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B, 박주현
과학동아가 그간 소개한 SF 단편과 SF스토리 공모전, SF숏포머블 공모전 수상작들을 영화 ‘스타워즈’ 크레딧 풍으로 정리했습니다.
“금강불괴의 고수 강철은 집안일 때문에 수련할 시간이 없어 고민이다. 때문에 가사용 로봇, 협객을 구입한다. 그런데, 협객은 의외로 도움이 안 된다.”
-삭디 ‘강철의 협객’ 중에서
2024 SF스토리 공모전의 일반 부문 대상은 삭디 작가의 ‘강철의 협객’이 차지했습니다. 무림고수가 가사용 로봇을 구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코믹한 웹툰을 보며 심사위원들은 “SF를 무협과 결합한 재치가 돋보인다”고 평했습니다. 과학동아가 운영하는 SF 커뮤니티 ‘SF스토리콘’에는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작품이 가득합니다. “나도 SF를 창작해보고 싶다!”는 예비 작가라면 주목! 과학동아와 함께 당신 안에 있는 이야기의 무한한 가능성과 만나보세요.
공기가 서늘해진 11월 8일, 전북 전주로 향했습니다. 2024 SF스토리 공모전의 심사를 맡은 김효진 심사위원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SF와 미디어를 연구하는 그는 올해로 3년째 SF스토리 공모전 심사위원을 지냈습니다. SF스토리 공모전은 동아사이언스가 한국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SF문화 확산 사업의 알맹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무협과 SF를 결합하거나 판타지와 SF를 결합하는 등 SF라는 요소가 다른 장르와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많이 느껴졌어요.” 김 심사위원의 심사 총평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SF라는 장르의 문법에 익숙해진 독자와 창작자가 늘어나면서 기존 SF의 경계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경계가 사라지는 최근 SF 트렌드는 더 넓은 계층의 작가가 더 다양한 작품을 낼 기회가 됩니다. 특히나 SF스토리 공모전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부문이 별도로 마련된 국내 유일 공모전입니다. 김 심사위원은 “사실 작품을 읽는 재미는 청소년 부문이 일반 부문보다 더 크다”면서 “청소년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기존 SF 작품에서 보지 못하던 참신한 방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유입은 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청소년 작가의 SF에는 자라면서부터 과학기술을 가까이 한 미래 세대가 과학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죠. 한국에서 SF 붐을 이끌어낸 젊은 SF 작가 중에선 여성 작가가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들은 SF란 장르를 자신들이 발견한 사회의 모순을 짚어내는 데 씁니다. “(각 계층의 구성원들이) 흔히 생각해 보지만 당당히 이야기하지 못했던 지점들이 SF란 도구를 통해서 기발하게, 하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해요.”
한국 SF| 더 다양하게 가꾸려면 ‘연결’이 중요하다
더 많은 이들이 SF를 접하고 창작하게 만들기 위해 과학동아는 그간 공모전을 개최하고, SF 단편을 싣는 등 계기를 만들어왔습니다. 과학동아의 캐치프레이즈는 ‘과학을 느끼는 즐거움, 미래를 보는 창’입니다. 최신 과학기술 소식을 생생히 전해 독자 여러분이 과학을 즐기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게 과학동아의 목표죠. 이런 목표를 위해선 SF는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SF 또한 과학과 대중을 연결하고, 과학이 불러올 변화를 상상하고 준비하게 하니까요. 과학동아와 SF는 말하자면 공생 관계인 셈입니다.
이지용 심사위원은 11월 8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과학잡지는 다양한 문화권과 시대에서 SF와 굉장히 친연한 매체였다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SF 문학의 아버지’ 휴고 건스백이 SF라는 장르를 대중에 선보인 창구가 바로 ‘과학과 발명(Science and Invention)’이라는 과학잡지였고요. 과학동아도 1990년대부터 다양한 SF소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파트에서 한국 SF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던 박해울 작가는 1997년부터 1998년까지 과학동아에 연재된 이한음 작가의 소설을 보고 SF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해, 편집부 일동 감동했다는 후문입니다.
이제 자리를 잡은 한국 SF가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학동아는 그 해답을 ‘연결’에서 찾았습니다. 과학과 SF의 더 탄탄한 연결은 이번 특집을 통해 만난 SF작가와 평론가, 연구자들 모두가 입을 모아 “과학동아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꼽은 일이었죠. 2024 SF스토리 공모전의 심사위원인 연여름 작가와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도 “SF 공모전 수상자나 SF에 관심이 많은 독자를 대상으로 과학자-창작자 교류 프로그램이나 SF 워크숍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연결’은 과학동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과학동아가 새해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하나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과학동아가 앞으로 SF와 과학, 그리고 여러분을 어떻게 연결할지 궁금하시다면 주목! 옆 페이지에서 ‘과학자와 만나는 과학동아 SF 워크숍’ 공지를 확인하세요.
동아사이언스
SF 문화 활성화를 위해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한 ‘2023 SF스토리 공모전 시상식’ 풍경. 2024 SF스토리 공모전 시상식은 2024년 11월 30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