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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창, 치료제...항바이러스제가 끌고 항체치료제가 쫓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전문가들은 백신과 더불어 치료제 개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방패라면, 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의 몸속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창이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개발 기간이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 기간보다는 짧지만, 최소 3~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무엇인지, 개발 중인 치료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에이즈 치료제, 첫 임상 결과는?


현재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는 과거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들이다. 한 예로 2월 5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2번 환자 등 코로나19 발생 초기 환자들에게 사용된 치료제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였다.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를 주성분으로 하는 칼레트라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한다.


차오빈 중국 국립임상연구센터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칼레트라를 이용해 1월 18일~2월 3일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19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칼레트라를 처방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칼레트라 처방 없이 항생제를 투여한 뒤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는 등 표준치료를 진행했다. 


시험 결과, 연구팀은 완치율 측면에서는 칼레트라 처방 여부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칼레트라 치료를 받은 그룹의 평균 치료 기간이 처방을 받지 않은 그룹의 치료 기간보다 1일 짧았고, 완치 기준인 바이러스 미검출률은 치료 시작 후 28일 기준 각각 59.3%와 57.7%로 두 그룹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3월 18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56/NEJMoa2001282

 

바이러스의 세포 출입 막는 말라리아 치료제


칼레트라가 임상에서 뚜렷한 효능을 보이지 못한 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약은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이다.


클로로퀸은 현재 중국과 미국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클로로퀸은 다양한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최초 개발목적은 난형열원충(Plasmodium ovale) 등 기생충으로 인해 발생하는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적혈구로 침입한 기생충은 리소좀(lysosome)으로 헤모글로빈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리소좀은 수소이온농도(pH)가 낮은 환경에서 잘 작용하는데, 클로로퀸은 리소좀 주변의 수소이온농도를 높여 기생충이 에너지를 얻는 것을 방해한다. 


클로로퀸이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같은 원리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분열한 뒤 세포를 파괴하고 나올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엔도좀(endosome) 주변의 수소이온농도를 높여 엔도좀이 잘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또 바이러스가 세포 안쪽으로 침입할 때 주요 침입 통로 역할을 하는 ACE2 수용체의 글리콜화(glycosylation)를 억제해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즉,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과정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회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의약품으로 체내 작동원리가 독특하다. 약물의 분자 구조가 핵산 단위체 중 하나인 아데노신삼인산(ATP)과 유사해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 유전체를 구성하는 RNA의 정상적인 복제를 막는다. RNA가 복제되기 위해서는 ATP가 필요한데, 이 자리에 약물 분자가 대신 끼어 들어가 비정상적인 RNA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이를 ‘경쟁적 저해제’라고 부른다).


마티아스 괴테 캐나다 앨버타대 미생물 및 면역학과 교수팀은 렘데시비르가 같은 원리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생물화학’ 2월 24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74/jbc.AC120.013056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칼레트라가 작용하는 단백질분해효소의 경우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며 “반면 렘데시비르는 모든 생명체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RNA를 공략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약은 항체치료제가 대세


코로나19 치료에 기존 약물을 적용하는 것은 별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지 않고 약물의 안전성이 일정 부분 증명됐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외 많은 제약회사에서 코로나19 전용 신약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GC녹십자 등이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에 포함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를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두 기업이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찾는 전략은 서로 다르다. 셀트리온은 완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특정 항체를 분리한 뒤 치료 효과가 있는 항체를 선별해 사용한다. 


반면 GC녹십자는 혈청 전체를 사용한다. 이 경우 후보물질을 별도로 선별하지 않아 개발 기간이 짧다. 대신 혈청을 제공하는 완치자가 누구냐에 따라 혈청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셀트리온과 GC녹십자는 각각 올해 7월과 하반기에 임상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는 항체치료제 개발에 한 발 앞서있다. 양샤오밍 중국 국립공학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 환자 10명 중 7명이 완치됐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인 ‘의학아카이브(medrxiv)’ 3월 23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101/2020.03.16.20036145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에게 4월 3일 항체치료제 제2상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김 교수는 “항체치료제는 메르스(MERS)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때도 중증환자에게 사용된 바 있다”면서도 “치료제를 빨리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부작용을 막는 것이므로 임상시험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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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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