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능×유전 지능도 노력하면 좋아지나

 

지능과 같은 특징을 학계에서는 ‘복합 형질(complex trait)’이라고 부른다. 한두 개의 유전 형질이 아닌, 수많은 유전자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특징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요소는 환경이다.


지능이 향상되도록 돌연변이를 일으켜 유전 형질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뇌가 노출되는 환경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부분적이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지능을 일부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능을 조절하는 유전자, 있다 vs. 없다


2017년 필자는 학습 능력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특정 유전자의 다형성 등 세 가지 요인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신경가소성이란 쉽게 말해 뇌가 학습이나 환경과 같은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신경가소성이 클수록 학습 능력이 좋은 것으로 간주한다.


당시 필자는 뇌 속 별 모양의 신경교세포에서 발현되는 ‘아쿠아포린(Aquaporin)-4’라는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에 따라서 뇌의 변화 정도와 변화 양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의 경우 이 유전자의 SNP 차이에 따라 언어학습과 관련된 하후측 측두피질의 상승 정도가 달라졌다. 특히 이 유전자를 없앤 쥐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커지지 않아 공간을 기억하는 능력도 떨어졌다. doi: 10.1038/mp.2017.113


그간 인간의 지능과 유전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됐다. 일란성 쌍둥이가 각자 다른 집으로 입양돼 다른 환경에서 자란 경우 이들의 지능은 동일할까, 아니면 다를까. 이런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현재 학계에서는 지능에 대한 유전자의 영향이 약 50%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능을 향상시키는 유전자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결과에 따르면, 지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매우 다양하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도 수두룩하다. 바꿔 말하면 아직까지는 유전자를 제어해 지능을 올리는 방법이 명쾌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어디서 자라야 IQ 더 높나? 도심 vs. 교외


그렇다면 환경과 지능은 어떤 관계일까. 환경이 지능을 바꿀 수 있을까. 2001년 ‘미국역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은 이에 관한 충격적인 답을 제시한다. doi: 10.1093/aje/154.8.711


연구팀은 미국 디트로이트 도심(약 6700명)과 교외(약 1만 6100명)에 사는 6~11세 어린이들의 지능지수(IQ) 점수를 분석한 결과 5년간 IQ가 유지된 교외 어린이와 달리, 도시에서 자란 어린이는 수치가 감소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의 경우 부유한 가정일수록 교외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IQ가 이들의 지능을 온전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학교 교육의 질, 방학 기간 활동 등 지역사회로 대변되는 총체적 환경이 이들의 IQ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고, 어린 시절에 혜택을 덜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됐다.


아쉽게도 어린 시절에 노출된 환경을 성인이 된 뒤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도 신경가소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선 뇌를 망가뜨리는 요소를 멀리해야 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뇌 독소로는 마약, 술, 담배가 있다. 특히 전 생애에 걸쳐 이런 뇌 독소를 최대한 피하고 절제하는 것이 좋은 지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 TV 시청, 게임 등을 즐기는 스크린 시간(screen time)이 지나치게 많을수록 뇌 구조의 연결성을 낮춰 인지 등 지능과 관련된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좋은 지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인지기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등 좋은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양의 생선 섭취와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등의 활동은 뇌의 활성을 도울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들이 보고됐다.


또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걷기 등 일정 시간 운동을 하거나, 본인의 관심사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도 중요하다. 이런 활동은 학습을 위한 인지기능을 넓힐 수 있다.

 



12~14Hz 수면 방추에 주목


그간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습 능력은 수면 시간과 관계가 깊다. 흔히 잠은 8~9시간 자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밤잠이 만성적으로 부족할 경우, 지능의 주요 요소인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는 곧 학습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수면의 질도 무시하면 안 된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실 경우 잠은 들 수 있겠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적절하고 건강한 수면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수면 시간 동안 우리 뇌에서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활발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스템은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고 세포를 새로 만든다.


또 아직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잠들었을 때 나오는 뇌파 중에 수면 방추(sleep spindle)라는 것이 있다. 수면 방추는 낮은 진폭과 12~14Hz(헤르츠)의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 잠을 자는 동안 1분에 2~5회 관찰된다. 뇌과학자들은 수면 방추의 알려지지 않은 기작이 뇌의 학습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충분하고 건강한 수면이 뇌의 기능과 지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수면 시간을 쪼개 학습에 쓰는 것이 당장 성적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운동하고, 그리고 남은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체험해 보는 것. 높은 지능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처방이다.

 

 

 

김지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스크랜튼대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뇌영상 기법을 이용해 유전자와 환경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재인 ‘더 바이폴라 브레인(The Bipolar Brain)’ 집필에도 참여했다.

kjieun@ewha.ac.kr

 

 

*용어정리

단일염기다형성(SNP)
유전체에서 평균 300개의 염기에 하나꼴로 일어나는 변이. 인간의 DNA는 99% 이상 동일한데 SNP가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만들어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은
  • 에디터

    김진호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심리학
  • 의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