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안의 미사일'로 알려진 단클론 항체를 파헤쳐본다. 무슨 원리로 그 신비한 기능을 가지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또 수명이 3~4일에 불과한 형질세포가 불멸의 세포가 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은 몸밖의 항원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이에 대항하는 항체가 바로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이해된다.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은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려는 자기방어기능을 지니고 있다. 즉 수많은 미생물과 접촉하는 인간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고 병이 들어 죽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미생물이 사람 몸속에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면역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이 면역반응의 주체가 바로 항체(antibody)다. 이 글의 대상이 될 단세포군(群)항체 (monoclonal antibody)도 일종의 항체에 속하는 것이다.
단세포라는 것은 하나의 세포라는 뜻이다. 따라서 단세포군(monoclone)이란 하나의 세포가 만든 세포의 집단으로, 똑같은 성격을 지닌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단세포군항체는 똑같은 성질을 지닌 세포집단이 만드는 항체인 것이다.
단세포군항체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몸 속에 지니고 있는 항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순찰자 림프구가 머무는 곳에 면역생겨
면역이란 무엇일까? 이는 우리의 몸이 질병으로부터 면제받은 상태를 말한다. 즉 어떤 질병에 걸리지 않게 우리몸이 저항을 한다는 뜻이 된다.
결국 우리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외부의 도전에 대해 적절하게 면역반응으로 대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 몸에는 면역을 담당하는 조직이 정해져 있다. 이 조직내에는 여러가지 세포가 각기 특유한 기능을 지니면서 면역반응을 발휘하는데 관여하고 있다.

(그림1)은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곳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즉 흉선, 골수, 림프절, 비장, 편도선, 파이어판등이 면역의 주역들이다.
면역조직은 림프관과 혈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면역반응을 주관하는 림프구(球)는 림프관과 혈관을 따라서 면역조직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
온몸을 순찰하고 있던 림프구가 잠시 머무르거나 정착하는 곳이 바로 면역조직인 셈이다.
림프구가 생기는 곳은 골수이다. 이곳에서 림프구는 여러가지 갈래로 분화할수 있는데 분화는 간세포로부터 시작한다.
골수에 있던 간세포중 일부 세포는 B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다른 일부세포는 T세포로 분화한다. T세포계열의 전구세포로 변화하는 것이다.
T세포계열의 전구세포는 흉선을 지나면서 T세포의 기능만을 갖춘 세포로 분화된다.
반면 B세포계열의 전구세포는 골수내에서 B세포의 기능만을 갖춘 세포로 분화된다. 이때 흉선이나 골수에서는 각기 특유한 지령을 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
림프구는 T세포와 B세포, 두 종류가 있다. 그런데 B세포는 다시 형질세포와 기억 B세포로 나뉜다. T세포도 조력(助力) T세포(T4세포)와 억제 T세포로 나뉜다.
형질세포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인데, B세포에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형질세포는 B세포와 모양이 전혀 다르다.
(그림3)은 김사(Gimsa)염색을 통해 나타난 형질세포로 세포질 양이 림프구에 비하여 많다. 또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리보솜(단백질합성공장)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항체에는 항원과의 결합기능이 있다
항체는 리보솜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항체단백질을 형광염색한 후 형광현미경으로 찍은 사진(그림4)을 보라. 세포질내에 연두색으로 염색된 것이 항체다.
항체의 화학적 구조는 1960년대에 밝혀졌는데, 개략적 구조를 (그림5)에서 볼 수 있다. 항체는 중쇄(heavy chain) 2개와 경쇄(light chain) 2개로 된 4개의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가 다이설파이드(disulfide)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 중쇄와 경쇄는 각각 가변(可變)부위와 불변부위로 나뉘어 있다.

