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자율주행의 또 다른 눈│최선욱 네이버랩스 연구원

HD 맵

“빌딩숲과 실내주차장 등 도심지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수신하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고정밀 지도(HD맵)은 이런 곳에서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보조할 수 있죠. HD맵 없는 자율주행차가 절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자율주행차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합니다.”

 

네이버랩스는 2021년 5월 오픈데이터셋 홈페이지를 열어 서울 마곡, 상암, 여의도, 경기 판교 신도시 지역의 고정밀 지도(HD맵)을 무료로 제공했다. HD맵은 지상에 있는 구조물을 수cm 오차 이내로 구분할 수 있는 해상도를 갖춘 입체지도다. 네이버랩스는 항공사진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독자적인 매핑 기술을 구축해 얻은 정보로 HD맵을 개발했다. 맵에는 주변 건물과 도로는 물론 차선, 표지판 등 자율주행 운행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HD맵은 자율주행의 성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라이다, GPS 등 각종 센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와 주변 위험 요소를 인식한다. 하지만 기상 조건이 나쁘거나 센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나타나면 인식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HD맵은 자율주행의 인식능력과 판단능력을 지원하는 또 다른 눈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랩스 사무실에서 만난 최선욱 연구원은 “HD맵은 자율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작에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며 “자체 제작 여건이 안 되는 자율주행 연구자들이 HD맵을 자유롭게 활용해 자율주행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네이버랩스가 직접 제작한 HD맵을 무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Q. 지도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도의 발전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스케일(축척)이다. 축척은 얼마나 정밀하게 만들어진 지도인가를 의미한다. 종이에 그린 지도는 축척을 선택해 제작하고 사용자는 한쪽 구석에 적혀 있는 축척을 보고 용도에 맞는 축척의 지도를 골라서 사용해야 했다. 지도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며 축척의 한계가 사라졌다. 심지어는 1:1에 가까워지고 있다. 디지털 지도의 데이터 저장용량이 커졌고 지도 제작 시 지형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기존 지도는 점이나 선으로 의미를 표현했다. 예를 들어 선이 두 줄이면 도로를 표현하는 식이다. 반면 정밀 지도는 점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도로, 차선, 건물 등의 의미를 지닌다. 지도에 수집한 데이터를 저장할 때 3차원 좌표 정보와 의미 정보를 함께 저장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정도의 HD맵을 제작하기 위해 처음 취득하는 정보량은 보통 테라바이트(1TB=1조byte) 수준이다.  

 

Q.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함께 등장했나?


정밀도가 높은 지도는 자율주행 이전에도 있었다. 토목, 농업, 광업, 임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밀한 지도를 발전시켜왔다. 한 예로 정밀 지도 제작의 기본인 슬램(SLAM)은 1980년대에 태동했다. SLAM은 카메라 또는 라이다를 탑재한 이동체가 3차원(3D) 공간상의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동시에 공간의 3차원 지도를 완성하는 기술이다. 


최근 자율주행이 활발히 연구되면서 정밀한 지도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HD맵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Q. HD맵, 왜 필요한가?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정보로만 주행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센서가 고장나거나 무언가에 가려져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센서에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미리 현재 위치, 차선 정보, 표지판, 신호등, 출입구 정보를 알고 있다면 자율주행차가 훨씬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HD맵 없이도 자율주행은 완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HD맵은 자율주행차 운행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임은 분명하다. 
HD맵은 자율주행이 실시간으로 하는 정보 수집, 처리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에서 쓰이는 기술이 HD맵을 제작할 때 거의 그대로 쓰인다. 


또 HD맵이 지도 데이터에만 마무르는 것은 아니다. 현재 위치를 아는 측위(localization),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인지(perception), 목적지와 상황을 이해하고 경로를 생성하는 의사결정 및 계획에도 도움이 된다. 나중에 교통량 정보 등과 결합하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네이버랩스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HD맵을 제작했다.


대부분의 HD맵 제작사들은 이동식차량측량시스템(MMS·Mobile Mapping System)을 탑재한 차량으로 도심 곳곳을 이동하며 HD맵을 제작한다. MMS가 취득한 정보를 활용하려면 정보를 수집한 위치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MMS는 위치를 추정하기 위해 GPS 센서를 탑재하고 있는데, 도시는 빌딩 때문에 GPS 신호가 단절되는 음영 구간이 많다. 또한 도심 지역에는 보행자, 차량 등 MMS가 정보를 수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매핑해야 하는 범위가 넓다는 것도 문제였다.


네이버랩스는 항공사진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매핑 기술을 개발했다. 항공사진은 본래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수집했는데, 내부에서 항공사진이 HD맵의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적용하게 됐다. 하늘에서 수집한 정보와 도로에서 수집한 정보를 결합해 정보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식이다. 


그 다음 수동 또는 자동으로 차선, 표지판, 신호등 등의 정보를 골라낸다. 머신러닝을 이용해 완벽히 자동화해 정보를 처리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머신러닝 기술이 100% 완전하다고 볼 수 없고 어차피 사람이 검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하이브리드 매핑 기술로 사람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훨씬 줄었다.   

 

Q.지도의 정밀함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겠다.


HD맵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건 도시에서 차선이 굉장히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차선 외에도 도시에서는 공사가 빈번하다. 공사로 도로가 변할 때마다 MMS로 정보를 재수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네이버랩스는 크라우드소싱 매핑 프로젝트 ‘어크로스(ACROSS)’를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가 센서로 구성된 장비를 다수의 일반 차량에 탑재해 변화가 있는 지역을 빠르게 탐색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Q. HD맵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한가?


미국 같이 넓은 지역은 정보량이 워낙 많아 HD맵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보통 지도를 제작할 때 일단 수집된 정보는 모두 저장 장치에 기록해 놓는다. 이 중 지도의 용량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기술과 지도를 압축하는 기술이 앞으로 HD맵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과제다.

 

Q. HD맵은 자율주행차만을 위한 지도인가?


그렇지 않다. 기본적인 HD맵은 기계가 처리하기 쉬운 형태로 위치와 색상, 의미 정보들이 담겨 있지만 시각화한다면 일반인도 활용할 수 있는 지도가 될 수 있다.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지금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문제에서도 HD맵의 데이터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HD맵을 디지털 트윈 기술에 활용할 수도 있다. 도로망 설계, 상하수도 운영 등 도시 계획을 미리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서울시와 협업 중이다. 얼마 전에는 HD맵 데이터를 활용해 대규모 도시 단위의 디지털 트윈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어라이크(ALIKE)’를 제작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메타버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HD맵이 지도 발전의 최종 버전인가?


지도 발전의 종착지는 지도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 다양하고 정밀한 공간 정보들이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삶의 모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구축된 메타버스가 등장하면 지도 속에서 새로운 삶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