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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름을 붙여주자 비로소 향기가 됐다

노현준 더스킨팩토리 대표

지난 2월 3일 서울 강남구 더스킨팩토리 사옥. 인터뷰를 위해 찾은 방에 향기가 가득했다. 방의 이름은 ‘재스민 우디’. 이름에 걸맞게 목재로 만든 커다란 책상이 배치돼 있고, 따뜻한 불빛이 방을 감싸고 있었다. 미리 도착해 있던 노현준 더스킨팩토리 대표가 새로 출시한 핸드크림을 건넸다. “비 온 뒤 축축하게 젖은 땅 냄새가 나지 않나요? 자연 향기를 최대한 담아보려 했죠.”


더스킨팩토리의 쿤달은 2016년 샴푸와 헤어 트리트먼트 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발전해 온 헤어케어 전문 브랜드다. 이후 바디워시, 핸드크림, 디퓨저, 섬유유연제, 칫솔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퍼스널케어 전문 브랜드로 성장했다. 노 대표는 지난해 5월 대표이사로 더스킨팩토리에 합류했다. 그는 “역동적인 환경에서 새로움을 만들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쿤달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최적지였다.

 

조향사가 된 CEO

 

퍼스널케어 브랜드지만, 대중이 쿤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놀랍게도 향기다. 우연이 아니다. 쿤달이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다른 퍼스널케어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싶어서 향을 택했죠. 쿤달의 제품을 말하면 향을 떠올릴 수 있게요. 광고에서 말하듯이, ‘Scent My Life(나의 모든 순간을 향기롭게)’가 저희 쿤달의 목표입니다.”


쿤달이 향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 대표는 자신부터 향에 통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그는 지난해 몇몇 직원들과 함께 조향 공부를 시작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50여 개의 기본 향을 맡아 구분하고 조합한 뒤 다시 향을 구별해 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더구나 노 대표는 만성 비염 환자였다. 추운 날에는 온종일 콧물을 훔칠 정도로 지독한 비염인데, 향 구분은 언감생심이었다.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외워지지 않는 지독한 향도 있었지만 그만의 암기방법으로 향을 기억했다. “재스민 향이 너무 외워지지 않았어요. 이미지로 연상하기 어려운 향이지만, 무조건 외워야 했기에 어렸을 때 맡아봤던 ‘말똥냄새’로 이 향을 기억했어요.” 


노력은 흥미로운 깨달음으로 보답했다. “달콤한 꽃향기를 좋아했어요. 자격증을 따면서 이게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조향 공부를 하니 ‘향기는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고 나니 향기 취향도 바뀌었다. “향 분자의 크기에 따라 발향 시간이 다르거든요.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베이스 노트의 우디향 계열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새로운 모험을 통해 탄생한 ‘지구의 향’

 

대표가 되고 반년이 갓 지난 지난해 11월, 그는 또 다른 모험에 도전했다. 과학동아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의 향을 담은 핸드크림을 만들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과학이라는 말의 무게에 눌린 탓이었다. ‘우주의 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 이공계 출신의 노 대표는 전형적인 이과생의 반응을 보였다. “우주는 진공상태라 향이 없지 않나요?”


노 대표가 만든 정적도 잠시, 곧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주에서 추억하는 지구의 향’이란 콘셉트가 정해졌다. 그리고 보이저 1호가 약 60억 km 밖에서 지구를 포착한 지 꼭 32년만인 2월 14일, ‘창백한 푸른 점’ 향을 담은 핸드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동안 많은 도전을 했으나 과학동아와 쿤달의 컬래버레이션은 굉장한 모험이었습니다.”


향 제작에 어느 때보다도 열중했지만, 결코 제품의 기본 기능에 소홀하지 않았다. 노 대표는 “핸드크림의 피부 보호와 보습이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하되, 향을 입히면서 새로운 감성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포부대로 향기로운 쿤달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매월 다른 향으로 디퓨저,  비누 등을 만들어보며 향을 체험하는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쿤달의 향을 알리는 것은 물론, 여전히 향에 대해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쿤달의 모습을 물었다. 노 대표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언급했다. “정말 좋은 향이 많은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런데 그 무명의 향에 쿤달이 이름을 붙이면, 그 향은 세상에 나와 특별한 이름을 갖고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 선물합니다. ‘사람들이 향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비로소 쿤달의 향기가 됐다’ 이렇게 쿤달이 기억되길 바랍니다.”
아늑하게만 느껴졌던 방 안의 향이 달리 느껴졌다. 어쩐지 말똥냄새도 살짝 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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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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