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햇빛, 바람. 식물 가드닝의 3대 기본 요소다. 식 물 전문가들은 이 기본적인 것만 지켜도 반려식물 을 섣불리 ‘초록동산’으로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여기에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자연에서 치열하게 진화해 온 식물의 사연까지 이 해하면 훌륭한 가드너가 될 수 있다.
<;초보 가드너를 위한 가드닝의 기본 물, 햇빛, 바람>;
● 식물이 좋아하는 물 주기
가드닝의 첫 번째 관문은 물 주기라고 할 만큼 물은 중요하다. 물을 너무 적게 주면 흙 위쪽에만 물이 머물러 식물의 뿌리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이끼가 생기거나, 산소가 뿌리까지 도달하지 못해 뿌리가 상할 수 있다.
[Tip]
시간을 정해놓는 것보다는 수시로 흙 상태를 확인해 식물이 필요할 때 물을 준다. 손으로 흙 표면에서 1~2cm 아래 지점인 겉흙을 확인했을 때 수분 없이 메마른 느낌이 든다면 수분을 보충해 준다. 너무 차가운 물보다는 하루 정도 받아 놓았던 물이 좋다.
물을 줄 때는 화분 받침에 물이 빠질 만큼 듬뿍 주는 것이 좋다. 시간 차이를 두고 나눠주면 흙이 수분을 충분히 흡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겨울에는 식물도 성장을 잠시 멈추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적은 양의 물을 준다. 나무젓가락을 화분 중간 깊이까지 찌른 뒤 꺼내 속흙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속흙까지 말랐을 때 물을 준다.
햇빛을 다스리는 방법
빛은 식물 생장에 필수적이다. 직사광선을 선호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식물이 햇빛을 좋아한다. 문제는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다. 식물은 빛의 강도와 양,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실내는 빛의 강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여름 빛의 강도는 10만 럭스(lx), 그늘진 장소는 1만 lx 정도인데 반해 실내조명은 수백 lx 수준으로 낮다. 이 빛에도 실내 식물이 살 수는 있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Tip] 빛이 가장 강한 한낮에 창가에 내놓고 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빛의 양은 하루 2~3시간 정도가 좋다. 이 마저도 어렵다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식물이 숨 쉴 수 있는 바람
통풍이 안 되면 물을 준 토양이 축축한 상태로 머물거나 식물 안쪽 이파리까지 공기가 들어오지 않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공기가 순환하지 않으면 병해충도 잘 생긴다. 실내 가드닝일 경우, 집에 빛이 잘 들어오지 않거나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통풍에 특히 더 신경 써야 한다.
[Tip] 물을 주고 난 뒤에 통풍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가능하면 2~3시간 정도 충분히 바깥 공기를 쐬어준다. 잎의 물기가 증발하고, 화분의 겉흙이 모두 마를 정도의 시간이다.
<;독특한 식물을 기르는 가드너를 위한 신비로운 식물 이야기>;
●돌연변이는 더욱 소중하게 ‘알보 몬스테라’
잎사귀 한 장에 수십만 원에 팔린다는 말 때문에 유명해진 알보 몬스테라. 몬스테라(Monstera deliciosa)의 초록색 잎이 일부분 하얗게 변해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무늬 또한 다양해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식물을 키우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인기다.
이 무늬는 식물의 키메라 현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키메라는 한 식물 안에 서로 다른 유전형질을 가진 조직이 존재하는 현상이다. 엽록소를 형성하지 않는 돌연변이가 세포 한 개에서 발생한 뒤 세포분열을 통해 수를 늘려 무늬를 형성한다. 흰색 무늬를 갖게 되면 벌레들이 이미 벌레 먹은 곳이라 판단하고 그 부분은 공격하지 않는다. 몬스테라 외에 칼라테아속(Calathea) 식물들도 비슷한 무늬가 있다.
