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본지에서 무료 진로 상담자 모집공고를 낸 뒤, 독자들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에서 다양한 독자들이 지원하고 있다. 개별 연락을 통해 신청자 모두에게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며,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자들은 전화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신청자별로 1시간가량 심층 상담이 이뤄졌다. 그중 몇몇 사례를 요약해서 싣는다.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사례 1  “화학과 교수가 되고 싶어요”


서울 D중학교 3학년 K학생


“네 꿈은 뭐니?”



“화학과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K학생은 평범한 중학생이다. 배드민턴과 테니스를 좋아하고, 그림과 조각에 관심이 있다. 또 만화책 원서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으며, 성적은 상위 10%대를 유지한다. 이런 K학생이 ‘화학과 교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뭘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과학에서 화학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교수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니?”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이요.”



“음….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큰 의미가 없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교사나 교수가 되려는 게 맞지. 하지만 화학이 좋다면 대학 교수가 아니어도, 연구기관의 과학자나 기업의 연구원이 될 수도 있지. 구체적으로 화학의 어느 분야가 좋니?”



K학생은 머뭇머뭇 대답을 못한다. 상담 선생님은 머지않아 고등학생이 될 나이라면,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그냥 ‘재미있어요’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어야 돼. 화학에 어떤 분야들이 있는지, 어떤 분야가 너에게 재미있는지, 그 내용은 모두 책 속에 있어. 더 많은 책을 읽고 네 생각을 키워나가야 할 것 같구나.”



특히 이공계 분야는 단지 책을 읽고 덮어버리면 안 된다. 그러면 머릿 속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독서를 통해 얻은 방대한 지식을 한번씩 정리하고 독서감상문을 작성하는 게 좋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면접 볼 때를 대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평소 읽은 책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책 속의 지식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놓자.



“화학 안에 무수히 많은 영역이 있고, 다른 분야와 융합해서 새로운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어. 전자기기에도 화학이 필요하고, 의료 기술에도 화학이 필요해. 대체 연료를 개발하는 데서도 화학이 적용돼. 그렇게 많은 분야가 있기 때문에 화학이 더 재미있는 거야. 화학을 연구해서 인류에 뭔가 의미있는 성과를 남겨놓고 가겠다는 큰 포부를 가져보렴. 그런 생각을 갖고 임하면 네 미래가 더욱 확실하게 보일 거야.”



K학생은 단지 공부 잘해서 교수가 되고 싶다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꿈을 갖고 있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더 명확해진다.



“화학을 연구하려면 훌륭한 교육환경, 연구환경이 갖춰진 대학에 가는 게 좋겠지? 그러려면 영재고나 과학고에 들어가서 꾸준히 연구와 공부를 하는 게 유리할테고. 영재고나 과학고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니? 그래서 지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상담 선생님은 내신 성적을 더욱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신 성적은 단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는 걸 떠나서, 평소 ‘성실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실하지 않은데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바로 내신 성적이야. 수학, 과학은 특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지. 또 성실성과 함께 열정이 있어야 돼. 네가 만화책을 수집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는 걸 전혀 힘들게 느끼지 않듯이, 공부도 열정이 있으면 즐겁게 할 수 있단다.”



상담 선생님은 K학생에게 영재고보다는 좀 더 뒤에 입시를 치르는 과학고를 준비하길 권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고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들과 경쟁하려면 지금부터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무엇보다 3학년 1학기 내신이 무척 중요하다.



“1학기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면서 너만의 공부법을 찾아야 돼. 그 공부법을 갖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지.”



모든 과목의 공부법을 스스로 분석해본다. 영어는 어휘가 부족한지, 문법이 어려운지, 국어는 문학이 어려운지, 비문학이 어려운지, 예습을 더 해야 할지, 복습을 더 해야 할지…. 그렇게 과목별로 전략을 세운다. 그 전략은 나중에 입학사정관에게 자기주도학습을 해왔다는 자료로 제출할 수도 있다.



“사람의 인생이란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는 거야. 만약 과학고 입시에 실패하더라도 실망할 필요 없어. 대신에 무엇 때문에 실수했는지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돼.”



화학을 전공하고 싶은 K학생의 경우 화학과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해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번 도전해볼 수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각종 탐구대회에 나가보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책을 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상담 선생님은 강조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많이 힘들지. 그럴 때 네 꿈이 너를 지치지 않게 할 거야. 책을 많이 읽을수록 꿈과 가까워진단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 속에서 네 꿈을 발견하도록 하렴.”



  


상담 선생님의 조언

❶ 책을 읽으며 화학의 많은 분야를 접하고, 자신의 꿈을 키워간다.

❷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❸ 전 과목에 대한 공부 습관을 분석해서 나만의 공부전략을 세운다.

