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벌써 다 가고 곧 새해입니다. 지구가 1억 5000만km 떨어진 태양 주위를 초속 약 30km로 한 바퀴 공전하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에 전부 묻혀 버린 감이 있지만요.
이 글을 쓰는 11월 말도 감염 상황이 좋진 않은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밤낮없이 연구하고 있으니 새해에는 안전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역시 새해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12월호는 또 다른 의미로 새로운 태양에 희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집 기사로 다뤘습니다. ‘땅 위의 인공태양’을 만드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자들입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의 핵융합과 유사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 미래 기술입니다. 한때는 거의 불가능한 기술로 여겨졌습니다. 수소를 1억℃가 넘는 고온에서 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핵끼리 강제로 결합시켜야 하는데, 인간의 힘으로는 물론 웬만한 기계로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여름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로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이터)’가 본격적인 장치 조립에 돌입한 건 고무적인 일입니다.
12월호 특집 기사를 준비한 이병철 기자는 이처럼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핵융합 상용화 기술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먼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케이스타)가 있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찾아가 1억℃의 플라스마를 생성하는 뜨거운 연구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했습니다. 높이가 10m나 되는 KSTAR의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합니다.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다양한 첨단 기술도 조사했습니다.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을 취재했는데, 핵융합 에너지와 크게 관계없어 보이는 기술들이 모두 융합돼 핵융합 발전을 완성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유두호 디자이너가 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했으니, 미래 에너지 연구자를 꿈꾸는 독자가 참고한다면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나가야 할지 계획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핵융합 발전은 지구에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이 하나 더 생기는 엄청난 일입니다. 2018년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으며, 최고의 해법은 핵융합 에너지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아직까진 그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길이지만, 온 인류가 힘을 합쳐 해낼지 또 누가 알겠습니까. 새로운 태양을 기다리며 또 한 번 희망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