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는 보행 공간을 넓힙니다. 못 가던 맛집을 찾아가게 하고 멀게 느껴졌던 공원을 찾게 만드는 등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운송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올룰로는 2018년 국내 최초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킥고잉’을 시작했다. 출범 첫 날 15대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21년 7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2만여 대를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전동킥보드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공유 킥보드 서비스 12개 업체의 2020년 8월 서울 지역 이용건수는 360만 건 이상으로 같은 해 3월과 비교해 2.5배 이상 늘었다.
전동킥보드의 성장은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라스트 마일은 교통, 물류 분야에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마지막 단계’를 가리키는 용어다. 지하철과 버스를 차례로 이용해 목적지까지 간다면 버스 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라스트 마일에 해당한다. 이전에는 라스트 마일을 도보로 이동해야 했지만,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와 같은 소형 모빌리티의 공유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라스트 마일을 담당하는 교통수단이 새로 생겼다.
2021년 5월에는 전동킥보드의 급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14개 킥보드 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헬멧 착용 의무화 이후 이용률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 강남구 올룰로 본사에서 만난 이진복 올룰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동킥보드는 도시의 새로운 변곡점”이라며 “기존 이동수단들은 현재 도시가 수용가능한 임계치에 가까워졌거나 이미 넘었기에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새로운 이동수단이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Q. 전동킥보드는 도시에 어떤 편의를 가져올까?
버스나 지하철이 모든 장소를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네마다 교통 편의성이 다르다. 라스트 마일은 대중교통이 도달하지 못하는 구간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서울은 라스트 마일 이동 수단에 적합한 도시로 꼽힌다. 서울에서 자동차 이동의 절반가량은 5km 이내의 단거리고 평균속도는 시속 24km에 불과하다. 교통체증은 심한데 근거리를 오고 갈 마땅한 수단이 없다. 게다가 자동차는 주차 문제도 안고 있다.
라스트 마일 수단은 도로 혼잡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킥고잉의 전동킥보드들은 지구 700바퀴 거리를 달렸다. 같은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했다면 이산화탄소가 4000t(톤) 더 배출됐을 것이다.
Q.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전동킥보드는 낯선 이동 수단이었다.
얼리어답터들만 사용하는 ‘신문물’이었다. 처음 전동킥보드에 탑승했을 때 상쾌했고 재밌었던 느낌을 간직하고 있던 터라, 혁신적인 이동수단이 될 것 같았다. 서울에서는 무엇을 타든 이동 자체가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은데, 이동이 곧 재미가 될 수 있다니 무척 신선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공유 자전거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보다 부피가 작기 때문에 프리플로팅(불특정 장소에 주차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니 미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공유하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전동킥보드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단말기를 직접 제작했다. 단말기에는 배터리, 브레이크, 가속, 통신 등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센서가 있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정보를 토대로 이상 패턴을 감지하고 점검이 필요한 기기를 골라낸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속도가 정상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고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 패턴을 감지할 때는 머신러닝 기법으로 만든 고장 예측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Q.이용자들은 전동킥보드를 주로 어떻게 활용하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2~3km의 거리, 10분 이내의 이동을 할 때 사용한다. 평균 시속은 13~15km정도이다. 서울 강남권 이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설문을 한 결과 출퇴근 목적, 비즈니스 미팅 등의 업무 목적이 많았다.
특정 이동수단의 경쟁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동차나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를 선택하던 사람이 전동킥보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동킥보드는 여러 목적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Q.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020년 9월 전동킥보드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해 보행자나 장애물을 발견하거나 위험 상황을 맞닥뜨리면 경고음을 울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진동 센서를 활용해 도로 노면 상태에 관한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행을 최적화하고 파손 및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신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자동차도 도입 초기에는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전동킥보드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새로운 이동수단이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도시가 설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