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새끼 기린이 생후 1개월을 맞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아직은 걸음걸이가 엉성한 기린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갑게맞이 하는 모습이 TV로도 방송됐다. 그 기린은 멸종위기에 처한 세계적 희귀 동물인 그물무늬새끼 기린이었다. 그러고보면 이번뿐만 아니라 곰, 사자,호랑이 등 동물들이새끼를 놓거나 죽는 일이 신문이나 TV에 종종 소개 돼 왔음을 알수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동물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걸까. 동물과 인간의 삶에 숨어있는 동질성 때문일까. 굳이 동물행동학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동물의 모습에는 인간을 비춰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번 달에는‘동물’을 주제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을 다룬 시리즈물, 상상과 신비 속의 동물을 다룬 책, 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을 기억하게 하는 책, 그리고 한국의 자연 속에 살아숨쉬는 동물을 다룬 책을 소개한다.
동물과 사람의 차이는 뭘까?
고릴라, 침팬지, 비비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사이언스어드벤처 유인원 시리즈’는 그런 매력이 있는 책이다. 영국 BBC 방송의 자연과학 다큐멘터리를 우리말로 옮긴 이 책은, 동물들의 삶을 생동감 있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전달해준다. 아프리카 숲의 덩치 큰 채식주의자 고릴라, 체계적인 사회조직을 이루고 생활하는 침팬지, 원숭이 중에서도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비비 등이 그 주인공이다.
‘고릴라’하면 둔하고 공격적인 킹콩을 먼저 떠올리는사람들에게, 우두머리를중심으로작은무리를이뤄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고릴라의 모습은 낯설지도 모른다. 돌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적절한 도구를 만들어 먹이를사냥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침팬지의 모습에 놀랄 수도 있다. 또‘밀림의 원숭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지능을 이용해 환경에 적응하며, 축축한 삼림 지대와 건조한 사막, 열대우림 등 어디에서나 잘 살고 있는 비비의 모습에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체험은 유인원의 생태와 습성, 양육과 성장, 짝짓기 전략과 사회생활을 살펴보다 보면 그 관심이 자연히 인간사회로 넘어감을 느끼는데있다. 유인원들의 일상생활과 삶의 모습이 인간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까닭이다. 99% 이상의 유전자가 인간과 같은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를 생각해 보는 것 또한 즐겁지 않을까.
정말 어딘가에 불사조가 있다면
지구에 존재하는 동물 1천3백만종 중에서 지금까지 학문적으로 밝혀진 것은 10분의 1을 조금 넘는 1백70만종 가량이다.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장소에 있는 많은 동물들이 아직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런 미지의 동물을 연구하는 학문을 신비동물학이라고 한다. 과학문화연구소 이인식 소장이 이런 재미있는 동물들의 얘기를 모아쓴 책으로 ‘신비동물원’이 있다.
1부‘상상 속의 동물’에는 사랑과 희생의 상징인 펠리컨, 혼돈의 괴물 리바이어던, 불멸의 상징 살라만드라, 눈만 마주쳐도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바실리스크 등 50여종의 동물이 등장한다.
2부 ‘숨어사는동물’에는길이가3m에이르는세상에서 가장 큰 도마뱀 코모도 드래곤, 히말라야 산 속에 살고 있는 설인 예티, 다 자라 어른이 돼도 키가 1.5m 밖에 되지 않는 난쟁이 피그미 코끼리, 몸길이가 30m에 이르는 뱀 자이언트 아나콘다 등이 소개돼 있다.
누구나 한번쯤 죽지 않는 새 불사조 얘기에 심취하고, 머리에 뿔이 달린 말 유니콘 얘기에 가슴 설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용과 봉황은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권위와 위엄을 갖춘 장식으로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만들어진’ 동물들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동물들 못지 않게 사랑을 받으며 오랜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해온 예는 너무나 많다.
또 1869년에는 발견된 자이언트 판다나, 1938년과 1952년에 발견된 실러캔스 등 새로운 동물의 등장은 인간이 모르는 많은 동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동물이 단지 머리 속에서 만들어진‘허구’가 아니라, 누군가 우연한 기회에 확인한 ‘실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신비동물원’에는 신기한 동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얘기와 상상도가 곁들여져 있고, 이 동물들을 소재로한 도자기, 조각상, 우표 등의 사진도 실려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이 황당무계한 동물 얘기로 읽히기 보다는 갈수록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복원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바람처럼, 책을 읽으며 그동안 접어뒀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동물에 대한 기억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은 1995년 4월부터 1년간 일본 NHK 위성방송에서 방송된‘20세기 생물의 묵시록’이라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름 처럼 이 책은 20세기 지구에서 멸종해간 동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다루고 있다.
로마시대 야외경기장에서 맹수들의 싸움에 단골로 등장했던 바바리사자는 그 위풍당당함으로 인해 집중 사냥감이돼멸종했으며, 북미 대륙의 광활한 대지에 살 고 있던 너무나 멋진 뿔의 소유자 배드랜드 큰뿔산양은 그 탐스러운 뿔이 장식용으로 애용되면서, 또한 긴 수명을 자랑하며 인도양 어느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이셸 코끼리거북이는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단백질을 제공할 식량으로 남획되면서 멸종했다.
사실 지구상에서 동물들이 사라진 것은 20세기에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18세기 영국의 쿡 선장이 하와이,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있는 수많은 동식물에 대한 기록을 서방세계에 전하면서, 그 생물들은 서서히‘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인류 최고의 개발과 발전이 있었던 20세기에 멸종한 동물들은 이전 시기에 비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미 2백여종이 넘는 동물들이 멸종당했으며, 현재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만도 5천종이 넘을 정도다.
동물들이 멸종한 주된 이유는 과도한 살육, 서식지의 파괴와 분단, 귀화동물로 인한 충격, 그리고 경쟁과 기생 등 동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난 멸종등이다. 이 중에서도 인간활동과 관련된 것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책을 보며 사라진 동물의 얘기를 읽고, 그 그림을 한장한장 넘기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동물들은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명이다.‘ 자신만을생각하는이기적인동물, 인간’에의해 멸종의 길을 걸었던 동물들을 보면서, 21세기 인간과자연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구 두루미 본 사람 없어요?
‘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과‘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동식물들’은 우리나라를 삶의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얘기다.
‘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은 이땅에 사는 야생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특성,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 책이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이들의 무지와 욕망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동물들의 생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기록했다.
독극물로 죽어가고 있는 세계적인 희귀종 재두루미 와독수리, 삶의 터전을 빼앗겨 더이상 버틸수 없게된 여우.수달.족제비.사향노루. 이제라도 우리나라에사는 야생동물의 크기와 분포, 이들의 생김새와 번식, 성장과정, 보금자리, 서식환경, 수명 등에 관심을 가져보자. 책에는 이밖에도 야생동물과 우리 문화, 야생동물의 가치, 수렵 및 밀렵 실태, 보호방안, 생김새가 비슷한 종의 특징 비교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있다.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동식물들’은 우리나라에 생육하던 동식물들 중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으로 사라져간 대표적인 종류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조류, 식물류, 무척추 동물류, 곤충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어류, 해조류, 균류의 9종으로 구성돼 있다.
‘사라져가는’생명으로는 기러기, 솔개, 두루미, 구렁이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을 많이 발견할 수있다. 언제 어디서나 마주치던 이런 자연의 벗들이 어느날 모두 우리 곁에서 떠나버린다면 이 땅은 얼마나 삭막한 곳이 될까. 동물들이 살 수 없는 땅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게 그리 어려운 일이아님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