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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을 넘어섰다

 

지능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여정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한 생명체가 마주하는 주변 환경과 그에 따른 상황에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모든 과정이 지능이었다. 이런 지능은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으려는 인공지능(AI)이다. 인간이 보유한 지능과 인간이 만든 지능, 둘은 어떤 관계일까.


인간 누른 ‘알파고’와 ‘알파제로’


“우리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해 걷고, 말하고, 보고, 쓸 수 있으며, 결국 스스로의 존재를 깨우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공신경망 기술인 단층퍼셉트론(SLP·Single Layer Perceptron)을 제안한 프랭크 로젠블랫 미국 코넬항공연구소 인지시스템분과장은 1958년 7월 13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스스로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SLP 개념은 이후 여러 층의 신경망을 이용해 입력된 데이터를 최적화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진화했다. 1980년대에는 문제를 주고 정답을 맞히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개선해나가는 강화학습 알고리즘도 개발됐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대 들어 딥러닝과 강화학습이라는 두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연구가 시작됐고, 이제는 딥러닝 기반의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한 인공지능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은 특정 게임의 규칙만 주어지면 따로 게임의 과정을 입력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터득한다.


2016년 등장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바둑만 학습했다. 반면 2018년 1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된 ‘알파제로(AlphaZero)’는 체스, 쇼기(장기와 비슷한 일본의 보드게임)까지 섭렵했다. 알파제로는 학습을 시작한 지 30시간 만에 알파고를 가볍게 제압했다. 이제 이런 게임을 학습한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인간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의 규칙을 학습하는 데 있어서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고도화된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지능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장한다. 반면 인공지능은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면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관점에서는 아직까지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는 인공지능은 없다.

 

▲ 2016년 3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6층에 마련된 대국실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결을 펼치는 모습. 최종 전적은 4승 1패로 알파고의 승리였다.



23GB 학습한 언어 인공지능 ‘코버트’


인간과 대화하며 인간의 생활을 돕는 언어 인공지능은 어떨까. 이들은 무수히 많은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AI 스피커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조만간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지는 않을까.


언어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임준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은 주어진 문제가 학습한 내용과 조금만 달라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판단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제시하기 일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올해 6월 한국어 인공지능 모델인 ‘코버트(KorBERT)’를 개발해 공개했다. 10년간 신문기사와 백과사전 데이터 등 총 23GB(기가바이트) 분량의 정보를 학습시켰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200쪽 분량의 소설 1만 권을 읽는다고 가정할 때, 이를 데이터로 환산하면 1GB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코버트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셈이다.


학습 과정은 다음과 같다. 코버트에 입력할 전체 데이터의 15%에 해당하는 부분을 빈칸으로 만든다. 그리고 코버트에게 빈칸을 채우게 한 뒤 정답과 비교해 정답만 학습하게 한다. 특정 문장에서 일부 단어를 지우고 빈칸으로 만든 뒤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찾아보라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학습시킨 것이다.


코버트는 개별 독해, 주어진 한글 문서에 대한 주제 분류, 문장의 유사도 추론, 문장 내에 등장하는 인물의 역할 인식,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도 거쳤다. 연구팀은 코버트의 답안을 언어학자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마련한 정답과 비교했다.


임 선임연구원은 “간단한 개별 문장 독해를 제외하면 모든 항목에서 코버트가 인간의 수준에 못 미쳤다”며 “가령 ‘오늘 점심을 많이 먹으면 저녁을 굶을 수 있다’는 문장의 경우 인간은 한 끼를 많이 먹었으니 한 끼를 건너뛸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코버트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도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임 선임연구원은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인간의 학습 방식을 완벽하게 모사하는 수학적 모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인간 돕는 지능


인공지능은 SF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인간을 위협하거나 무너뜨리기 위해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가령 코버트는 법률이나 보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상담자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자신이 학습한 사례와 비교해 알맞은 답안을 제시하면 된다.


임 선임연구원은 “코버트를 이용하면 수백 쪽에 이르는 보험 약관을 일일이 읽어 보지 않고도 가입 여부나 보험금 수령 가능 여부 등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도구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용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의사면허증이 있는 의사라면 질병에 대한 지식 수준은 비슷하다. 하지만 환자들은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를 선호한다. 경험을 토대로 빠른 시간 내에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을 더 많은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효과적인 학습법을 개발해야 한다”며 “뇌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공학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융합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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