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지진은 대부분 퇴적물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는 섭입단층대의 지하 수백km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규모 9.15)은 지하 10~20km에서 발생했다. 국제공동해양탐사프로그램(IODP) 연구팀이 그 원인을 최초로 밝혀 ‘사이언스’ 5월 26일자에 발표했다.
IODP에 참여한 송인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CO2지중저장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수마트라 섭입대에서 천부지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섭입 전 해저지층에 존재하는 규산염 광물의 탈수 작용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IODP 연구팀은 2016년 8월 6일부터 두 달 동안 시추선(위 사진)을 타고 수마트라 섭입대에서 약 255km 떨어진 인도양 해저지각을 시추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시추한 코어의 광물조성, 압출된 지층수의 화학성분 등을 분석한 결과, 지하 1300m 지점에서 지각을 구성하는 규산염 암석에 탈수 작용이 진행된 흔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탈수 현상이 섭입 전까지 계속 증가하면서 암석이 파괴 임계점에 가까워져 섭입 직후 지진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천부 대지진의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oi:10.1126/science.aal3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