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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인 신기루 설에 불을 지핀 건 테라·루나 사태다. 일주일 사이 테라와 루나 가격이 0원이 돼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디지털 먼지가 돼 사라졌기 때문이다.

 

“1억 대출받은 걸로 투자했는데….”


“2억 이상 날렸지만 어쩌겠어요.”


네이버 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에 곡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5월 7일, 68달러였던 루나 가격이 5일 만에 0.004달러로 무너져 내린 탓이다. 루나를 1억 원어치 샀다면 5882원 남는 수준으로 가격이 폭락한 셈이다.

 

루나에 무슨 일이

 

루나가 이렇게 무너진 건 루나와 연동된 코인 ‘테라USD(테라, UST)’에 문제가 생기면서다. 테라는 늘 1달러로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스테이블 코인’인데, 5월 7일, 테라 가격이 0.98달러까지 떨어졌다. 오랫동안 테라가 0.99달러대를 벗어난 적 없었기 때문에 이는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했고, 곧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무너지기 전까지 테라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운영됐다. 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비싸지면 공급을 늘리고, 1달러보다 싸지면 공급을 줄이는 식이다. 여기에 루나가 필요하다. 테라를 갖고 있던 사람들은 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지면 언제든 1테라를 1달러만큼의 루나로 바꿀 수 있다. 그럼 개발사인 테라폼랩스는 투자자들이 가져온 테라를 폐기해 테라 공급량을 줄이고 가격을 다시 높일 수 있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반대로 테라가 1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테라로 바꾸고 싶어 한다. 1달러 가치의 루나를 주고, 더 비싼 1 테라를 받아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테라폼랩스는 돌려받은 루나를 폐기해 시장의 루나 공급량을 줄이고, 테라의 공급량을 늘린다. 이런 테라-루나 교환 비율 등은 알고리즘으로 짜여 있어 테라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리즘으로도 테라와 루나의 위기를 막을 순 없었다. 5월 7일, 누군가 8500만 테라를 팔면서 1달러로 일정해야 하는 테라 가격이 0.98달러로 떨어졌다. 테라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테라폼랩스는 ‘루나파운데이션 가드(LFG)’를 내세워 테라 가격 유지에 나섰다. LFG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재단으로, 테라 가격이 떨어졌을 때 시장에 풀린 루나를 사들일 수 있도록 비트코인을 비축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LFG가 루나를 사들여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결국 루나와 테라 모두 폭락했다.

 

● 강형석 전 테라폼랩스 개발자 인터뷰

 


언제부터 테라폼랩스에서 일하셨나요?


2020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테라폼랩스에서 일했어요.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인턴을 마치고 한국에 왔다가 테라폼랩스에 다니던 한 직원의 추천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당시 테라폼랩스에는 테라-루나가 서로 가격을 뒷받침한다는 아이디어만 있었지 (테라와 루나의 용도와 관련된) 금융 프로젝트는 없었어요. 그래서 스마트 계약을 개발하잔 얘기가 나왔고 저는 당시에 ‘휴스턴’이라는 스마트 계약 개발 툴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20%에 달하는 이자율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의문스러운 점이 많아서 퇴사했죠.


 어떤 것들이 의문스러웠나요?


일단 ‘오라클’이 오작동하는 걸 몇 번 확인했어요. 블록체인은 여러 사람이 장부를 나눠 갖는 분산 장부 시스템인데, 그 장부에 해당하는 ‘블록’에는 거래 금액과 송금 주소 등만 기록돼요. 외부 거래소에서 지금 테라가 얼마인지, 루나가 얼마인지 같은 데이터를 가져와 기록할 순 없죠. 근데 테라는 시장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동돼야 루나와 공급량 조절을 할 수 있잖아요. 이때 오라클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거래소 가격 데이터를 가져와서 블록체인에 입력해 줍니다. 그럼 블록을 찍어낼 때마다 ‘테라 가격은 얼마야’라고 값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보통 오라클은 코인을 개발한 회사 말고 다른 파트너사에서 운영해요. 거래소 가격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하는 일을 파트너사에서 하는 거죠. 그런데 테라폼랩스는 내부에서 오라클을 운영했어요. 미심쩍은 부분이죠.


 
오라클이 오작동한 건 언젠가요?


가장 최근은 테라가 무너져내린 뒤에도 테라 가격이 1달러로 기록돼 있었던 거고요. 2021년 12월 10일에도 오작동하면서 자동 청산되는 일이 있었죠. 테라폼랩스엔 루나를 담보로 맡기고 테라를 대출받는 ‘앵커’라는 게 있는데, 이곳 오라클에 루나 가격이 잘못 기록된 거예요. 실제론 66달러 정도였는데 58달러 정도로 기록됐죠.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투자자들이 맡긴 담보 가격이 낮아지니까 알고리즘이 이걸 부실 자산이라고 보고 자동으로 청산하게 돼요. 당시 오라클이 잘못되면서 460억 원 정도가 청산됐어요. 테라폼랩스에서 그만큼의 루나를 가져간 거죠. 비유하자면, 5억짜리 집을 담보로 맡기고 3억을 빌린 거예요. 근데 장부에 분명 담보의 가치가 시장가인 5억으로 기록돼 있어야 하는데, 어느 날 돈을 빌려준 사람이 ‘네가 맡긴 집의 가치는 이제 1억이니까 내가 네 집을 가져갈게’라고 한 셈이죠.

 

보통 사람들은 조작이 있었는지 알아보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죠. 원래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이 ‘코드가 곧 법이다’란 건데요, 수학적 과정을 거쳐 능력을 입증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든 재량 하나만으로 자주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어떤 정부나 큰 단체의 개입 없이 자산에 대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탈중앙화’라는 개념이 나온 건데, 지금은 (가상자산의) 95%는 돈을 벌고 싶어 ‘탈중앙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들이고, 5% 정도만 진짜라고 봐요.


어려운 과학 개념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과학 기자나 중간 전달자가 있잖아요. 그 역할이 없으면 더 많은 사람이 유사과학을 믿게 될 테니까요.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분야에도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7월 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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