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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북한은 정말 수소폭탄을 터트렸을까




1996년 9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이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결의됐다. 이 조약은 현재까지 183개국이 서명했다. 이전까지 2000여 건이 넘게 진행됐던 핵실험은 이 조약 이후로 지구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실시된 핵실험은 불과 여덟 번.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네 번이 북한의 소행이다. 세계의 따가운 눈총 때문인지 실험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6일 벌어진 네 번째 핵실험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4차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의혹 세 가지를 짚어봤다.

 


1.핵실험, 어떻게 알았을까

북한은 1월 6일 낮 12시 30분 조선중앙 TV 특별 보도를 통해 “조선 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6일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발표 이전에 우리 정부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북한 핵실험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핵실험이 실시된 직후인 10시 30분 48초에 강원도 속초의 기상청 관측소에서 처음으로 인공 지진파를 감지했다. 1분 4초 뒤에는 서울에서, 2분 뒤에는 제주도에서도 지진파를 확인했다. 비슷한 시각, CTBTO도 36개 관측소에서 지진파를 관측했다. CTBTO는 건설 계획 중인 것을 포함해 전세계에 170개의 지진파 관측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강원도 원주에도 시설이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CTBTO가 최종적으로 확인한 폭발의 규모는 4.8이었다. 지난 2013년에 실시됐던 3차 핵실험의 4.9보다는 낮은 수치다. 규모는 0.1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지진의 세기는 꽤 차이가 난다. 핵실험 같은 인공 지진의 경우 규모가 1만큼 차이 날 때마다 위력은 10배씩 세진다. 따라서 이번 핵실험보다 규모가 0.1 큰 3차 핵실험은 약 1.4배 더 강력하다.

바다와 대기에서도 핵실험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CTBTO는 수중 청음 관측소(hydrophone station) 여섯 개와 T파 관측소(T-phase station) 다섯 개를 바다에서 운용 중이다. 수중 청음 관측소는 깊은 바닷속에 센서를 달아 폭발 시 발생한 미세한 파동을 확인하고, T파 관측소는 해안가주변에서 지각이 흔들리면서 생기는 파동을 측정한다. 특히 수중 청음 관측소에서 나온 결과가 중요하다. 이론적으로는 단 하나의 수중 청음 관측소가 전 세계 바다를 모두 감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도가 높다.

대기 변화를 관측할 초 저주파 관측소도 60개가 활동 중이다. 지하에서 핵실험이 일어나면 지상의 산과 같은 거대한 지형이 크게 흔들리면서 공기 중에 초저주파를 발생시키는데 이를 관측해 핵실험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관측소들은 주변 10km2이내의 0.02~4Hz 사이의 초저주파 데이터를 수집한다. 주변 소음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남극이나 사막 같은 오지에서 관측을 하기도 한다. 초저주파 관측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관측법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 때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 실험 지점으로부터 1200km 떨어진 일본 도쿄 남동쪽의 이스미 시와 400km 떨어진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관측소에서 핵실험으로 인한 초저주파가 관측됐다.

지진파, 바다 등 다양한 관측소에서 관측된 결과는 30초 내에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데이터 분석센터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광산의 화약 폭발 같은 노이즈 데이터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분석에 나선다. 물샐틈 없는 이 시스템 때문에 지하에서든, 바다에서든 비밀리에 핵실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방사성물질을 사용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폭탄을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다.



2.북한은 정말 수소폭탄을 터트렸을까?

북한의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세 차례 실험 동안 수소폭탄을 개발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있었지만, 북한이 먼저 나서서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이전에 개발한 핵분열 폭탄은 원자력 발전과 원리가 비슷하다.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중성자와 반응시켜, 작은 원자로 쪼갠(분열) 뒤 그때 발생하는 질량손실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같은 핵분열폭탄이라도 원료에 따라 폭발시키는 방식이 다르다(위 그림 참조). 반면 수소폭탄은 수소동위원소들이 서로 뭉치면서(융합)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할 때 내놓는 에너지만 살펴보면 핵융합이 분열보다 10배가량 크다.

