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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새쫓는 가시덤불로 둥지 만든 ' 까치의 반항'

네덜란드 내추럴리스 생물다양성센터와 라이덴대 등 공동연구팀이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 발견된 새 둥지를 분석해 새들이 자신들을 쫓는 버드 스파이크를 재료로 둥지를 짓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은 벨기에 앤트워프대 병원에서 발견된 유라시아 까치 둥지다.

 

건물 옥상이나 에어컨 실외기 위를 살펴보면 긴 판 위에 길쭉한 꼬챙이가 수십 개 붙어있는 인공 가시덤불을 종종 볼 수 있다. 비둘기나 까마귀가 앉아 배설해 미관을 더럽히는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버드 스파이크’다. 그런데 도시 새가 버드 스파이크를 오히려 안전한 요새를 만들기 위한 둥지 재료로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내추럴리스 생물다양성센터와 네덜란드 라이덴대 등 공동연구팀은 영국 글래스고와 벨기에 앤트워프, 네덜란드 로테르담, 엔스헤데에서 보고된 새 둥지 4개를 분석해 새들이 버드 스파이크를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의 알을 지키기 위한 둥지 재료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7월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데인사’에  발표됐다.

 

연구팀이 분석한 둥지는 한국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송장까마귀(Corvus corone)와 유라시아 까치(Pica pica)가 지은 것이다. 둥지는 대부분 버드 스파이크로 이뤄져 있었다. 2021년 10월 앤트워프대 병원 정원에서 채집한 유라시아 까치 둥지의 경우, 전체 길이가 50m에 달했던 버드 스파이크를 뜯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둥지에서 버드 스파이크 꼬챙이가 약 1500개 발견됐으며, 인근 병원 옥상에 붙어있던 버드 스파이크는 사라진 상태였다고 보고했다.

 

까치는 둥지 위에 가시가 많은 나뭇가지로 돔형 지붕을 얹어 다른 새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무게가 모든 생명체의 무게보다 무거워진 지금, 도시 새는 나뭇가지보다 더 구하기 쉬운 버드 스파이크를 이용해 지붕을 얹고 있다. 사람이 버드 스파이크를 이용해 새를 쫓듯, 도시 새도 다른 새를 쫓기 위해 버드 스파이크를 썼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아우커플로리안 함스트라 내추럴리스 생물다양성센터 연구원은 동아사이언스 씨즈(SE!ZE)팀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도 까치와 까마귀, 새 퇴치기가 있다”며 “멋진 둥지를 위한 재료를 다 갖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든 이상하고 아름다운 둥지를 보면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함스트라 연구원의 메일주소는 aukeflorian.hiemstra@naturalis.n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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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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