가변부위를 이루고 있는 아미노산의 배열은 항체마다 서로 다르고 변화가 많다. 이 가변부위는 항원과 결합하는 부위이다.
반면 불변부위는 생물학적 기능을 나타낸다.
따라서 항체분자는 두가지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다. 즉 항원과 결합하는 기능(가변부위)과생물학적 기능(불변부위)을 나타내는 부위로 그 구조가 나누어져 있다.
생물학적 기능에 따라 항체는 IgG, IgM, IgD, IgA, IgE로 구별된다.
일생동안 1억개의 항원과 항체에 접촉돼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세포가 어떻게 면역에 관여하는가? 또 B세포가 어떻게 형질세포로 분화되는가를 알아보자.
(그림6)에 나타난대로 B세포는 세포표면에 항원을 인지(認知) 할 수 있는 항체분자(IgM)를 가지고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몸은 대략 1억개의 항원에 접하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항체 1억종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억개의 항체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형질세포 1억 종류가 있어야 된다. 또 이 1억의 형질세포는 같은 수의 B세포에서 나온다.
B세포는 IgM분자로 항원을 인지하는 반면 T4세포는 표면에 있는 항원수용체로 항원을 알아차린다.
B세포와 T4세포가 항원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궁합이 잘 맞으면 특이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형질세포로 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형질세포는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않는다. 대체로 형질세포는 3~4일간 특이항체만을 생산 분비하다가 수명을 끝낸다. 적혈구의 수명이 1백20일인데 비해 형질세포는 매우 짧은 수명을 갖고 있는 셈이다.
몸밖에 있는 항원이 몸안으로 유입되면 항원제시세포가 일단 항원을 먹는다. 잠시후 세포표면에 항원분자를 내보낸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항원은 자신에게 적절한 B세포와 T4세포를 선택한다. 항원으로 선택된 B세포가 T4세포의 도움을 받아 형질세포로 변한다. 형질세포는 자기 입맛에 맞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
형질세포는 한 종류의 항체분자를 생산하는 세포집단을 형성한다. 이 항체가 바로 단세포군 항체.
그러나 우리 몸의 B세포는 형질세포의 집단을 다양하게 만든다. 그 결과 수 많은 세포집단이 생산하는 항체가 혈류(血流)로 빠져나온다. 이 혈류에는 각종 특이한 항체가 뒤섞여 있게된다. 이같은 항체를 '다(多)세포군 항체(polyclonal antibody)'라고 부른다.
수명이 3~4일인 형질세포를 불멸의 세포로 바꾼다.
최근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수명이 3~4일밖에 안되는 형질세포를 영구불멸의 세포로 전환 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단세포군항체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수명이 3~4일 뿐이라고 알려진 형질세포가 계속 분열하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과 생쥐에서 발견된 종양의 양상을 띤 형질세포종(腫) 또는 골수종이 그런 현상을 나타냈던 것. 이것이 영구불멸의 형질세포를 개발하게 된 계기였다.
골수종(腫)세포는 미지의 항원에 의해 자극받은 B세포가 형질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때 변이가 일어나서 골수종세포는 세포분열을 계속할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된다.
면역글로블린(항체)의 생합성과정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이런 골수종세포를 많이 이용했다.
1975년 영국의 과학자인 밀스타인박사는 정상 형질세포와 골수종세포를 세포융합시켰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두 세포의 특성을 함께 갖춘 새로운 세포가 생겼다. 이 새로운 세포가 바로'하이브리도마(hybridoma)'세포다.
그런데 하이브리도마는 단세포군항체를 생산 분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하이브리도마세포는 단세포군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로 이용되고 있다. 요컨대 고작 3~4일간 생존할 뿐이었던 형질세포가 골수종세포와 융합(하이브리도마세포)되면 영원불멸의 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단세포군항체 이렇게만든다.
동물에 항원을 주사하면 이에 대응하는 림프구가 활동을 개시하여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가 증가한다. 이때 림프구가 많이 있는 비장을 끄집어내어 림프구를 분리한다. 또 한편에서는 조직배양방식으로 골수종세포를 배양한다. 배양된 골수종세포는 핵산유도체인 8-아자구아닌(azaguanine)에 저항성을 나타내며 HAT라는 배지에서 쉽게 죽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어 비장세포와 골수종세포를 시험관에 혼합한다. 이 혼합세포에 세포융합제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glycol)을 한방울씩 약 1분간 떨어뜨린다. 다시 세포배양액을 15분간 떨어뜨리면 세포융합과정이 끝난다.

