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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0년내 진짜 석유대란 온다

41년뒤 바닥나는 석유…에너지 전환 준비할 때

10년내 진짜 석유대란 온다

2014년 10월 1일. 김석유씨의 아침은 석유통을 들고 주유소 앞에서 긴 줄을 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름값이 배럴당 2백달러를 넘으면서 정부는 ‘석유 배급제’ 를 실시했다. 자동차는 폐차한지 1년이 넘었고, 지하철도 예전 택시처럼 비싸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동료가 부럽다. 10시가 넘으면 불을 끄고 한여름에도 선풍기조차 쓰지 못한다. 그 많던 PC방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인터넷에서는 ‘조선시대처럼 살아가기’ 가 최대 화제다.

‘김석유 씨의 하루’ 를 단지 공상으로 넘길 수 있을까. 요즘 국제유가가 40달러를 넘어서며 ‘3차 오일쇼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0.25% 포인트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5% 포인트 준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러시아 석유 회사의 부도 위기 등이 해결되면 국제 유가가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석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석유 대란은 언젠가 닥칠 수 밖에 없다.

과연 지구에 묻혀 있는 석유는 얼마나 되며 석유 대란은 언제 닥칠까.

미국 석유 전문잡지 ‘석유가스저널’ (OGJ)은 지난해초 “지금까지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1조2천1백28억 배럴로 현재 석유 소비량을 기준으로 41년 동안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석유회사 BP도 석유 매장량은 1조1천4백77억 배럴로 41년 정도 쓸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는 약 60년, 석탄은 2백년 가량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때부터 대란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소비는 앞으로 연평균 1.2-2.4% 늘 것으로 보이는데 생산이 정체돼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 석유 대란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석유 대란이 30년 뒤에나 찾아올 것이라고 낙관한다. 미국지질연구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가 많아 2037년에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점을 2100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질학자 콜린 캠벨은 세계에서 채굴할 수 있는 석유는 모두 1조8천억 배럴이며 이중 절반을 써버리는 시점은 1-2년 뒤라고 전망한다. 한국은행도 최근 “2007년경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내 비관론에 무게를 더 실었다. 특히 한국은행은 석유 공급이 불안해지면 천연가스, 석탄도 함께 값이 뛰어 총체적인 ‘화석연료 위기’ 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에 정부 기업 모두 비상

연일 계속되는 고유가에 정부와 기업 모두 비상이다. 정부는 지난 8월25일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 를 열고 석유 위기 극복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공공기관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2006년부터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구입한다는 것이 이날 나온 대책이다. 또 정부는 에너지 절약형 전자제품의 구입을 늘리고 초저황 경유의 교통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기업도 고유가에 난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8월 중순부터 국제선 요금을 4-5% 인상했다. LG전자는 휴식시간에 형광등과 사무기기의 전원을 끄는 등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다. 이런 방식이 당장의 위기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언젠가 다가올 근본적인 ‘석유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염명천 산업자원부 과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어 5-10년후 석유 수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수소에너지개발사업단 김종원 단장도 “2014년부터 원유의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안에 진짜 ‘석유대란’ 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석유 4% 그쳐

석유 대란을 피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있을까. 하나의 해결책이 깨끗하고 고갈되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다. 정부는 2012년까지 전체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현재의 2.06%에서 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대로 된다고 해도 나머지 95%는 화석연료와 우라늄으로 채워야 한다.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프랑스는 전체 석유 소비량의 73%를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다. 또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27.9%에 불과해 석유 위기에 타격을 덜 받고 있다. 한국이 중동에 의존하는 석유는 전체의 79%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자원빈국’ 일본도 해외 석유 개발이 한창이다. 중국은 2006년부터 카자흐스탄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고, 일본도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도록 합의하는 등 해외 유전 개발을 통한 석유 수입이 10%를 넘는다.

한국의 해외유전 개발은 20년전 예멘 마리브 유전의 성공으로 시작됐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 남미, 리비아 등 25개 유전에서 하루 46만 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1일 러시아를 방문해 시베리아 천연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에너지 외교’ 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이 해외 유전을 직접 개발해 들여오는 석유는 전체 석유 수입량의 4.1%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2010년까지 이 비율을 현재 일본 수준인 10%로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은 같은 해까지 비율을 20-30%로 높일 계획이어서 여전히 차이가 크다.

