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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병 감염 원인 식인 행위로 추정

지난 4월 25일자 ‘사이언스’에는 식인에 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고대인들이 사람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치명적인 퇴행성 뇌질환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영국 퀸스퀘어대 신경학연구소의 존 콜린지 박사는 과거 뉴기니 포어(Fore)족의 약 10%가 쿠루라는 질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920년경 쿠루가 처음 발병한 후 해마다 포어족 인구의 약 1%가 전염돼 사망했다. 사망한 포어족의 대부분은 여성이나 어린이들이었다. 포어족은 장례의식 때 죽은 친족을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 남성은 장례의식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식인행위는 여성이나 어린이들에 의해 주로 행해졌다고 한다. 따라서 콜린지 박사는 사람 고기가 바로 질병의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쿠루는 주로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프리온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일반적인 단백질은 3차원 구조가 변형되면 대부분 기능을 상실한다. 그러나 프리온은 구조가 변형되면 주변에 있던 정상 프리온도 자신과 같은 형태로 변형시킨다. 즉 바이러스처럼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형된 프리온은 뇌세포를 파괴해 인간에게는 크로이츠펠트-아콥병(vCJD)을, 소에게는 광우병을 유발시킨다. 뇌조직에 수많은 구멍이 뚫리면서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프리온 질병은 이에 감염된 고기를 먹음으로써 전염된다고 알려졌다. 즉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으면 크로이츠펠트-아콥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콜린지 박사는 과거 포어족도 “프리온에 감염된 사람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쿠루병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지 박사는 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식인 행위를 했기 때문에 질병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발표했다. 또한 그는 화석들도 식인 행위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9년 10월 1일자 ‘사이언스’에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약 10만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뛰어난 사냥꾼이자 전문적인 도살꾼이었다. 사슴이나 염소를 죽인 후 돌 도구나 긴 뼈를 이용해 고기와 힘줄을 능숙하게 발라냈다. 그런데 어떤 인류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들이 이와 비슷한 사냥법을 그들의 동족을 대상으로도 자행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메디테란네대의 알반 드플뢰르 박사와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팀 화이트 박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사용했던 돌 도구가 발굴된 무라-구에르시 동굴에 주목했다. 여기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 식인 행위가 짐작되는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근육을 발라내고 혀를 잘라낸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같은 장소에서 식용을 위해 사냥됐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사슴의 뼈에서도 비슷한 자국을 발견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슴도 두개골이 모두 부서져 있었다. 연구팀은 아마 뇌와 척수를 얻어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드플뢰르 박사는 “인간과 포유류가 모두 요리를 목적으로 비슷하게 취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뼈들에는 불에 데거나 구워진 흔적이 거의 없었다. 네안데르탈인은 불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도 말이다. 연구팀은 그들이 사람이나 사슴 고기를 날것으로 먹었으리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화이트 박사는 “모든 네안데르탈인이 식인종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 중에 식인종이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류에게 정말 식인종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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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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