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통기업 아마존은 2020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배송용 드론 ‘프라임 에어’의 운항 허가를 획득했다. 드론을 이용해 모든 고객이 30분 이내에 상품을 배송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아일랜드에서 자사 제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2020년 3월부터 개시했다. 미국의 택배기업 UPS와 알파벳의 자회사인 윙도 드론 배송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사람의 노동력과 자동차를 이용한 배송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택배 물류 분야를 혁신해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항공, 해운업계의 변화도 감지된다. 6월 국제해사기구(IMO)는 영국 런던에서 제76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를 열고 2023년부터 선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감축하는 규제안을 채택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2018년 제안했다. 항공기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는 등 항공기술과 공항 운영을 개선해 항공산업 전반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배송산업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사람만을 위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전 세계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배송, 물류 시장 역시 모빌리티의 진화와 함께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비대면 문화는 사회를 순식간에 뒤바꿨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문화다. 과거에는 쇼핑을 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해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샀다면, 이제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받는 게 일상이 됐다.
물건 하나가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거쳐야 할 배송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원료가 되는 원유는 중동이나 아메리카 등지에서 생산돼 선박을 통해 정유기업 공장으로 배송된다. 여기에서 나프타로 정제한 뒤 인근 석유화학기업으로 배송해 플라스틱을 만들고, 이는 다시 가공 공장으로 옮겨져 제품으로 가공된다. 완성된 플라스틱 제품은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온다.
배송은 이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화물차부터 비행기나 선박, 기차까지 다양한 모빌리티가 동원된다. 문제는 전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며 이들로부터 야기되는 환경오염 문제 또한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 물동량이 크게 감소했던 2020년에는 국내 수송 분야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전년도 대비 410만t(톤)가량 줄었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에서는 운송에 의한 오염물질 배출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주로 내연기관은 유지한 채 연료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박의 경우 저유황유나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항공기 또한 바이오 연료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고 유체역학을 고려한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발걸음을 맞추려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려면 친환경 연료를 개발하는 것 외에 항공기, 선박, 기차 등 운송수단 모두를 친환경, 지능형 모빌리티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자동차는 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는 전기동력차가 이미 개발돼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선박, 비행기 등은 아직 연구단계다. 철도 분야는 전동화가 일부 이뤄졌다. 지상과 연결된 덕에 전선과 배선 철로를 이용한 전기동력열차가 이미 상용화됐다. 하지만 장거리를 이동하는 화물용 열차는 사정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열차가 여전히 물류 운송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열차도 이제야 실증 단계다.
운송수단마다 전동화 속도가 다른 이유는 각각의 운송수단에 맞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별도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실증시험이 진행될 수소전기트램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탱크가 트램 상단에 설치된다. 그런데 차량에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물 배출에 문제가 생겨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출력의 한계도 개선해야 한다. 선박이나 항공기, 기차 등은 자동차와 달리 거대한 몸체를 움직여야 하는 만큼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2개 이상의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며 충분한 출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치 두 명이 발을 묶어 달리는 이인삼각 경주에서 혼자 달리는 것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배터리에서도 이들 운송수단에 적합한 출력을 얻으려면 기술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배터리는 자동차에 맞는 출력과 운행 거리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얇은 분리막 등이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출력을 안정적으로 높이는 것이 친환경 배송 모빌리티 개발에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조과정과 쓰레기 처리에서 환경오염 발생이 적은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제조기업에서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환경오염이 적은 원료를 사용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해 나가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운송수단이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환되면 물류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소비를 완성하려면 미래 모빌리티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송 시간 줄여 온라인 쇼핑 가속화할 라스트 마일
배송산업에서 모빌리티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라스트 마일이다. 이동이나 배송 등에서 목적지에 닿기 전 마지막 거리 또는 단계를 뜻한다. 학교나 직장에 갈 때를 떠올려 보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정류장 또는 역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 일정 부분을 걸어가게 된다. 이 구간에 킥보드, 자전거 등의 모빌리티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라스트 마일이다. 이는 배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품이 물류센터 또는 중간 경유지에서부터 고객에게 닿기 전까지를 배송의 라스트 마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송을 할 수 있는 모빌리티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라스트 마일 배송의 대부분은 택배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2020년 국내 택배시장 실적’에 따르면 2020년 택배 물동량은 33억 7373만 개에 달한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연간 65.1회, 경제활동인구 기준으로는 122회다. 국내 소비문화에서 라스트 마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물류와 택배는 사람의 노동력에 크게 의지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다. 한 건의 택배가 우리 손에 닿기까지 집하, 분류, 배송 등 모든 단계가 사람의 손으로 이어진다. 최근 온라인 쇼핑이 늘며 택배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량이 시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라스트 마일에 해당하는 배송 단계에서 차세대 모빌리티를 적절히 활용해 더욱 안전하고 빠르며 친환경적인 배송문화를 정착시킬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과 UPS 등 글로벌 유통기업에서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각국 정부 역시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9년 한국 정부는 ‘드론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하며 세 단계에 걸쳐 드론 택배에 필요한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미국 FAA가 드론 택배에 필요한 안전과 보안 등에 요구되는 규제를 완화했다.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현실화한다면, 하늘을 나는 드론이 건물을 오가며 택배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가 라스트 마일 배송에서 활약하는 사회에서 우리 삶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문화는 더욱 더 가파르게 온라인으로 전환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주는 접근성, 편의성 등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상품을 구매하고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큰 약점이었다.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려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이 든다. 만약 미래 모빌리티를 이용한 배송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물류창고에서부터 각각의 개별배송이 가능해지는 만큼 그간 온라인 쇼핑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던 배송 시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모빌리티가 바꾸는 배송문화는 도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심 내 쇼핑지구는 외곽으로 이동하며 거대화되고, 반대로 현재 외곽지역에 주로 위치하는 거대 물류센터가 소형화되며 도심 속으로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물류 이동의 효율이 높아지며 화물 교통량이 감소할 것이다. 이는 도시의 확장과 축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