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과학동아 나왔어요?”
매달 말일이 다가오면 하굣길 학교 앞 서점에 뛰어가 사장님께 묻곤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읽은 과학동아는 5살때부터 연주한 피아노와 함께 내 보물 1호였다. 밤이든 낮이든, 어디를 가든 항상 들고 다니는 보물. 덕분에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엔 학교 대표로 전국의 과학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다. 과학도가 되고 싶다는 꿈도 과학동아에서 찾았다. 1999년 3월호에서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KAIST’에 대한 소개를 보고 애청자가 돼 본격적으로 과학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국내에 처음 생긴 영재교육원인 경상남도영재교육원 과학반을 2001년 1기로 수료하고, 2002년엔 꿈에 그리던 경남과학고에 진학했다.
과학동아에서 나만의 길을 찾다
“왜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셨나요?”
내가 어딜 가든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나는 함께 졸업한 전국의 과학고 학생 중 유일하게 교대로 진학해 초등교사가 됐다. 과학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과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주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매년 500여 명의 학생들을 만난다. 근무하는 학교에서 약 200명, 주말 영재교육원 및 캠프·강의로 300명. 그렇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과 과학활동도 하고, 때론 진로상담도 한다.
리틀 뉴턴(Little Newton)이라는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다. 리틀 뉴턴은 2015년에 아이들과 만든 첫 학급동아리였다. 그런 동아리가 현재는 지역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연계된 300명 규모의 과학발명동아리로 발전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모여 학교가 문을 닫는 밤 10시까지 방과 후, 방학, 공휴일에 상관없이 내가 있는 교실에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해왔다. 어린 중학생 시절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과학동아’를 돌려 읽으며 이야기하고, 주제를 뽑아 실험과 탐구활동을 했던 것이 리틀 뉴턴 활동의 시초가 됐다.
리틀 뉴턴은 그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바로 우리 근처의 문제다. 2017년 경남 진주시 남강의 민물고기인 납자루아과 종들과 흰수마자, 2020년 진주의 비거(임진왜란 때 만들어졌다는 비행기와 같은 기계), 2021년 진주 지역 유리창 조류 충돌, 2022년 진주시 나불천의 자라 등 다양한 주제의 탐구를 진행했다. 2018년에는 ‘무지개빛 우리 동네 사이언스 투어’라는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 부문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특별한 과학 수업 만들기
나는 과학 수업을 학생들의 특별한 배움의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과학창의력 연극 수업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수업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배운 것들을 즉흥 미션과 연극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증진하는 방법이다. 연극의 소재는 과학동아에서 읽으며 메모로 남겨둔 것들 중에서 찾는다.
가령 과학동아에서 읽었던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주제로 창의력 연극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노래와 율동이 주가 되는 유쾌한 분위기의 연극이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멸종위기종 따오기가 가슴을 쥐고 쓰러지는 장면에선 학생들도 어느새 숙연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하며 과학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나와 과학발명동아리 아이들은 특허를 가진 발명가다. 매년 1, 2월에는 전년도 과학동아 12권을 모아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여기서 각자 자신의 발명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5분 동안 흥미롭게 발표하는 일명 ‘페임랩(Famelab)’ 방식으로 피드백도 교환한다. 발표하는 발명품엔 우열이 없지만, 과학동아에서 다루는 이슈나 최신 기술과 결합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공감을 받는 발명품이 될 수 있다.
2022년 발명한 스마트 리코더가 대표적인 예다. 나는 코로나19로 리코더 같은 관악기 사용이 어려워도 감염 걱정 없이 운지법을 배울 수 있게, 구멍에 손을 대면 스마트 센서로 음이 나오는 리코더를 개발했다. 그 밖에 ‘시각장애인의 장구 장단 학습을 위한 장구채’, ‘마찰력 학습 게임 장치 및 이를 이용한 게임 방법’, ‘쉽게 빠지는 체육시간 칼라콘’ 등을 발명했고, 이 중에서 일부는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함께하는 학생들도 2022년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편광과 점탄성 유체를 활용한 자동 감속 휠체어’, ‘모듈형 블록 영양제 보관함’ 등으로 최우수상을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 발명들은 모두 ‘과학동아 이슈 분석 활동’과 ‘과학원리 노트 활동’을 구체화한 것들이어서 더욱 뜻깊다.
더 즐거운 과학을 위한 앞으로의 도전
내 삶의 신조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EBS 파견교사로 뽑혀 2023년부터는 EBS 창의융합교육부에서 근무 중이다. 과학 발명 분야와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교육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관련 내용으로 강의를 하면서 각지의 학생들과 만난다. 2022년 11월부터는 KBS라디오에서 ‘하우영의 하우투사이언스’ 코너로 전국의 청취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이런 나의 요즘 목표는 네 가지다. 첫째는 과학 발명을 좋아하는 1000명의 학생들을 매년 만나는 것이다. 2022년엔 700명 정도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만났다. 주말마다 전국의 도서벽지를 돌며 과학과 발명을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BS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더욱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리틀 뉴턴 과학발명동아리도 온라인이나 메타버스 활동으로 만날 계획이다.
둘째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하나의 특허를 갖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과거 특허청과 연계해 리틀 뉴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학생이 지식재산 활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발명 프로젝트 활동을 이끌고 싶다.
셋째는 교육 기부 봉사단을 조직해 학생들, 학부모님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돌며 즐거운 과학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2018년부터 크리스마스에 ‘리틀 뉴턴 산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 학생들과 인근 중증장애인시설을 방문해 과학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기르는 페임랩의 전통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과학 이야기를 5분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소개하는 과학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다. 학생들이 자신의 과학 발명 활동을 꾸준히 공유하고, 서로를 통해 과학 발명의 최신 트렌드를 익히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과학동아와 나는 1986년 동갑내기다. 과학을 좋아하는 날 위해 월급날마다 서점에서 과학동아를 사 오신 아버지, 과학동아의 기사를 함께 읽고 스크랩도 도와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과학동아와 함께한 내 유년시절은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교사가 된 후에도 우리 반 학급 문고와 과학발명동아리 책꽃이에는 정기구독하는 과학동아, 어린이 과학동아, 수학동아, 어린이 수학동아가 항상 꽂혀있다. 요즘엔 EBS 콘텐츠와 KBS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며 과학동아를 더 주의 깊게 살펴본다. 과학발명창의력대회를 준비할 때도 과학동아 기사를 아이들과 함께 분석한다. 내 동갑내기 친구, 과학동아와의 우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