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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세계 각국에 번역판을 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잠깐 나온 적이 있고, 일본, 독일 등지에서는 지금도 나오고 있다. 일본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인 ‘니케이 사이언스’는 역사가 40년이나 됐다.
지난 3월, 일본 출장을 다녀온 선배가 ‘니케이 사이언스’ 3월호를 사다 줬다. 흥미롭게 읽다 일본 편집부가 자국어로 써서 덧붙인 후반부 기사에 시선이 갔다. ‘40주년 기념 특집’ 기사였다. 제목은 ‘한눈에 보이는 원자력의 미래도’.일본 원전 산업의 밝은 미래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호소노 데쓰히로 일본 자원에너지청 장관(지금은 퇴임했다)의 기고문과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등 일본의 3대 원전 시공회사의 최신 동향이 소개됐다. 각 회사의 광고도 나란히 실려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었다. 이들은 “에너지를 지키는 장인정신, 미래를 지키는 기술입니다” 등의 말을 크고 시원한 원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잡지가 나오고 며칠 되지도 않아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 중 하나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본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듯, 사고 이후 몇 주 동안 사람들은 노심용융이라는 파국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안간 힘을 썼다. 이 과정은 전세계에 생생히 중계됐고, 사람들은 원전이 얼마나 한 순간에 위험에 빠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체험할 수 있었다. 원전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자주 사용한 기술 중 하나다. 실제로 안전을 최우선시했겠지만 그래도 적지않은 사고가 있었고, 안전을 의심하는 숱한 ‘의혹’들과 싸워야 했다. 20세기 후반 들어 기후변화 문제가 불거지자 화석연료의 유력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들어 다시금 원전 산업의 확대를 꾀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은 그렇게 태어났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이해와 맞는 면이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기 수요량이 연평균 2.5%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누리는 전력 의존적인 생활 패턴을 바꿀 의향이 없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해 전기를 만들 다른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원자력은 분명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힐 만하다.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어떤 형태든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는 생활습관은 지구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에 투자할 비용이면 재생에너지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저자의 최신 책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둘러싼 논쟁과 대안을 두루 정리한 좋은 책이 여럿 나왔다. 그 가운데 국내 이공계 전문가가 쓴 믿을 만한 책을 모아 봤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이 쓴 ‘원자력 딜레마’는 후쿠시마 사고는 물론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의 특징, 외국의 사례, 기술, 그리고 사용후 핵연료 문제까지 원전과 관련된 방대한 정보가 빠짐없이 담겨 있는 책이다. 화학자이자 행정가로서 넓은 시야와 경험을 꼼꼼한 자료와 함께 담았다. ‘원자력 르네상스의 미래’라는 부제가 보여 주듯 원자력 르네상스의 허와 실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다루려고 노력했다.
‘원자력 딜레마’에는 방사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국내에 의학적 관점에서 방사능 피해를 설명해 줄 전문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3월 사고 당시에 방사능 전문가로 언론에 오르내리던 의학자들은 대부분 방사선 진단의였다. 이들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다. 이에 소장파 예방의학자들이 방사능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풀어 쓴 책을 냈다. ‘내 가족을 지키는 방사능 상식사전’은 방사능에 대해 궁금했던 문제들을 문답식으로 친절하게 해설했다.
과학·환경 전문기자가 쓴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는 재생에너지가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국내외 현장을 둘러본 내용을 담고 있다. 2007년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을 출판사를 바꿔 다시 냈다.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지만, 통계 등 관련 정보가 2007년에서 멈춰 있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지난 9월 16일 전국적인 불시 정전 사태가 있었다. 그보다 앞선 12일에는 프랑스 핵폐기물처리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전기와 에너지, 원전과 핵폐기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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