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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폐기물의 마지막 종착지, 매립지

도시의 몸집이 지금처럼 커지기 이전에는 폐기물을 주로 빈 공터에 쌓아두거나 소규모로 태워 처리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마포구에 있던 난지도 쓰레기매립지다. 서울시민이 버린 폐기물이 1978년부터 15년간 쌓인 끝에 ‘난초와 지초가 가득한 섬’ 난지도는 98m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산이 됐다. 


이렇게 폐기물을 오염방지 시설 없이 단순히 땅에 묻는 방식을 비위생매립이라고 부른다. 비위생매립지에서는 폐기물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침출수나 매립가스가 그대로 퍼져 주변 환경을 해친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경우 추가적인 환경피해를 막기 위해 1996년부터 폐기물을 안전하게 분해하고 침출수와 매립가스를 분리, 정화하는 안정화 공사를 했다. 현재는 이 자리에 상암 월드컵공원이 생겼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뒤를 이은 곳이 바로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인천 수도권매립지다. 난지도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도권매립지는 주변 환경피해를 방지할 위생매립지로 설계됐다. 위생매립지는 매립된 폐기물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오염방지 시설을 갖춘 매립지를 뜻한다.

 

 

폐기물의 마지막 종착지, 매립지


5월 6일 오후,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를 찾았다. 수도권매립지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단일 매립지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김포시 사이의 해안간척지에 조성된 수도권매립지의 부지 전체 넓이는 16km2다. 동작구나 성동구 등 서울의 작은 구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는 매립부지 면적은 9.3km2로 이곳에 매립할 수 있는 폐기물의 양은 2억 2800만 t이다. 제1매립장(2.51km2)과 제2매립장(2.62km2)은 매립이 완료됐고, 현재는 제3매립장 1공구(제3-1매립장)(0.83km2)를 사용중이다. 수도권 6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배출한 생활폐기물, 건설폐기물, 사업장 일반폐기물,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만 2691t씩 이곳에 쌓인다.


대규모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지만 악취가 거의 없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보면서 폐기물의 악취를 맡을 수 있었던 건 폐기물 반입 차량을 지나칠 때뿐이었다. 기자와 동행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매립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는 폐기물 자체에서 나는 악취와 폐기물이 분해되며 나오는 매립가스 냄새 등 두 종류”라며 “매립지에서는 이 둘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자체에서 나는 악취를 막으려면, 폐기물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매립지에서는 이를 위해 폐기물 위에 흙을 덮는다. 이를 ‘복토’라 부른다.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이 복토를 세 단계로 나눠 실시한다. 먼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립지에 폐기물을 쌓고 나면 이 위에 20cm 이상 두께로 일일 복토층을 덮는다. 작은 폐기물 입자들이 공기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악취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관계자는 “그날 매립을 종료할 때마다 일일 복토를 시행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매립지 주변에서 폐기물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흙으로 덮은 매립지가 일정 수 이상 늘어나면 다시 한 번 복토를 한다. 수도권매립지는 큰 매립지 구획을 여러 개의 작은 블록으로 나눈 구조다. 제3-1매립장의 경우, 가로 20m, 세로 80m의 직사각형 모양 블록이 층마다 8개씩 총 8층으로 쌓일 예정이다. 현재는 세 번째 층을 쌓고 있다. 한 블록이 폐기물로 가득 찰 때마다 50cm 두께로 중간 복토를 한다. 중간 복토층은 빗물이 매립지로 침투해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고, 매립가스가 밖으로 새는 것을 방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매립지가 가득차면 마지막으로 최종 복토층을 덮는다. 아래에서부터 물이 잘 통과하지 않는 점토를 45cm 두께로 덮은 차수층, 부직포를 깔아 배수를 돕는 배수층, 그리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양질의 흙을 60cm 덮는 식생대층이 쌓인다. 매립이 종료된 지 20여 년이 지난 제1매립장은 식물이 잘 자리 잡아 언뜻 보면 일반적인 산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복토층을 세 겹 덮으면 매립지 속 폐기물이 외부 환경과 분리된다. 다음으로 매립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핀다. 폐기물에 들어있는 유기물질이 분해되면 매립가스가 발생한다. 매립가스의 약 50%를 차지하는 메탄은 주요 온실가스인데다 쉽게 타는 성질이 있어 주의 깊게 처리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곳곳에서 검은 가스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가스관들은 매립지 내부에 설치한 수직 가스 포집관로를 매립가스 발전시설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가스관이 매립가스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매립가스가 밖으로 새는 것을 방지한다.


침출수 관리도 중요하다. 침출수는 폐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액체 상태의 오염물질이 매립지 내부로 유입된 빗물과 한 데 섞여 발생한다. 침출수에는 해로운 유기오염물질과 독성물질이 들어있어 그대로 배출되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침출수가 지반에 스며들지 않도록 매립지 바닥에는 침출수 차수층이 설치돼 있다. 침출수 차수층은 합성수지의 일종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점토광물 혼합토를 깔아 만든다. 이렇게 지반에 스며들지 않고 고인 침출수를 펌프로 빨아들여 침출수 처리장으로 보내면 이곳에서 생물·화학적 처리를 통해 침출수를 정화한다. 관계자는 “정화가 끝난 침출수는 2급수 수준으로 깨끗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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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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