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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보다는 대학이나 연구소같은 데서 학문과 연구의 길로 나가고 싶다. 이런 입지(立志)를 가진 사람에게 특히 권장할만한 학과는?
 

특별히 권할만한 학과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학과를 선택하든, 또 어떤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든 학부에서는 기초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원이나 그후의 연구생활이 쉽게 풀려 나간다. 응용분야의 학과에서라도 그 분야가 요구하는 기초를 확실히 해놓는 게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학부에서는 기초공부에 주력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부에서 기초공부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되고 있다. 특히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외국어에 집중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현재 고교성적은 중위권이다. 그러나 학문에 뜻을 두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일류대학에 가기도 힘들고 또 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참고될 말을 듣고 싶다.
 

우선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두고 싶다. 대학교수라고 해서 중·고교시절에 늘 우등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평범한 학생으로 대기만성형의 성공을 거둔 예는 많이 있다. 다만 실제적으로 잘 분별해야 하는데 소위 일류대학에 못갈 실력이라면 경쟁률이 좀 낮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그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된다. 대학공부는 고교공부와는 좀 달라서 고교때 뒤지던 학생이 대학에서는 앞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하튼 대학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추천 등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대학에서도 중·하위권이라면 방향을 달리 잡는 게 현명할 것이다.

 

학자의 길로 나가려면 오랜 세월 돈버는 것보다 돈쓰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집안도 가난한데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여진다.
 

대부분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이 대학졸업후 곧 취직을 한다. 학생같은 경우라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집안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 된다. 각 대학이 아주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잘 알 것이다. 또 과학기술대에 입학하면 돈걱정은 별로 안해도 된다. 포항공대도 장학금혜택을 많이 준다. 대학졸업후 과학기술원에 들어가면 수업료·숙식비 걱정을 안해도 된다. 또 박사학위를 얻으면 과학재단에서 유학까지 알선해준다. 현재 수백명의 포스트 닥(Post Doc)들이 과학재단의 지원으로 유학하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잘 하라!" 이것이 가난한 학생의 자기구원의 메시지이다.

 

요즘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얻고서도 마땅한 자리가 없어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부에서는 대량으로 과학자를 양성할 계획인데 이들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이 우려하는 현실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크게 봐서 길은 넓다고 본다. 지금도 학위를 가진 고급두뇌가 대부분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려니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 일시적 마찰실업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정부의 장기 과학·기술계획에는 2000년초까지 15만명의 고급 과학두뇌를 확보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현재 5만명 정도가 확보돼 있다. 인구당 과학자수, 경제규모의 확장과 질적인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생각하는 15만명의 과학자수는 넘쳐 남아나는 수자가 아니라고 본다. 과학자에 대한 수요는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박사의 길


순수히 학문생활을 한다 해도 보다 유망한 분야가 있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특히 한국사회가 보다 필요로 하는 학문이 있는지….
 

문명히 보다 유망한 분야라는 게 존재한다. 학문세계에서도 시류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학문 그 자체에 매료되어 주위를 살핌이 없이 자기 하고픈 분야에 투신하는 것도 의미있고 멋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역시 좀 특수한 사람들이 하는 일일 것이다.
 

이 문제에 답하는 사람(조경철)의 개인의견을 말한다면 앞으로 10~20년 사이에는 생명과학, 우주과학, 소립자물리학이 중요하고 인기있는 분야라고 본다. 또 정부의 계획을 보면 컴퓨터·통신, 정밀화학, 신소재 등이 한국사회에서 우선순위가 부여되는 분야이니까 참고하기 바란다. 해양·항공·우주분야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기는 하나 한국의 역량으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는 벅찬 분야라고 정부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우주 분야의 수요 증가

 

대학재학중, 또는 졸업 즉시 유학을 하고 싶다. 더러는 고교 졸업 즉시 유학하는 학생도 있는데 유학하는 시기도 중요한 것인가.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빨리 유학을 가더라도 대학 3,4학년쯤에 가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한국사회는 어느 학교에 다녔느냐, 동창관계가 어떤가 등이 인생항로의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을 한다.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이러한 심리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외국에서 학부부터 다니는 것도 좋으나 그런 사람이라면 귀국보다는 현지에서 취업한다는 각오를 갖는 게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리고 재정사정이 나쁘면 일찍 서둘러 유학가려하지 말고 국내에서 공부하면서 기회를 마련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요즘은 미국이나 유럽어디에서나 고학을 한다는게 과거보다 어려워졌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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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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