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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뉴런 지능은 어디에 있을까

 

구석기 시대 인간은 불과 도구를 다루게 되고, 맹수와의 싸움에서 승리해 결국 지구를 점령했다. 이제는 우주를 향해 앞 다투어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구상의 생물 중 오직 인간만이 가능했던 일이다. 그 배경에는 어떤 동물도 갖지 못한 고도화된 지능이 있었다.



골상학에서 뉴런, 다시 커넥톰으로


인류가 ‘우리는 어떻게 다른 동물과 다를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한 것은 약 200년 전이다. 필자는 지능의 심리학 및 뇌인지과학적 개념 대신 생물학적인 발현 위치를 말하려고 한다(지능에 대한 심리학 및 뇌인지과학적 개념은 2파트에서 다룬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지능에 대한 초기 연구는 뇌의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길이 없었던 만큼 주로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들과 지능을 연결하기 위해 애썼다. 머리 크기나 모양에 근거한 골상학(骨相學)이 지능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현미경과 세포를 구분하는 염색법 등이 개발되자 전체적인 뇌의 모양보다는 부위별로 담당하는 능력으로 지능의 원천을 구분 짓게 됐다. 여기에 뇌 영상 촬영기법과 뇌 속 뉴런(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성을 확인하는 커넥톰(connectome) 프로젝트가 더해지면서 지능이 더 촘촘하고 복잡한 뉴런 네트워크를 통해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런은 신체의 특정 구역에 집합체를 이루고 있다. 바로 뇌다. 뇌는 온몸에 흩어진 뉴런을 감독한다. 플라나리아와 같은 편형동물 이상에서는 이런 뉴런 조직이 존재한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에서는 뇌와 척추를 중추신경계로, 다른 지역의 뉴런을 말초신경계로 구분한다. 중추신경계 중에서도 뇌에 있는 뉴런들의 작용이 생물학적으로 가장 축약돼 있어 지능으로 부를 수 있다.


지능과 연관된 뇌의 속성에는 뇌의 크기, 피질, 대뇌화(encephalization·대뇌의 용적이 증가하고 형태가 바뀌면서 기능이 현저하게 향상되는 현상) 등이 있다. 대뇌 피질에 있는 뉴런의 수와 정보를 처리하는 전도 속도는 각종 지능 발현에 영향을 준다. 가령 고래나 코끼리의 대뇌 피질 뉴런의 수는 인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지만, 세포의 활성과 반응 속도, 연결복잡도에서는 인간이 월등히 높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나 언어와 문자를 동시에 보유한 특징은 다른 어떤 동물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여기서 마음 이론이란 욕구·신념·의도·지각·정서·생각과 같은 자신과 타인의 마음, 그리고 정신적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선천적인 능력에 대한 이론이다.


이와 같은 인간 고유의 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관찰해야 했다. 1970년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뇌 촬영기법이 개발되면서 사고로 뇌가 손상된 환자의 뇌와 정상인을 비교하는 연구 등이 진행됐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뇌의 각 부위가 어떤 능력을 담당하는지 꽤 많이 알게 됐다. 전두엽은 사람의 성격, 언어, 논리, 기억과 같은 고차원의 사고 기능을 담당하고, 측두엽은 청각 기능 및 언어와 관련된 기능을 담당한다. 두정엽은 계산과 공간을 비롯한 각종 신체의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위고, 후두엽은 시각 정보를 처리한다. 소뇌는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운동, 인지 기능을 조절한다.

 



두정엽-전두엽-측두엽-소뇌, 지능 담당 ‘4총사’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들이 담당하는 기능을 알아낸 것만으로는 지능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능과 같은 고위인지기능은 뇌의 특정 부위 하나가 관여한다기보다는 뇌의 여러 부위가 함께 네트워크를 이루며 고위인지기능에 해당하는 일을 수행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와 구조적 네트워크들을 연구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확산텐서영상(DTI) 기술이다.


fMRI는 뇌 영역들의 혈중 산소농도에 대한 신호 변화를 측정하며, 뉴런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을 연구할 수 있다.
DTI의 경우 뇌의 백질(white matter)에 있는 물이 자기장에 따라 정렬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고 이를 통해 특정 활동에서 뇌의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학계에서는 두정엽과 전두엽이 특히 지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두정엽-전두엽 통합 이론’이 통용됐다.


그런데 2017년 필자는 그간 지능과의 연관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측두엽과 소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98-017-02304-z


우리는 17~48세 남녀 92명을 대상으로 지능지수(IQ) 검사와 함께 fMRI와 DTI 촬영 자료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전두엽-두정엽 사이는 물론 두정엽-소뇌 사이에서도 구조 네트워크가 다양한 활동을 위해 지능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관찰됐고, 측두엽과 전두엽에서도 이런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지능과 관련돼 있다고 알려졌던 두 영역 이외에 다른 부위도 지능 발현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던 것이다.

 


이 밖에 IQ가 높은 사람의 경우 특정 문제를 풀 때 뇌의 부위별 신호전달 통로가 원활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지능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뇌의 방대한 능력이 발휘될 때 뉴런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일 수 있다. 인간의 신경 연결망은 무한하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그 수가 많고 복잡하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미국의 주도로 뇌 속 뉴런 사이에 연결된 상태를 조사해 지도로 만드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뇌인지과학자들의 목표는 인간 지능의 본질과 이런 지능에 있어서 개인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 지적 능력의 다양성과 이것이 가능한 신경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다.


인체는 시간에 따라 발달하거나 퇴화하는데, 지능도 이러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뇌에서 발생하는 이런 변화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신경가소성을 지능의 변화와 연관시키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겸 뇌인지과학과 교수다. 유전적, 심리학적, 신경영상학적 기법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 능력이나 강박, 조현병과 같은 신경정신병 등에 대한 인지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뇌파 측정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kwonj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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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권준수
  • 에디터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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