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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portation 화성까지 더 빠르게, 더 편안하게

 

이제 우주선은 화성의 대기 상층부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감속을 시작했다. 여기까지 먼 길을 항해해 오면서도 그 아름다움과 힘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희멀건 바다 괴수처럼 우주의 한밤중 물살을 헤쳐 오면서도. 오랜 길잡이인 달을 지나쳐, 연이어 펼쳐지는 텅 빈 우주 공간으로 선체를 내던지면서도. 안에 품은 사람들은 저마다 우주의 파도에 얻어맞고, 사방으로 내팽개쳐지고, 구역질을 하고, 다시 건강을 찾았다. 한 사람은 목숨을 잃었지만, 남은 열여섯 명은 두꺼운 유리 관측창에 얼굴을 붙인 채 눈을 반짝이며 아래에서 훌쩍 다가오는 화성의 모습을 지켜봤다.   - 레이 브레드버리 ‘화성연대기’ 중

 

4월 20일(현지시간) 오전 8시 33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로켓이 발사됐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차세대 우주 발사체 ‘스타십’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발사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인류가 이 로켓을 통해 꾸는 꿈이 얼마나 큰지, 그렇기에 이 시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스타십은 달과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보낼 목적으로 개발됐다. 화물을 150t(톤)까지 실어 나르기 위해서 우주선은 더 거대해지고 더 세졌다. 스타십의 크기는 길이 50m, 직경 9m 에 달한다. 스타십에 추력을 더해주는 1단 로켓 ‘슈퍼 헤비’를 합치면 그 길이는 120m가 된다.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146m)와 견줄 수 있는 높이다. 슈퍼헤비의 추력은 역대 발사체 중 가장 큰 약 7600t이다. 

 

이번 발사는 스타십의 첫 지구 궤도 시험비행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발사 후 3분 만에 1단 로켓 슈퍼 헤비가 분리되고, 그 위에 연결됐던 2단 로켓 스타십이 90분간 지구 궤도를 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스타십이 발사대를 떠나기 전부터 1단의 33개 부스터 엔진 중 세 개가 작동하지 않았다. 꺼진 엔진 탓에 기우뚱하게 날던 스타십은 발사 85초 후부터 방향을 잃고 회전하다가 결국 발사 4분 후 공중에서 폭발했다.

 

관제실에서 지켜보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는 4월 29일 트위터 음성채팅을 통해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반박의 여지없이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스타십 시험발사가 4~5번 더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12개월 안에 (스타십이) 궤도에 도달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타십이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하면 그 다음은 달, 그 다음은 화성이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이용해 2050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스페이스X 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등도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은 발표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활용할 우주선을 발표한 건 아직까지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4억 7000만km,  6개월간 날아가는 ‘인내’의 여정

 

머스크의 계획을 따라가며 상상해보자. 지금은 2050년, 당신은 스타십에 탑승해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이다. 우주선에는 당신을 비롯한 승객 100여 명과 식량, 생필품, 그리고 화성에서 사용할 다양한 자재가 들어있다.

 

잠시 뒤 우주선이 발사된다. 스타십에 연결돼 있던 1단 로켓 슈퍼 헤비는 발사 후 분리돼 지상으로 돌아간다. 다음 발사 때 재사용하기 위해서다. 스타십은 당신을 비롯한 150t의 화물을 싣고 계속 날아 지구 궤도에 도달한다. 지구 궤도에서 스타십은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 말 그대로다. 연료와 산화제를 실은 또 다른 로켓이 지구에서 발사된다. 그리고 지구 궤도에 있던 당신의 우주선과 도킹해 연료와 산화제를 가득 채워준다. 이제 몸도 마음도, 연료통도 든든하게 화성으로 향할 일만 남았다.

 

2050년 당신이 화성까지 가는 여정은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갔던 길과 닮았다. 2020년 7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출발해 발사 200여 일 뒤인 2021년 2월 18일 화성 대기에 진입하는 일정이었다. 비행거리는 4억 7000만km. 탐사 로버의 이름이 ‘인내(Perseverance)’였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6개월간 스타십 안에서 모쪼록 잘 버텨내야 한다. 소설책이라도 넉넉히 챙겨갔길.

