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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구리가 금되는 요술세계

붉은 빛의 구리를 번쩍이는 금은으로 바꾸어 봅시다. 불가능한 일이라구요? '신나는 과학실험'에는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일단 한번 도전해 보세요!

'구리를 금으로'
웬 헛소리? 만약에 구리를 금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었다면 이 글을 이렇게 읽고 있겠냐구요? 맞아요. 다들 구리를 캐러 나섰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우습고 황당한 생각을 가능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 유명한 중세의 연금술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은색으로 도금된 구리동전과 구리판
 

비금속을 금속으로
 

증발접시에 아연가루를 넣고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부은 다음 알코올 램프로 가열한다.

용액이 끓으면 핀셋을 사용해 구리판을 넣는다.

아연이 코팅된 구리를 불에 구우면 아연과 구리가 용융돼 활동을 형성한다.
 

연금술에 대한 사상은 기원 전 4000년 경부터 시작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4원소의 비율에 따라 물질의 형태와 성질이 달라지며 또한 물질에 포함된 정신이 물질의 특성을 좌우한다고 보았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연금술이 발전되는데, 그 시대의 사람들은 금속을 수은이나 납같은 천하고 싼 금속, 즉 비(卑)금속과 금이나 은같은 고귀한 금속으로 나누게 됩니다. 천하고 싼 금속은 점차 고귀한 금속으로 변성한다고 믿었는데, 오랜 시간에 걸친 변성을 적당한 방법으로 단시간에 바꾸는 것이 바로 연금술이랍니다.

연금술사들은 금속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열에 의해 분해될 때 정신은 증기 상태로 도망치거나 액체로 응축되는데, 천한 금속에 귀한 금속의 정신을 부여함으로써 귀한 금속으로 변성시킬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리고 정신은 특별한 물질(철학자의 돌이라 불림)이나 화학시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물질을 찾는 데 천년 이상을 소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어요. 그들 덕분에 증류기와 같은 실험기구도 제작, 개발됐고 화학약품들이 제조됐을 뿐만 아니라 도금이나 금속 처리방법 등이 발전했거든요. 그래서 근대 화학 발전의 계기가 됐고 또한 증류과정을 통해 열역학의 기초가 잡혀서 열 기관을 만들 수도 있게 됐어요.

준비물 : 구리금속이나 구리동전(또는 10원짜리 동전), 아연가루, 수산화나트륨, 증발접시, 삼발이, 알코올램프(또는 토치), 핀셋

실험과정

① 증발접시에 아연가루 5g을 넣는다.
② 아연이 잠길 정도로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붓는다(수산화나트륨 용액은 수산화나트륨 2백40g을 물에 녹여 1L로 만든 6M용액을 사용한다).
③ 알코올램프로 가열한다.
④ 용액이 끓으면 핀셋을 사용해 구리판이나 동전을 넣는다.
⑤ 잠시 후 구리판이나 동전이 은색으로 완전히 코팅되면 꺼낸 후 물로 씻는다.
⑥ 물기를 없앤 후 불에 넣어 3-4초 정도 굽는다.
⑦ 구운 후에 씻고 말린다.

실험은 굉장히 간단하죠? 구리판이나 구리동전을 사용하는데, 순수한 구리동전이 없으면 합금형태인 10원 짜리 동전을 사용해도 좋아요. 이때 10원짜리 동전은 새 것일수록 실험이 잘 됩니다. 처음에 아연가루와 수산화 나트륨을 넣고 가열해 주면, 아연과 NaOH가 반응해 ${Na}_{2}$Zn${O}_{2}$ 를 만들게 되지요.
2NaOH(ag) + Zn(s) → ${Na}_{2}$Zn${O}_{2}$(s) + ${H}_{2}$(g)

이때 Zn은 산화되고 ${H}^{+}$는 환원돼 ${H}_{2}$는 기체가 발생하게 되죠. 여기에 구리를 넣어주면, 구리가 이 화합물을 금속아연으로 환원시키게 됩니다(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산화 환원 반응과는 반대로 일어났죠).

그래서 구리 표면에 아연이 덮여서 구리가 은색으로 변하게 되죠. 이제 아연이 코팅된 구리를 불에 넣고 구워 주면 아연과 구리가 용융돼 합금, 즉 황동을 형성하게 됩니다. 황동은 60-82%의 구리와 18-40%의 아연의 합금으로 번쩍이는 금색을 띄며 아연이 포함된 정도에 따라 금빛을 띄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자, 이제 아셨죠? 우리가 구리를 금으로 바꾸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실제로 이 금은 금이 아니라 금빛을 띄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이란 사실을…….

속았다구요? 하지만 붉은 빛의 구리를 은색으로, 또 금색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았잖아요.

자, 우리가 중세에 태어났더라면 꽤 유명한 연금술사가 됐을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여러분이 이미 알다시피 연금술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구리라는 원소를 금이라는 원소로 바꿀 수는 없죠. 왜냐하면 원소는 쪼개거나 다른 원소로 바꿀 수 없는 존재이니까요.

하지만 요즈음에는 몇가지 방사성 원소가 스스로 다른 원소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원자를 쪼갤 수도 있기 때문에 구리를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올 지도 몰라요. 여러분 진짜 한번 도전해 보세요.
 

금색으로 도금된 구리동전과 구리판
 

199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명희 회원
  • 사진

    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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