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세상에 한 번 들어가면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곳은 24시간 활기가 넘치고, 재밌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 때문일까.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해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소셜 미디어에 접속하지 않을 때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고,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소셜 미디어 앱을 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토록 소셜 미디어에 빠지게 만드는 걸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설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디자인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동안 현실을 망각해 본 경험이 있는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까맣게 잊고 몰두하게 만들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바로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이다.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 기능은 소셜 미디어를 중독적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두 개의 디자인은 모두 편의성을 기반으로 소셜 미디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무한 스크롤은 획기적인 디자인 발명이었다. 과거에는 페이지가 끝날 때마다 다음 페이지 번호를 일일이 찾아 클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2006년 미국의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인 아자 래스킨이 무한 스크롤 기능을 개발한 이후, 스크롤 동작 하나만으로 페이지 전환 없이도 콘텐츠 탐색이 가능해졌다.
무한 스크롤 동작은 흔히 카지노의 슬롯머신에 비견된다. 슬롯머신은 과거 레버를 아래로 당기는 방식에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처럼 반복 행동을 더 편하게 만드는 디자인은 슬롯머신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는 데에도 한 몫 했다.
엄지를 위 또는 아래로 쓸어 올리는 동작을 관성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는 소셜 미디어 사용자를 무아지경의 상태로 이끌어 현실을 잊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과학동아 독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하면서 현실을 망각했던 경험이 있다면 바로 이런 원리 때문이다. 래스킨은 2022년 “사용하기 쉽게 만든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며 “무한 스크롤 기능을 만든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필요조차 없는 디자인도 나왔다. 자동 재생은 사용자에게 획기적인 편리함을 제공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사용자에게 마치 책을 넘겨주듯 콘텐츠를 하나씩 보여준다. 과거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영상이 끝날 때 별도의 클릭 없이 다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던 자동 재생 기능이 소셜 미디어에서 구현된 것이다. 사용자는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이렇듯 사용자를 편리하게 만든 소셜 미디어의 디자인 설계 안에서 사용자는 점점 무력해지고 주도권은 소셜 미디어로 넘어가고 있다.
안달 나게 만드는 디자인
유명한 동물 실험이 하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였던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먹이가 나오는 상자를 만들고 여기에 쥐를 넣어 관찰했다. 그 결과, 쥐는 먹이를 얻고 싶을 때 버튼을 누르는 평범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스키너는 먹이 장치를 바꿔서 버튼을 누르면 먹이가 나올 때도 있고, 나오지 않을 때도 있게 만들었다. 쥐는 실망하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까? 아니다. 이전과는 달리 버튼을 광적으로 누르는 쥐의 모습이 관찰됐다. 보상을 예측하지 못하면 더 간절해지고 가끔 얻는 보상에는 짜릿한 기분을 느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바로 이런 간헐적(변동적) 보상을 전제로 디자인돼 있어 사용자들은 스키너의 실험 속 쥐가 될 수밖에 없다. 친구의 얼굴을 보며 수다를 떨 때는 상대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고 또 반응이 즉각적인 것과 달리,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어떤 친구가 내 글을 읽고 반응해 줄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의 글에 대한 좋은 반응을 기대하며 수시로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확인한다. 기대만큼 반응이 없다면 자신이 올린 게시물의 글과 키워드를 수정하고, 다른 친구들의 게시물에 먼저 ‘좋아요’를 눌러 관심을 끌어보기도 한다. 기다림에 대한 초조하고 간절한 마음의 반향이다.
소셜 미디어는 콘텐츠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시 안달 나게 한다. 소셜 미디어에는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온다. 중요 정보가 올라오더라도 다른 정보에 금방 묻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를 놓칠까봐, 뒤쳐질까봐 불안해한다. 이처럼 사용자가 정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생기는 두려움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라 한다.
소셜 미디어의 휘발성 콘텐츠는 이 포모를 더욱 가중시킨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사용자가 올리는 게시물이 24시간 동안만 공유된다. 게시물이 곧 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부담 없이 현재 기분 등을 날 것 그대로 게시할 수 있다. 하지만 게시물이 금방 사라진다는 특징 때문에 사용자는 소셜 미디어에 더 자주 접속할 수밖에 없다. 놓치면 못 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앞으로의 소셜미디어 디자인은
이 외에도 사용자를 소셜 미디어로 끊임없이 유도하는 낚시성 알림, 소셜 미디어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인앱(In-app) 브라우저, 게시물이 전체 화면으로 구성되는 몰입형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디자인 전략이 사용자를 붙잡아둔다. 이런 디자인 전략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의 주 수입원이 광고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접속해 활동할수록 많은 이에게 광고 노출이 커진다. 즉 사용자들의 접속 시간과 활동량이 기업의 수익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셜 미디어 중독을 유발하는 디자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집중력 저해, 인지능력 상실, 자존감 하락, 강박・스트레스・우울 유발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부작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크다고 판단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디자인 규제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사용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절제하며 사용할 수 있는 보호 장치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무한 스크롤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게시물을 모두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거나, 지나치게 오랜 시간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경우 휴식과 취침을 권유하는 알림이 나오기도 한다. 모두 좋은 취지지만 그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절제하도록 돕는 방법에 대해 많은 디자인적 시도와 연구가 요구된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변동적 보상, 휘발성 콘텐츠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새로운 경험, 재미 등을 선사한다. 사용자에게도 좋고 기업도 이윤을 창출하니 얼핏 모두가 행복한 상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용자가 알게 모르게 설계돼있는 중독을 유발하는 디자인에 대해 이해하고, 건강한 소셜 미디어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 필자소개
윤재영.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 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UX, 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를 유인하고 현혹하는 UX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이 있다. ryun@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