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삼중수소를 바라보는 시간 차이가 원인
일본도 저장탱크의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버리겠다고 우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같은 각종 장비로 오염수를 정화한 뒤, 희석시켜 방출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그렇게 정화한, 방사능 농도 안전관리기준을 만족하는 오염수가 전체 오염수의 약 18%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둘째는 ALPS 같은 장비로 오염수를 완벽하게 정화한다고 해도 발암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3H)는 제거되지 않습니다.
삼중수소는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입니다. 정화하기 전 오염수에는 세슘134, 세슘137, 스트론튬90, 아이오딘129 같은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데요. 사실 그들에 비하면 삼중수소는 독성이 낮은 편입니다. 세슘137의 100분의 1 수준이니까요. 일본의 방사능 농도 안전관리기준을 보더라도 환경에 배출할 수 있는 양이 세슘137은 리터당 90Bq(베크렐)인데 비해, 삼중수소는 리터당 6만Bq이나 됩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산소와 결합한 삼중수소(HTO)가 물과 완전히 혼합되기 때문입니다. 입자 상태로 존재하지 않으니 시중의 방사성 핵종 제거 장치를 사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반감기도 12.3년으로 길어 오랜 기간 물에 남아있게 됩니다.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의 삼중수소의 농도는 배출할 수 있는 기준(6만Bq/L)보다 약 10배 가량 높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없는 깨끗한 물을 다량 투입한다면 이 농도를 낮출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삼중수소 제거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희석시켜 방류하는 것이 최선인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원전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원전에서 안전관리기준에 맞게 삼중수소를 배출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정상 원전이고 후쿠시마 원전은 전례가 없는 사고 원전이니까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삼중수소수 대책위원회는 삼중수소를 해상에 방류하는 방안 외에도 지하 2500m 이하의 지층에 주입하는 방안, 수증기로 배출하는 방안,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로 환원해 배출하는 방안, 시멘트와 혼합해 지하에 매장하는 방안 등 4가지 방안을 검토해왔습니다. 김 책임연구원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처럼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은 아직 없다”며 “추가 R&D(연구개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