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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TRO. 똑똑한 로봇과 함께 살아갈 고민

    만화처럼 로봇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사회는 어느 나라에서 먼저 실현될까? 필자는 이 답이 미국, 한국,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실현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한다.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각각 성장해야 한다. 국제로봇연맹(IFR)이 2024년 1월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세계 산업용 로봇밀도 1위 국가다. 여기에 더해 영국 언론사 토르토이스 미디어(Tortois Media)가 2023년 6월 28일 발표한 세계 AI 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전세계 6위의 AI 강국이다.

     

    어쩌면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가장 먼저 맞이할 수도 있는 우리에겐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다. 우리는 노동의 해방을 통한 안녕과 행복을 느낄 것인가? 직업의 상실이나 심신의 상해위험은 없을까? 킬러로봇이나 군사로봇을 개발해야 할까? 산업로봇, 약한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가 가져오는 문제점은 물론 인공일반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방하거나 대비할 필요는 없을까?

     

    대표적 사례가 바로 로봇을 전쟁에 활용하는 문제다.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보행 로봇 ‘비전 60’을 구매해 전쟁에 투입할 계획이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은 이전에도 호주 육군과 함께 훈련을 진행하거나 등에 소총을 멘 채 미국 육군 주요 연례 대회에 전시된 바 있다. 자국 군인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2년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 미국의 어질리티 로보틱스 등 6개 로봇기업과 함께 “범용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냈다. 무기로 사용되는 범용 로봇이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로봇윤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모든 로봇이 지킬 공통 규범 논의해야

     

    로봇윤리는 인간이 로봇을 제작, 사용, 폐기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규범과 로봇이 인간 또는 다른 로봇과의 관계에서 지켜야할 규범을 포함한다. 로봇은 크게 AI를 탑재한 로봇과 그렇지 않은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로봇윤리는 AI 윤리와 중첩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로봇은 AI의 껍데기(인터페이스)로 기능하며, AI를 가상공간이 아닌 세상 밖으로 돌아다니게 할 수 있다. 로봇윤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엄성, 행복 등 기본 권리는 물론 심신의 안전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

     

    현재 세계는 로봇윤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은 로봇 제작자가 고려할 로봇윤리의 초석으로 자주 인용된다. 아시모를 통해 휴머노이드 걸음마를 성공시킨 일본은 2000년대 초 로봇윤리 논의를 시작했고, 이어 한국도 로봇윤리헌장 연구를 시작했다.

     

    국가를 초월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전기전자공학 전문가 조직 IEEE의 표준협회는 2016년부터 자율 지능 시스템 설계와 제작에 대한 글로벌 윤리를 구상하고 있다. 자율지능 시스템에 대한 가치중심적 윤리적인 설계(Ethically Aligned Design)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선 로봇윤리헌장 공론화가 한창이다. 필자가 소속된 한국로봇학회 로봇윤리연구회와 로봇산업진흥원은 2023년 12월 로봇윤리헌장(안) 2023년 버전을 발표해 공론화를 시작했다. 내용으론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로봇의 제작, 생산, 사용을 위한 3가지 기본 가치와 이를 반영한 6가지 윤리 원칙이 담겼다.

     

    이번에 제안한 로봇윤리헌장의 6대 세부 원칙은 AI윤리와 구분되는 로봇만의 윤리를 고려했다는 특징이 있다. 로봇이 실제 사회에 적용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침해금지 원칙은 로봇이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신체와 정신 위해를 모두 고려했다. 안전성은 안전을 위해 로봇 스스로 작동을 중지하거나 제어하는 기능이 필요하단 항목을 포함했다. 그리고 책임성 원칙에는 ‘로봇의 외형은 인간과 구별이 가능해야 하며, 로봇간 식별이 돼야한다’는 항목이 있다. 로봇이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나 외형을 통해 로봇임을 알 수 있어야 하며, 생산된 로봇들은 구별해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에도 이와 관련된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인간과 똑같은 안드로이드는 로봇을 인간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법적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누구나 로봇의 외형 또는 목소리를 통해 로봇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동일한 로봇이 있는 장소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을 질 주체를 파악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로봇에 번호판이나 색깔 등을 부여해 개별 식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로봇과 AI 강소국인 한국은 이제 영화 속에서 봤던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의 행복과 안전한 삶을 위해, 로봇기술 개발에 따른 새로운 법과 인증 등 규제도 빠르게 발맞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로봇윤리헌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로봇이 어떻게 설계제작활용돼야 할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와 기준이 잘 투영된 로봇윤리헌장이 필수적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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