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갖가지 괴수(怪獸)가 많지만 코뿔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현세의 괴상한 동물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현재에는 코뿔소의 종류가 5가지에 지나지 않으나 먼 옛날엔 보다 더 많은 종류가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피라세라테륨이라는 코뿔소는 육지의 젖빨이 동물중에서 몸집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 코뿔소의 몸길이는 8m나 됐고 높이가 5.4m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들은 6천만년 동안이나 대지를 유유히 활보하면서 번영을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코뿔소 일족은 바로 코앞에 멸종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리카 남단 나미비아에서는 요즘 야생동물인 검정코뿔소의 뿔을 강제로 자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밀렵꾼들이 수만달러를 홋가하는 검정코뿔소의 뿔을 노려 무분별하게 남획을 자행, 1백여마리밖에 남지 않는 등 나미비아의 검정코뿔소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야생동물보호 관계자들이 이같은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미리 뿔을 잘라버림으로써 코뿔소를 죽여 뿔을 얻고 있는 밀렵꾼들의 횡포를 방지하고자 한 묘책이었다.
●―정력제나 단검용으로
최근 아시아의 야생동물 암시장에서는 검정코뿔소에 대한 수요가 가히 폭발적이다. 그래서 밀렵꾼들은 국제적인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극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이 검정코뿔소의 뿔이 정력제로, 예멘에서는 단검(短劍)용으로 시장이 형성돼 검정코뿔소 뿔의 수요가 공급에 비해 엄청나게 초과돼 있는 실정이다.
케냐의 코뿔소 전문가 '에스몬드 마틴'씨에 따르면 검정코뿔소의 뿔은 국제시장에서 ㎏당 1만8천달러를 홋가하고 있다고 한다.
뿔 1개는 보통 4~5㎏ 정도가 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가까운 장래에 검정코뿔소는 멸종할지도 모른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76년 6만5천마리에 이르던 코뿔소(이중 검정코뿔소는 3천5백마리)가 '멸종동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부터 시작된 불법사냥으로 그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짐바브웨 남아공화국 등에서는 동물보호구역을 설정, 검정코뿔소와 흰코뿔소를 적극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나미비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뿔 자르기작전을 민간차원에서 전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보호론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방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정코뿔소의 뿔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뿔의 제거는 이 동물의 생명유지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짐바브웨의 야생동물보호기금 재단책임자인 '데이비드 커밍'씨는 "검정코뿔소의 뿔은 관목의 잎을 따먹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밀렵방지책으로서의 뿔 제거작업은 검토될 수 있을지언정 채택할 수는 없는 방법"이라고 한다.
코뿔소는 말목(奇蹄目) 코뿔소과(科)에 속하는데 지구상엔 현재 5종류가 살고 있다. 3종류는 아시아에 서식하고 있고 2종류는 아프리카에서 산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 남은 것'은 동물원이나 금렵구에서 보호받고 있는 코뿔소에 지나지 않고 야생의 코뿔소는 거의 씨가 마르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합(IUCN)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도코뿔소(학명은 Rhinoceros unicornis)는 불과 수백마리가 인도 서북부의 캐시미르지방에 남아 있다.
자바코뿔소(학명은 Rhinoceros sondaicus)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다. 자바의 '우중쿨론'이라는 보호구에 겨우 25~40마리 쯤이 서식할 뿐이다. 코뿔소 중에서 가장 작은 수마트라코뿔소(학명은 Didermocerus sumatrensis)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2종류가 살아 남은 아프리카코뿔소의 형편은 아시아코뿔소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조사에 따르면 그들 역시 대부분 금렵구에서 보호 받고 있다.
아프리카코뿔소로는 흰코뿔소(학명은 Diceros simus simus)와 검정코뿔소(학명은 Diceros bicornis)가 있다. 그런데 최근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흰코뿔소중 북부 아종(亞種)이 보호수렵구에서 발견됐고 그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코뿔소의 생김새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위는 뭐니뭐니해도 뿔.
아시아에서 서식하고 있는 인도코뿔소와 자바코뿔소의 뿔은 한가닥이지만 수마트라코뿔소와 아프리카의 흰코뿔소 검정코뿔소는 두가닥의 뿔을 갖고 있다.
코뿔소의 뿔은 소의 발굽 성분인 케라틴이라는 단단한 물질로 되어 있다. 흰코뿔소의 앞코 뿔의 길이는 놀랍게도 75~1백55㎝.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이 뿔은 매우 단단하다. 때문에 어쩌다 힘을 주어 다른 물질과 부딪치면 부러지기 일쑤다.
코뿔소는 뿔의 모양이 사나워 잔인한 동물로 오해를 받기 쉽다. 코끼리까지도 코뿔소를 만나면 뒷걸음질을 칠 정도다. 따라서 사람들이 코뿔소를 무섭고 힘센 동물이라고 간주함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중세기부터 사람들은 가공의 동물인 긴 뿔을 가진 유니콘의 마력이 코뿔소에 옮겨져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코뿔소의 뿔로 만든 술잔을 사용하면 술에 독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를 곧 알 수 있으므로 독살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코뿔소의 뿔로 만든 가루가 간질병이나 흑사병을 고치는 데 특효라고 믿었다. 또 아기를 분만할 때 임산부가 이 가루를 먹으면 고통이 경감된다고 생각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코뿔소의 뿔을 갈아 마시면 젊어지게 된다고, 즉 불로초와 같은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근대에 들어와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허구임이 증명됐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아시아권에선 이러한 미신을 믿고 있다.
●―검정코뿔소의 수난
검정코뿔소가 유럽인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7세기경 아프리카의 탐험가들에 의해서였다. 1665년 케이프타운에 처음 도착한 네덜란드인 '양 훤리베크'씨는 테이불산 기슭에서 검정코뿔소를 자주 볼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18세기에 이디오피아를 탐험한 '제임스 부르스'씨는 수단에서 서식한 검정코뿔소를 관찰, 그들의 생활상을 상세히 소개하였다. 검정코뿔소는 주로 서부와 남부 아프리카의 사바나지대나 깊은 숲속에서 살지만 서부의 열대우림지에서는 서식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코뿔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지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아프리카 코뿔소의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코뿔소의 수난은 아랍상인들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백인들이 들어오면서 사냥놀이로 대량 희생되기 시작했다.
기록에 따르면 검정코뿔소는 처음에 케이프주 일대에서 상당히 많이 서식했으며 1700년 경에는 지금의 남아연방에도 많이 퍼져 살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프주에선 1853년 이후 검정코뿔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36년 '호부레이'씨는 검정코뿔소가 20세기 들어 급격히 줄어들어 과거의 20%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코뿔소는 보통 17~18개월 동안의 임신기간을 거쳐 단 한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 코뿔소는 태어난지 수시간이 지나면 일어서서 걸으며, 어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간다. 젖은 자주 먹는 편인데 생후 1주일 뒤에는 푸른 잎을 뜯어 먹기 시작한다.
새끼는 세살이 될 때까지 어미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미 코뿔소는 출산 후 3년이 지나야 다시 새끼를 낳는다. 그러면 세살박이의 어린 코뿔소는 어쩔 수 없이 어미 곁을 떠나야 한다. 이때부터 독립생활이 시작된다.
코뿔소의 번식은 이렇듯 느린데 사람들이 마구잡이 사냥을 했으니…. 원래대로 그 수가 회복되려면 상당히 오랜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