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턱없이 높은 턱
휠체어는 3cm 이상의 턱을 넘을 수 없다. 성인 기준으로 검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다. 비장애인은 눈치채지도 못하는 얕은 턱 때문에 장애인들은 취향에 맞는 가게에 들어갈 수 없다. 김 활동가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결국 카페를 찾지 못하고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 팀장은 “원래 밥부터 먹고 시작해야 해요. 휠체어특공대 활동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 많거든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밥을 먹고 싶어서 식당에 가는 것과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없어 식당에 가는 건 다르다.
출입구에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경사로 하나만 있어도 상황은 크게 바뀐다. 이 팀장은 “가로와 세로 길이의 비가 12 대 1일 때 오를 수 있는 경사로로 판단한다”고 했다. 각도로 환산하면 5°정도다.
주 출입구의 턱 높이는 2cm 이하로 하고, 경사로의 기울기는 12분의 1 이하일 것. 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엔 이를 지키지 않은 건물이 많다.
건물에 설치된 경사로가 가파른 경우, 휠체어로 경사로를 오르려고 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기자는 이날 건물에 설치된 약 17° 경사의 경사로를 오르다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휠체어를 탄 채 뒤로 넘어져 머리를 찧기도 했다. 기자는 휠체어에 얼른 다시 탈 수 있었지만, 장애인들은 도움이 없다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김 활동가의 경우 길을 가다 넘어진 뒤 휠체어에 다시 오를 수 없어서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고 했다.
보도블럭: 이제 ‘엉덩이 안마’가 시작됩니다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김 활동가는 휠체어 탑승을 앞둔 기자를 보며 “이제부터 엉덩이 안마가 시작됩니다”라며 웃었다.
김 활동가가 왜 웃었는지는 거리에 나간 지 5초 만에 알 수 있었다. 휠체어에 앉자 거리의 요철이 거대하게 느껴졌다. 걸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던 야트막한 경사, 도로와 보도 사이의 얕은 턱 모두가 큰 위협이었다. 이날 가기로 한 거리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었다. 돌을 울퉁불퉁하게 깎아 만든 박석이 곳곳에 깔려있었다. 돌 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몸이 휘청휘청했다. 엉덩이가 얼얼하고 허리도 뻐근했다.
최 부팀장은 그런 기자를 보며 “실제로 휠체어 이용자들이 이동하다가 조금 튀어나온 보도블럭 때문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휠체어특공대 활동을 하다가 길거리의 요철을 보면 바로바로 ‘서울스마트 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에 신고한다”고 했다.
거치대에 고정돼 있지 않은 자전거, 아무렇게나 세워놓은 전동킥보드, 폐기물, 인도를 침범해 주차한 차 모두 위협요인이었다. 이 팀장은 “이 길을 유아차가 갈 수도 있고, 전동휠체어가 갈 수도 있고, 시각장애인이 갈 수도 있다”며 “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