한국은 7월부터 울산시 부근 ‘동해-1 가스전’ 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며 세계 95번째의 산유국이 됐다. 이곳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는 약 5백만t 규모로 한국이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국내 해저 대륙붕에서 석유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서해, 남해, 동해의 7개 광구에서 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허대기 부장은 “서해는 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퇴적분지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공사 성필종 과장은 “그동안 한국이 탐사에 투자한 돈이 일본의 1년 투자비보다 작다”고 밝혔다.

전쟁 기아 등 파국적인 재앙 온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원자력도 중요한 수단이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8%를 원전에서 얻고 있다. 한국(34%)도 원자력 비율을 높이면 석유 위기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십수년 동안 계속된 원전센터(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작업이 최근 전북 부안군에서 중단되며 표류하는 등 원전은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대에 시달리고 있다. 원전센터는 선정에서 준공까지 4년 정도 걸리는데 기존 시설은 2008년에는 포화되기 시작한다. 또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새 원전 건설도 처음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지고 있다.

석유 위기는 전쟁과 테러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배후에는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의 석유 자원이 놓여 있다. 중동 지역의 갈등도 상당 부분 석유에서 비롯됐다.

9월초 러시아의 북오세티야 학교에서 인질 4백여명이 죽은 대형 테러의 배경에도 석유가 개입돼 있다. 테러범들은 러시아 카프카스 출신으로 이 지역에는 풍부한 석유가 묻혀 있고 카스피해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송유관이 지나간다. 이 석유를 놓고 러시아와 소수 민족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석유 대란은 일시적인 해결책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류는 산업혁명이후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으로 물질 문명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동물의 세계에서 자원이 부족해지면 남는 것은 서로 죽이고 죽는 비극이다.

이상훈 대안에너지센터 사무국장은 “지금은 석탄 석유 등 ‘탄화수소 문명’이 저물어가는 시기”라며 “에너지 전쟁과 생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발전을 중요시한 20세기의 에너지 사용 형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는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의 석유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심해에서 캐낸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지구에는 고체 상태의 석유 등 ‘석유 이후의 석유’ 가 묻혀 있다. 저유가 시대에는 경제성이 낮았지만 고유가 시대에는 쓸만한 연료가 된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오일샌드’ 다. 석유가 모래와 섞여 있는 형태인 오일샌드는 세계적으로 석유보다 많은 2조5천억배럴이 묻혀 있다. 캐나다 앨버터 유전이 가장 큰 오일샌드 산지다. 이곳에서만 세계가 15년 동안 쓸 수 있는 석유가 묻혀 있다. 캐나다가 쓰는 석유의 4분의1이 오일샌드에서 나온다. 타르석유라고도 한다.

최근 국내 일부 회사들이 쓰기 시작한 오리멀전도 새로운 화석연료다. 오리멀전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늪지대 지하에 묻혀 있는 아스팔트처럼 생긴 물질이다. 유화제를 넣으면 중유와 비슷하게 바뀌는데 t당 발열량이 벙커시유의 70%지만 값은 절반이어서 20~25%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삼성정밀화학과 한국남부발전이 오리멀전을 쓰고 있다.

동해 울릉 분지에 많이 묻혀 있는 ‘고체 천연가스(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도 미래의 석유로 각광받고 있다. 이 물질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스가 물 분자와 결합해 얼음과 비슷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1967년 러시아의 시베리아 얼음지대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극지방, 해저 등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에 들어 있는 탄소의 양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에 들어 있는 탄소의 2배에 달한다.

일본지질조사소는 일본 주변에 1백년 동안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010년경부터 이 물질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지질자원연 류병재 박사는 “2000년부터 울릉 분지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탐사해 유망한 지역을 조사했다”며 “내년부터 정밀 탐사와 시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 허대기 부장도 “울릉 분지에 매장된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6억t 규모며 한국이 30년 정도 쓸 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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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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