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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요?

 


엘리베이터: 비장애인은 먼저 내리는 게 좋아요
인사동 상가의 장애인 화장실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건물 내부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는 가만히 있으면 내려가니 이제는 수월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과정에도 ‘스킬’이 필요했다. 


들어간 뒤, 휠체어를 그대로 180°회전해야 내릴 때 후진하지 않고 내릴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최소 면적은 가로·세로 150cm다. 회전하지 않고 그대로 타고 내린다고 했을 때 수동휠체어는 최소 가로·세로 100~120cm, 전동휠체어는 최소 가로·세로 120~140cm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의 벽면이나 천장에 거울을 설치해 두면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할 때 폭을 가늠할 수 있다. 사람이 가득찬 엘리베이터에는 이 공간이 확보되기 어렵다. 김 활동가는 “휠체어 이용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때는, 휠체어 이용자가 먼저 타고 나중에 내리도록 해 휠체어를 움직일 공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 부팀장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 시선의 압박이 가장 심하다”며 “휠체어 이용자를 향한 시선을 느껴보라”고 했다. 그는 “좁은 공간 아래서 모두의 시선이 휠체어 이용자를 향하는데, 아래로 보는 시선에 둘러싸여 있는 건 너무나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완벽한 사례를 만날 수 있었다. 함께 탄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이…, 난 젊은 사람이 그러면 너무 안 됐어…”라며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 휠체어를 탔다는 사실만으로 ‘안 된’ 사람이 됐다. 할아버지가 내린 뒤, 이 팀장은 “그럴 땐 ‘아뇨, 괜찮아요!’라며 해맑게 웃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이어 “장애인들이 원하는 건, ‘불쌍하다’는 동정도 ‘역경을 이겨내 대단하다’는 추켜세움도 아니다”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장애인 곁에서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는 사람은 ‘보조자’지 ‘보호자’가 아니다. 이들은 ‘보호’가 필요한 객체가 아니라 ‘보조’가 필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배려한다’며 자신을 포장하는 행위도 문제예요. 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아니예요. 그냥 나를 위해서 해요. 내가 나중에 장애인이 됐을 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집 밖에 나올 수 없는 환경이 아니었으면 좋겠으니까. 상대방을 평가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는 거예요.” 

 

 

화장실: 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 화장실(띠용)


드디어 그 귀하다는 장애인 화장실에 입성했다. 김 활동가는 점심을 함께 먹을 때부터 물이나 국물 등 액체류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밖에서 화장실에 가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최 부팀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화장실”이라며 “장애인 화장실을 찾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찾아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했다. 


장애인 화장실 이용하기. 기자가 배운 ‘교육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였다. 우선 화장실에 진입한 뒤, 180°회전해 변기에 휠체어를 나란히 붙인다. 그 다음 손으로 변기 시트를 잡아 지탱한 뒤 휠체어에서 변기 시트로 옮겨탄다. 용변을 볼 때는 옆의 접이식 손잡이를 내려 잡는다(60쪽 QR코드 참고).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휠체어가 회전하기에 충분한 변기 옆 공간과 변기에 앉은 채로 접고 펼 수 있는 손잡이다. 그러나 공간이 있더라도 청소도구를 가져다 두는 경우, 손잡이가 있더라도 변기에 앉은 채로 접고 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겨우 찾은 장애인 화장실을 뒤로 하고 다시 동동거리며 다른 화장실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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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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