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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주체’가 변하다│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장

모빌리티

“최근 교통(transportation) 대신 모빌리티(mobility· 이동)라는 말이 자주 쓰입니다.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은 없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불고 온 혁신과 교통이 만나 만들어낸 새로운 상황이 ‘모빌리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교통 분야는 여러 변화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한다. 앱에서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하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실에서 만난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장은 “택시 호출 서비스가 생기며 이용자는 편해졌고 택시는 손님을 찾기 위해 정처없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져 여러 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현재 스마트폰이 불러 오는 변화도 이토록 혁신적인데 자율주행차가 몰고올 변화는 더 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현재 교통은 ‘소유’에서 ‘공유’로, ‘교통수단’ 중심에서 ‘이동’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전기차 공유 서비스 등과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그 예다. 이런 변화의 끝에는 ‘통합모빌리티서비스(MaaS· Mobility-as-a-Service)’가 있다. 


MaaS는 하나의 앱을 통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교통수단을 한 번에 예약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공유 킥보드, 공유 자전거, 공유 자동차(자율주행), 버스, 지하철 등 모든 교통수단이 포함된다. 이용자는 운송수단 간에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장 저렴하게 여러 운송수단을 예약할 수 있다. 공급자는 이용자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가장 효율적으로 운송수단을 배치할 수 있다. MaaS는 도시에도 이점을 가져온다.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줄고 공유 자동차, 대중교통 이용률이 늘면서 혼잡도와 오염을 크게 낮출 수 있다.

 

Q. 교통시스템에서 ‘공유’가 부상한 이유는?


사실 공유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 대중교통 수단의 한 축인 버스도 공유 운송수단 중 하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공유의 개념이 한 차례 확장됐다. 공유 킥보드, 공유 자전거 등이 대표적이다. 


곧 자율주행차로 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개인 소유의 운송수단이라 여겨졌는데,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필요에 따라 호출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교통 시스템의 큰 혁신이라 여겨진다. 

 

Q. MaaS가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예약과 결제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하는 MaaS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존 교통수단의 통합이 필수다. 현재 가장 진보된 형태의 MaaS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북유럽이다. 택시와 버스, 지하철이 모두 공공기관 소유였기 때문에 통합이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 


한국은 택시와 버스, 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소유하는 곳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 다른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버스와 택시, 지하철 등을 일일이 통합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통합 주체도 고민해야 한다. 교통수단의 통합을 정부가 하긴 어렵고, 현재로서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 네이버, 카카오 같은 ICT 회사, 보험회사 등이 주체로 꼽히고 있다.


한국이 버스-지하철 환승 시스템으로 이미 초보적인 수준의 MaaS를 제공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통카드 관련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비교적 빨리 통합 교통 서비스를 이뤄냈다.
교통에서 공공의 영역이 많이 축소되는 것 같다.


축소보다는 역할이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공공이 도로나 철도 등 교통 시설을 건설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5G 시설 구축이 대표적이다. 

 

Q. 지금은 교통 시스템의 일부가 공공의 영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자가 적은 곳이라도 운행을 하는 구간이 있다. 기업 주도의 모빌리티 시스템이 생기면 교통 소외지역이 늘지는 않나.


늘어날 수 있다. 공급자는 수요에 따라 교통 서비스를 배차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적은 곳은 배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가 많은 곳은 더 편리해지고, 교통 소외지역은 소멸지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보조금을 주는 것이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Q.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은 인간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인류는 계속 이동을 해왔다. 걷거나 뛰고, 소나 말을 타고, 기차나 자동차, 비행기를 타는 등 그 수단이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안 바뀌었던 것은 우리가 이동의 주체라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인류는 이동의 주체 자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운전자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MaaS가 추천해 준 운송수단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의 등장으로 공간 감각이 무뎌졌듯이,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은 이동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 것이다. 교통공학자의 입장에서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발전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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