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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시]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기다립니다

 

지하철: 무사히 돌아가길 기도해 주세요


12시에 점심을 먹으며 시작했던 ‘수업’은 7시에 저녁을 먹으며 끝났다. 그러나 집에 돌아갈 수 있었던 건 9시를 훌쩍 넘긴 밤이었다. 장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단연 장애인콜택시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장애인콜택시는 620대뿐이다. 이용자 수 3만 9421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콜택시를 불러도 1시간에서 3시간까지 기다리는 상황이 잦다. 이날 김 활동가가 부른 장애인콜택시는 부른 지 2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장애인콜택시 차량을 증차하면서 평균 대기시간을 55분(2019년)에서 20분대(2021년)로 크게 단축했다”고 했다. 


다음 선택지는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산다면 행운이다. 여전히 서울시에서도 22개 역사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승강장까지 내려가기 어려워 집 근처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한다.


종각역에서 지하철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수단은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리프트 두 가지다. 그러나 휠체어 리프트는 여간 급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선택하지 않는다. 노후나 관리부실로 위험할 수 있어서다. 1999년부터 수도권 지하철에서 벌어진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17건, 이중 사망사고는 5건이다. 김 활동가는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계단 아래를 바라보면 공포감이 덜컥 든다”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에 내려가자 또 하나의 큰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빈틈이다. 여기에 바퀴가 끼이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틈 사이가 넓은 몇몇 역은 틈 위에 올려둘 판자를 비치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 판자는 역에 전화를 하고, 역무원이 위치를 확인한 뒤 출입문 주변의 승객들을 이동시키고서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9일, 휠체어 이용자인 유튜버 김지우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에 올린 영상 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8월 30일 서울 지하철 여의나루역에서 “역사 내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밖으로 대피해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떴다. 동시에 엘리베이터 전원이 꺼졌다. 김 씨는 해당 영상에서 “10분 뒤 화재 경보가 오작동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았지만, 그 사이 승강장을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실제로 화재가 났을 경우 내가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9일 경기도 부천시 지하철 상동역에서는 변전실 감전 사고로 배출된 소화용 이산화탄소에 중독돼 유승훈 씨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근무자 2명 외 역사 내 시민을 모두 대피시켰다며 “부상자가 없다”고 발표했었다. 유 씨는 당시에 장애인 화장실에 있다가 휠체어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영상에서 “대피에서 1순위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대피를 하고 싶다”며 “미국 보스턴 지하철역의 경우에는 대피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소를 공급해 주는 대피소가 마련돼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고 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 김 활동가는 “조심히 들어가세요, 참고로 저는 무사합니다”란 메시지를 보내왔다.

 

 

 

 

202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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