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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바닷바람을 느끼다...과학동아 에너지 원정대

EXPEDITION 2

 

 

1월 8일 초속 11~12m의 거센 바람이 제주 전역을 휘감고 있었다. 이 시기 제주도는 이 정도 세기의 강한 바람이  늘 부는 것일까. 궁금증을 품은 채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50분 떨어진 한경면 두모리로 향했다. 


이곳에는 2017년 9월 국내 최초로 바다 위에 3MW(메가와트·1MW는 1000kW)급 풍력발전기 10기를 세워 전기를 생산하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있다. 풍력발전기들은 해안가에서 60~120m 떨어진 바다 위에 총 2.7km에 걸쳐 늘어서 있다. 발전소에 가까워질수록 해상풍력발전기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졌다. 


“10호기는 왜 발전량이 0이죠?” 
“네, 현재 요잉(yawing) 중입니다.”


시스템 운영 상황을 지켜보던 김동영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의 질문에 박의장 두산중공업 신재생에너지 O&M팀 과장이 대답했다. 해상풍력발전기 건설시공을 맡았던 두산중공업은 현재 시설물 유지 보수와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최신 풍력발전기의 핵심 기능을 꼽으라면 바로 이들이 말한 요잉 장치를 빼놓을 수 없다.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블레이드) 뒤로 연결된 타워의 상단부에는 요잉 장치가 있는데, 이 장치가 작동하는 것을 ‘요잉’이라고 한다. 풍력발전기가 자동으로 최적의 바람 방향을 찾아 회전날개의 각도를 조절할 때(이를 ‘피치 제어’라고 부른다) 요잉 과정을 통해 내부 전선의 꼬임을 방지하는 등 실제 운용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절한다.


김 본부장은 “요잉과 피치 제어는 자동화됐다”며 “잠시 뒤면 10호기는 바로 전력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전력 생산량에 대해 설명하는 5분여 사이에 10호기의 전력 생산 모니터링 수치가 초당 2600kW로 바뀌었다.

 

육상보다 작지만 강해


육지든 해상이든 풍력발전기는 기본적으로 타워와 3개의 회전날개, 제어부로 구성된다. 제어부에는 회전날개 앞쪽에 있는 피치 제어 장치를 포함한 허브시스템과 그 뒤쪽으로 회전속도를 높이는 증속기, 에너지 변환 장치인 발전기, 베어링, 주축 등을 포함한 발전시스템이 있다. 


참고로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가 3개뿐인 이유는 바람이 초속 12m로 분다고 가정할 때 이론적으로 이보다 회전날개의 수가 많아도 발전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발전량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구조를 보장하는 날개 수가 3개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바다 밑에 추가로 지지체를 심거나(고정식), 바닥에 닻(앵커)을 심어 특정 위치에 발전기가 떠 있게 만드는(부유식) 등 타워를 지지하는 구조물(블랭킷)을 설치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해상풍력발전기 한 기를 세우는 데는 약 150억 원이 드는데, 블랭킷 때문”이라며 “육상풍력발전기 건설 비용(70억 원)의 2배쯤 된다”고 설명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들어선 풍력발전기 10기는 모두 수심 20m 해저에 앵커형의 블랭킷을 박았고, 그 위로 80m 높이의 타워와 지름 91.4m인 회전날개를 설치했다. 여기에는 총 1625억 원이 투입됐다. 


김 본부장은 “블랭킷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대개 해상풍력발전기가 육상풍력발전기에 비해 타워와 회전날개 규모가 20% 정도 작다”면서도 “해상풍력의 전력 생산량이 육상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풍력발전기는 설치 장소에 관계 없이 초속 3m 이상의 바람만 불면 운영할 수 있다. 초속 75m의 바람까지 견디도록 설계되지만, 실제로는 안전상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불면 운영을 중단한다. 
김 본부장은 “2년간 운영해 본 결과 발전기의 연간이용률이 30% 이상”이라며 “육상풍력발전의 경우 평균 25% 미만인 만큼 전력 생산량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이 더 앞선다”고 설명했다. 현재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연간 2만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단지 48곳 추진 중

 


사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되기까지 주민과 사업자 사이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첫 논의가 진행된 2005년부터 2015년 4월 착공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어민들은 해상풍력발전기 때문에 어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제주 바다를 찾아오는 남방큰돌고래와 같은 어족자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상풍력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바람의 상태를 의미하는 풍황이다. 신규 풍력발전 사업허가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1년 이상 해당 지역의 풍황 자료가 필요하다. 


풍황 자료를 토대로 사업허가가 나더라도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민들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는 “해상풍력발전이 현실화되려면 풍황과 어민과의 합의 외에 생태계 훼손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해저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는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완공 이후 해양수산부가 연간 네 차례씩 해저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남방큰돌고래가 관측되는 등 생태계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블랭킷은 오히려 어류의 서식지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가 더 풍부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 대표는 “해상풍력과 함께 관광 효과까지 경험한 두모리 주민들은 해상풍력발전기 수를 늘리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제주에너지공사 등과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준공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건설을 총괄한 정익중 전(前) 한국해상풍력 사업본부장은 “해상풍력발전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상 해상풍력발전 지역에서는 어로가 영구적으로 제한되는 등 어민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해결책을 찾아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해상풍력발전을 확대하는 해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량은 177GW(기가와트·1GW는 100만kW)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1~1.5GW급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원전 100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해상풍력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19년 12월 4차 에너지 수급 계획을 발표하며 해상풍력을 주요 발전원으로 꼽았다. 해상풍력 컨설팅 업체인 블루 윈드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현재 해상풍력발전은 제주와 서해에서 총 3곳이 운영 중이며, 2019년 11월 준공한 서남해 실증단지까지 포함하면 조만간 4곳이 운영된다. 이 밖에도 사업허가를 획득한 17곳을 포함해 총 44개 지역에서 해상풍력발전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2MW급 해상풍력발전기가 운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8MW급 풍력발전기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정 전 사업본부장은 “국내 바다에 무분별하게 풍력발전기를 지을 수는 없다”며 “가장 적합한 지역을 찾고 고효율 풍력발전기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해상풍력발전이 가장 비싸다?


해상풍력발전이 생산한 전기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2018년 1~10월 한국전력의 구입 단가 기준 해상풍력발전은 1kWh당 311원이다. 1kW당 60.85원인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84.9원), LNG(118.07원)보다 높다. 태양광 발전(173.38원)보다는 약 1.8배 비싸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 때문이다. 


REC는 정부에서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싼 발전 원가를 보전해주기 위해 제공하는 증서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한 사실을 인증하는 증명서인 동시에 실제 공급량에 가중치를 곱해 발급되며 발전사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REC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해상풍력의 REC 가중치는 2.5로 육상풍력(가중치 1)에 비해 비싼 값에 전력회사에 팔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은 해상풍력의 단가가 다른 발전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해상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는 향후 인류의 안전과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하면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2년이면 1MWh(메가와트시·1MWh는 1000kWh)당 발전 비용이 풍력은 55.2달러(약6만3900원), 태양광은 66.8달러(약 7만7220원)로 원자력(99.1달러·약 11만4560원)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의 전망도 비슷하다. 2025년 1MWh당 발전 비용이 육상풍력은 61파운드(약 9만1870원), 태양광은 63파운드(약 9만4880원)로 모두 원자력(95파운드·14만3080원)보다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발전 비용에 환경 보호 등 외부비용까지 모두 고려하는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LCOE)’ 개념을 도입한 결과다.


김 본부장는 “기술적인 진전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되면 차츰 가격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넓은 시각으로 접근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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