 

▲4월 20일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체 ‘스타십’의 첫 지구 궤도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스타십은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보내기 위해 개발됐다. 사진은 1단 로켓 ‘슈퍼 헤비’에 연결돼 발사대에 서 있는 스타십. 

 

 ‘공포의 7분’ 버텨낸 자만 화성 땅을 밟을 수 있다

 

‘승객 여러분, 우주선이 7분 후 화성에 착륙합니다. 멀미약은 좌석 등받이에 위생봉투와 함께 들어있습니다. 카펫에 토하지 마세요.’ 두꺼운 관측창 밖으로 붉은 화성 땅이 보일 때쯤, 스타십안에선 이런 방송이 들릴 것이다. 화성에 착륙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은지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공포의 7분’이라고 불리는 재진입을 큰 난관으로 꼽았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다시 돌입하는 과정을 재진입이라고 부른다. 화성의 경우 대기권 진입 이후 착륙까지는 6분 50초가 걸린다. 이 안에 우주선의 속도를 0으로 줄여야 한다.

 

우주선이 행성 대기와 마찰하며 온도가 상승하고, 우주선 표면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이글거린다. 화성의 경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화성의 대기 농도는 지구의 1% 수준이다. 우주선의 속도를 늦추기엔 대기가 너무 엷다. 게다가 스타십은 단순한 우주탐사선이 아니라 우주 ‘화물선’이다. 우주선이 무겁다는 건 그만큼 속도를 줄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질량이 클수록 물체가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 즉 관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현재 재진입 과정에서 극초음속 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급속도로 줄이거나, 나아가 역추진 기술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퍼서비어런스의 경우, 지표면에 닿기 약 3분 전 낙하산을 펼치고, 1분 전에는 이 낙하산을 떼낸 다음 역추진하는 방식으로 착륙했다. 스타십은 화성 대기와 마찰하며 발생하는 열을 막기 위해 열 차폐체를 두르고, 역추진 장치를 이용해 속도를 줄일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대기권에 돌입할 당시 초속 7.5km로 날아가던 스타십의 속도는 0으로 줄어든다.

 

 

 고향 집 다녀오듯 지구를 오갈 순 없을까

 

드디어 화성 땅에 발을 디뎠다. 6개월간 스타십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던 데다가 공포의 7분을 겪은 당신이라면 ‘다시는 저 우주선에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향 땅이 가끔은 그리워질 수도 있다. 

 

돌아갈 방법은 있다.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내려준 스타십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연료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 스타십의 연료는 메테인이다. 화성의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만든 다음, 이 수소와 화성 대기 속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얻는다. 이를 ‘사바티에 반응(Sabatier Reaction)’이라고 부른다.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산소는 따로 저장해 산화제로 사용한다. 전 교수는 “메테인은 현재도 소형 로켓에서 많이 사용하는 연료인 만큼, 스타십의 연료로 메테인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우주선의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원자력을 이용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NASA는 지난 1월 24일 우주선에 적용할 핵추진 기술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새로운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우주인들은 전에 없던 속도로 심우주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해결할 주요 과제”라고 했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해 전기를 생성하고, 이렇게 생긴 전기로 제논이나 크립톤 같은 가스에 양전하를 대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생성된 가스이온을 우주선 밖으로 분출하며 추력을 얻는다. 핵추진 기술을 이용하면 화성까지 가는 시간이 100여 일까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메테인 또는 원자력. 어떤 연료를 사용하든 지구를 떠날 때보다 화성을 떠날 때 더 수월하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구를 떠나올 때는 스타십에 슈퍼 헤비까지 연결해 추력을 얻어야 했지만, 화성을 떠날 때 그럴 필요는 없다. 스타십만으로도 화성 중력을 벗어날 수 있다. 당신이 타고 온 스타십이 빛나는 점이 돼 저 멀리 사라진다. 또 다른 화성 이주민을 데려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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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기자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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