편적이라는 의미다. 사용이나 설치가 편리해 초보자들에게도 적합하고 이보다 이전에 만들어진 제품이나 그 이상의 고급품과도 100%호환된다.
웨이브테이블 방식의 미디가 탑재된 카드는 게임이나 노래방 등에서 FM음원보다 강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주파수를 만들어 드럼소리 비슷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드럼 소리를 녹음해서 롬에 웨이브로 저장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럼 이외의 멜로디 악기에는 또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피아노의 소리는 저음 중음 고음의 소리가 다르며 옥타브 별로 웨이브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사운드블라스터 32PnP는 뛰어난 FM음원 소리를 들려주며 웨이브테이블의 피아노나 색소폰 소리는 다른 제품과의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다.
또한 필자가 32PnP를 선택한데는 사운드폰트라는 기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사운드 폰트 기능이란 쉽게 말해 글씨를 새로운 글꼴로 바꾸듯이 사운드카드 램의 파형을 임시로 읽어 악기로 연주해주는 것으로, 음성을 악기처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6비트로 녹음된 악기 음색을 읽어 연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특히 전문가들이 탐낼 기능이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운드 폰트기능을 활용해 노래방을 구성하면 각 장르에 맞는 음색으로 원곡과 같은 음성효과를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어 '진짜 노래방'과 같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사운드 폰트용 노래방은 세계 최초의 것이기도 하다.
32PnP가 지원하는 노래방 프로그램인 '스타탄생Ⅲ' 은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배경그림이나 동영상도 지원한다. PC통신의 '제이씨현 포럼' 에 신곡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 노래방 CD도 꾸준히 발매되고 있어 데이터가 없어 즐기지 못할 일은 없다(인터넷에 영문버전도 업로드돼 있다).
인터넷 전화의 필수품
요즘 3차원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를 3차원 사운드와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다. 적이 왼쪽 멀리서 다가와 오른쪽으로 가는 소리가 나도록 게임이 제작되어 있다고 할 때 왼쪽에서 다가오는 소리는 왼쪽귀에만 들려야 하지만 보통의 컴퓨터 스피커 세팅에서는 오른쪽까지 들린다. 이를 스피커 크로스 토크(Speaker Cross Talk)라 하는데, 32PnP는 이 현상을 제거해 명확한 좌우 구별을 가능하게 해주는 3차원 스테레오 강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32PnP는 윈도95나 윈도3.1에서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하면 인터넷 폰의 필수 조건인 풀 듀플렉스(Full Duplex)를 지원해 인터넷을 통한 국제전화가 가능하다. 인터넷 폰이란 시내통화료로 국내 통신사에 접속한 후 인터넷 서비스상에서 외국과 국제통화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풀 듀플렉스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아이폰'(Iphone)이라는 소프트웨어 설치시 풀 듀플렉스가 지원되지 않는 사운드카드를 가졌다고 경고 메시지를 내보내며 무전기처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사운드블라스터는 전세계의 PC사용자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음성 전송시 뛰어난 호환성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사운드블라스터에 미디 인터페이스 기능이 모두 내장되어 있어 사운드블라스터 32PnP를 쓰고 있다면 외부 미디 악기를 사용하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32PnP의 미디 인터페이스 기능은 완벽한 것 같아 현재는 별도의 미디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32PnP카드의 각종 기능은 사운드카드를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양한 면으로 사운드카드를 활용하면서 진보된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용어설명
●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우리가 말로 서로간에 대화를 하듯이 전자 악기는 미디라는 언어로 통신을 한다. 원래 미디는 전자 악기간의 통신 규약을 말하지만,일반적으로는 '소리가 나는 키보드나 모듈' 을 칭한다. 예전의 미디는 미디 인터페이스만 있고 외부로 미디모듈이나 키보드를 연결했으나 최근 개발된 사운드카드에서는 이 둘이 합쳐져 있다. 미디인터페이스는 롤랜드사의 'MPU-401' 이라는 기기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 웨이브테이블(wave table)
전자악기 등에 악기의 음색을 디지털로 녹음해 롬에 담아 두었다가 음원이 이를 읽어 소리 형태로 합성해 내는 것이다. 보편적인 음악 스타일의 음색을 담은 이른바 '제너럴 미디' (General MIDI)가 지원되는 웨이브테이블이라면 1백28개의 악기 음색을 롬에 저장해놓았다. 16비트 음성 기능이 '과학동아' 라고 램에 녹음을 했다면 똑같이 '과학동아' 라고 재생해 내는 기능인데 반해, 웨이브테이블은 롬에 이미 저장된 소리를 원래대로 재생하거나 음정의 높낮이를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