❹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며 수학, 화학 경시대회에 도전해본다.

❺ 봉사활동은 적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뜻깊은 일을 찾아 한다.






사례 2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CEO를 꿈꾸다


서울 S고등학교 2학년 H학생




“수학은 계속 상위권에 드는데 나머지 과목은 성적이 안좋아요.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안돼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KAIST에 가고 싶은데 집중력이 부족해서 걱정이라는 H학생.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집중력이 부족했는지 물었다.



“어릴 때 딱히 지적받은 적은 없어요.”



“그렇다면 싫은 과목은 공부안했다고 밖에 볼 수 없구나. KAIST에는 왜 가고 싶니?”



“수학을 좋아하는데, KAIST나 포스텍은 최상위 대학이잖아요. 그래서 가고 싶어요.”



“고등학생이면 좀 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대답할 수 있어야겠지. 전공과 연결해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아, 저는 미술을 좋아하는데요. KAIST에서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1학년 과정을 보낸다고 들었어요. 그때 많은 분야를 접해보고, 나중에 산업디자인 전공을 선택하면 어떨까 해요.”



미술을 좋아하지만 순수미술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해서 미술이 어떻게 산업화하는지를 알고, 실용적인 미술을 직접 해보고 싶다. 컴퓨터 그래픽, 자동차 디자인 등 산업디자인의 분야는 다양하다. 그 많은 분야를 알고, 그중에서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어보는 게 필수다.



“책을 많이 읽어야 돼. 책 속에 바로 답이 있거든. 목표가 없으면 공부하는 의미가 없잖니. 그래서 재미가 없고, 집중이 안되는 거야.”



H학생은 그동안 재미있는 수학, 과학 공부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수학, 과학 성적은 전교 450여명 중에 1~2등을 다툰다. 하지만 나머지 성적은 3등급에 머문다.



“먼저 모든 내신 성적을 1등급에 맞추도록 해. KAIST는 성적만으로 가는 게 아니야. 입학사정관제로 갈 수 있어. KAIST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 것 같니?”



KAIST는 명실상부한 이공계 일류대학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이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웬만한 성적으로는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들어간 후에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이공계의 최첨단 연구환경을 지향하고, 특히 세상과 소통하는 인문학적인 마인드를 중시한다.



“KAIST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추천도서를 찾아서 읽도록 해. 과학분야 뿐 아니라 인문사회까지 다양한 책들을 추천하고 있어. 그런 책을 읽으면서 산업디자인을 통해 네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 나중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일해야 할 때 그런 지식들이 꼭 필요할 거야.”



예를 들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선을 디자인할 수도 있고, 실용로봇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3D와 4D 영상, 홀로그램 등은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 첨단 과학의 산물이다. 수학과 디자인을 동시에 전공할지, 디자인을 전공한 후에 MBA를 받아서 스스로 사업을 기획할지 다양한 선택의 길이 있다.



“평소에 교내대회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봐. 그런 과정이 더 긍정적인 평가를 가져올 거야. 동아리 활동은 하고 있니?”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학생회는 리더십 활동이지. 그러면 봉사활동은 하고 있니?”



“학생회에서 회의하거나 행사를 운영하면 봉사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어요.”



“봉사는 단지 시간을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란다. 적은 시간이라도 어떤 의미있는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선생님은 학생회와 연계한 봉사단 활동을 추천했다.



“학생회에 봉사단을 만들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해봐. 독도 지킴이를 한다든지, 탈북자 친구되기를 한다든지, 우리 사회에 해야 할 일이 많잖아. 학생회 이름으로 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될 봉사활동을 시작하면 뜻깊을 것 같구나.”



H학생은 봉사활동할 만한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획안을 준비해서 연계가 필요한 단체에 직접 연락한 후, 허락을 받고 학교에 얘기하면 흔쾌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리더십 있게 앞에 나서서 사람을 이끌어가는 면이 CEO에 적합한 유형인 것 같아. 나중에 세계적인 산업을 선도하는 CEO가 되려면, 누구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해. 사회나 역사, 지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지. 지금은 목적의식이 없으니까 하기 싫은 공부로 여기지만, 정말 네 꿈이 확고해지면 필요한 지식들을 스스로 찾게 될 거야.”



선생님은 H학생에게 부족한 교양지식을 쌓기 위해 앞으로 신문기사를 열심히 읽어보기를 당부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며 무심결에 연예기사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예기사는 아무리 봐도 내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앞으로 진출할 분야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수록, 꿈은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❶ 가고 싶은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꾸준히 새소식을 접한다.

❷ KAIST 추천도서를 참고해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❸ 학생회 내에 봉사단을 꾸리고 봉사활동을 직접 기획해 이끈다.

❹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국제 등의 신문기사를 틈틈이 읽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미술·디자인
  • 경영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