[Caution] 키메라는 씨앗을 심어서는 만들 수 없다. 이런 무늬를 가진 식물의 줄기를 잘라 심어야만 번식할 수 있어 희소가치가 크다. 그러나 흰 부분은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오래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에 키울 때 신중해야 한다.
● 반려동물 키운다면 조심! 독성 식물들
덩굴식물인 아이비는 그늘에서 잘 자라 실내에서도 기르기 좋다.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중 잉글리시 아이비 등 특정 종은 독성을 갖고 있다. 만지는 것은 문제없지만, 무심결에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아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는 독성이 있는 식물을 키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독성을 지닌 식물은 의외로 많다. 제주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협죽도는 꽃이 예뻐 정원에 많이 키우는 나무다. 그러나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 학생들이 협죽도 나뭇가지를 젓가락으로 이용해 도시락을 먹다가 숨진 사례가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식물이다. 아주까리로 알려진 피마자(Ricinus communis)도 꽃과 잎이 매우 아름다워 정원 식물로 많이 키우지만 섭취했을 경우 치명적이다. 실제로 투구꽃과 함께 사약의 원료로 쓰였다.
[Caution] 실내에서 많이 키우는 대부분의 열대 식물은 독성이 거의 없다. 몬스테라 등 천남성과에 속한 식물이 약간의 독성을 갖고 있으나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 ‘1일 1파리’ 식충식물에겐 지옥
육식하는 식충식물은 생물 생존에 필수적인 질소와 인산이 척박한 습지 등 지역에 산다. 토양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영양분은 곤충을 포획, 섭취해 충족한다. 파리지옥은 잎을 닫아 곤충을 가두고, 끈끈이주걱은 끈끈한 털로 곤충을 포획한다. 사라세니아는 바닥의 액체에 곤충을 빠뜨려 익사시킨다. 물속에 사는 통발은 부분적으로 진공상태를 만들어 헤엄치는 생물을 빨아들인다.
포충낭 식물은 속으로 곤충을 떨어뜨린 뒤 천천히 녹여 소화시키는 전략을 쓴다. 포충낭 속에 빠진 곤충은 왁스처럼 미끄러운 벽면 때문에 헤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리다 포충낭 바닥에 고인 액체로 떨어져 익사한다. 이후 포충낭의 소화샘에서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소화된다.
[Caution] 영양분을 보충한다며 곤충을 너무 자주 주면 안 된다. 식충 행위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하는 생존 전략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주 곤충을 주면 잎을 여닫거나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해 빨리 죽는다.
● 진화의 신비를 품은 꽃을 보려면 ‘다윈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한 식물로도 유명한 다윈난(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Angraecum sesquipedale)은 바위 등에 붙어 사는 착생란이다. 큰 별 모양의 하얀 꽃이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다.
다른 난초보다 유독 몸집이 큰 다윈난은 마다가스카르 출생이다. 다윈은 발견했을 때 다윈난과 공진화한 주둥이가 있는 곤충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공진화는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할 때 이와 관련된 다른 생물 집단도 같이 진화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다윈이 죽은 뒤 20cm 이상의 긴 주둥이를 가진 나방(크산토판 박각시나방‧Xanthopan morganii)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됐다.
[Caution] 우기 까다로운 식물로 유명하다. 착생란은 한 번에 많은 물을 흡수하기에 물을 드물게 주고 대신 분무를 자주 해서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 알려진 것보단 미약한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
가드닝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효과가 공기 정화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식물이 공기를 정화한다는 주장의 기원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빌 울버튼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은 우주정거장 환경의 공기를 효과적으로 해독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하다 실내 식물이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암을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정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 미셸 웨어링 미국 드렉셀대 연구팀이 30년 동안 수행한 12편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실내에서 키우는 화분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는 크지 않았다. 1m2 당 적어도 10개, 최대 1000개 이상 식물을 둬야 밀폐된 실험실 연구에서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차라리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doi: 10.1038/s41370-019-0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