전문가들은 이런 강력한 위력을 봤을 때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는 실패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핵확산방지 단체인 검증조사훈련정보센터(VERTIC)의 휴즈 챌머 연구원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수소폭탄을 사용했다면 폭발 규모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수소폭탄을 쓰면서 지난 2013년 실험보다 폭발 규모를 작게 하려면 소형화가 필수적인데, 수소폭탄 개발 경험이 없는 북한이 단번에 소형화된 수소폭탄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원자폭탄을 터뜨려 발생시킨 고에너지 X선을 내부에 반사시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수소폭탄은 핵분열 폭탄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핵무기 전문가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원자력핵공학과의 스캇 켐프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증폭형(boosted) 핵분열탄”이라고 추측했다. 증폭형 핵분열탄은 핵분열과 핵융합의 중간 단계다. 짧은 시간 안에 큰 에너지를 내놓는 핵융합을 기폭제로 써서 주위의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커다란 폭발을 만든다. 핵분열 방식보다 폭발력은 3~4배나 크고, 핵융합 방식보다 설계는 쉽다.

북한의 입장에서 증폭형의 가장 큰 장점은 소형화다. 북한이 종래에 보유한 핵분열방식은 많은 양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필요하고, 반응을 시작할 때도 적지 않은 화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형화가 어렵다. 반면 증폭형은 소형화가 쉬워 대륙간탄도미사일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폭발 규모로 어렴풋이 추측하는 것 외에, 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대기 중 제논의 동위원소 비율을 통해 추정할 가능성은 있다. 핵실험 직후에 만들어지는 대량의 고에너지 중성자들은 대기 중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제논과 반응해 제논-135, 제논-133등 동위원소를 만든다. 특히 플루토늄 폭탄과 우라늄 폭탄 사이에는 제논-135와 제논-133의 비율이 20~30%가량 차이가 나서, 제논은 핵실험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린다. 이런 제논이 증폭형에도 결정적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켐프 교수는 “증폭형은 핵분열 폭탄보다 7배 이상 운동에너지가 큰 중성자를 내놓기 때문에, 대기 중의 제논 조성이 기존과 다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확인할 기회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켐프 교수는 “제논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1주일 안에 데이터를 얻지 못하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단서는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험 5일 뒤인 1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동해상에서 5차례에 걸친 대기 포집 결과, 정상치를 벗어나는 제논 동위원소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동해상의 대기 포집을 중지하고 육지에서 지속적인 감시 활동을 펼친다고 밝혔지만 효용성은 미지수다. 지난 3차 핵실험 때도 한 달 뒤에 일본 관측소에서 뒤늦게 제논 동위원소를 탐지했지만, 핵종을 밝히는 데에는 실패했다.


증폭형 핵분열폭탄은 원자폭탄보다 7배 이상 운동에너지가 큰 중성자를 내놓는다. 때문에 대기 중 제논의 동위원소의 비율도 보통 원자탄과 다르다. 이런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험 후 1주일 안에 데이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3.삼중수소의 출처는…


북한이 증폭형 핵분열탄을 만들었다고 해도 아직 의문이 남는다. 증폭형 핵분열탄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g 이상의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삼중수소는 일반적인 수소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은 수소의 동위원소로 1g당 가격이 270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아주 귀하다. 다른 나라의 감시를 피해 국제적인 거래로 삼중수소를 구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군은 북한이 삼중수소를 직접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실험 직전인 1월 3일에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는 ‘합동 화생방 기술정보’ 보고서에서 위성 사진을 토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원자로와 연결된 소형 건물은 삼중수소 분리 시설로 추정할 수 있고, 신축 중인 경수로와 그 아래 건축물이 중성자를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북한에 풍부한 리튬의 동위원소인 리튬-6에 경수로에서 나온 중성자를 쏘면 삼중수소를 만들 수 있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이때 나오는 대량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삼중수소를 포획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1957년 영국에서는 경수로에서 리튬-6를 이용해 삼중수소를 만들다가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삼중수소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중수로 원자력 발전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에서 중수를 활용해 산업용 삼중수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는 아직까지 중수로가 없다. 평안북도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중수로로 바꾸는 방법이 있지만 이 방법으로 폭탄에 필요한 대량의 삼중수소를 확보하긴 힘들다. 황주호 경희대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중수로를 활용한 방법은 리튬-6에 중성자를 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려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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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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