이 혼합세포를 세포배양기에 옮기고 위상차(差)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해 보자 (그림8). 여기에서 비교적 크기가 큰 세포는 골수종세포, 작은 세포는 림프구나 형질세포다. □마크로 표시한 것은 골수종세포와 림프구가 융합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세포배양기에 옮겨진 세포는 HAT배지로 10~14일간 배양된다. 배양하는 동안에 림프구 특히 형질세포는 더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 없어진다. 골수종세포도 HAT배지에서는 살 수 없으므로 죽어간다.

(그림9)를 보라. 세포분열하면서 계속 증식하는 세포집단은 골수종세포와 림프구가 융합된 세포들이다. 이런 융합세포는 끝없이 증식, 커다란 세포집단을 형성한다(그림10).

이젠 이 세포집단이 주사한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과연 생산하는지 검사해야 한다. 검사 결과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군을 선발, 계속 배양한다. 다시 단세포배양(cloning)한 뒤 세포집단의 항체 생산여부를 재(再)검사한다. 여기서 재차 항체 생산 단세포군만을 골라 계속 배양한다. 이렇게 해서 단세포군으로만 선택, 배양된 단세포군항체가 탄생하는 것.
우연하게도 골수종세포와 형질세포는 1대(對) 1로 세포융합이 일어난다. 이점이 그들을 하이브리도마세포로 등장시킨 배경이다.
만약 하나의 항원이 5종류의 항원결정기를 지니고 있다면 5종류의 다른 항체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도마세포를 얻을 수 있다. 하이브리도마세포에서 비롯되는 단세포군항체가 개개의 항원결정기에 대응하는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
또한 배양조건만 갖춰주면 영원히 분열증식할 수도 있다. 만일 방만한 크기의 배양기에 하이브르도마세포를 키운다면 배양기속에는 이 세포가 생산한 특이항체로 가득찰 것이다. 현재 하이브리도마기법을 활용, 특수 목적용(用) 항체를 대량으로 얻고 있다.
암세포는 암관련항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위암세포를 동물에 주사하면 몸안에서는 위암세포가 지닌 항원에 대하여 반응할 수 있는 모든 항체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위암관련항원 뿐만아니라 암과 관계없는 정상 위장성분에 대해서도 항체가 생긴다. 이는 위암의 치료를 어렵게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때 골수종세포와 항체생산세포 (형질세포)를 세포융합시키면 위암관련항원에만 달라붙는 단세포군항체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도마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 이 항체는 위암관련항원에만 특이하게 결합할 뿐 위암이 지닌 다른 항원과는 결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항체는 위암관련항원을 가진 세포만을 손쉽게 찾아낸다.
미사일로 변한 면역독소
면역독소는 항체와 독소성분을 지니고 있다. 독소(toxin)는 세포결합성분과 세포독성성분으로 구분된다. 독소의 세포결합성분은 특이성이 없기 때문에 어떤 세포와도 결합, 세포내로 침투할 수 있다. 세포독성성분은 일반적으로 세포의 단백질합성을 억제시켜 독성을 발휘한다.
독소의 세포결합성분을 잘라내고 대신 항체를 결합시키면 어떻게 될까? 항체 분자내에 있는 항원결합부위는 이에 대응하는 항원과만 특이하게 결합할 것이다.
항체분자가 위암세포만을 골라 결합하는 것을 활용, 세포내 침투로(路)를 개척한 독성성분은 세포의 단백질합성을 억제, 세포를 죽여버린다(그림11참조).

일반독소와 면역독소는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세포독성을 발휘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세포에 결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예컨대 일반독소인 디프테리아독소는 세포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 세포내로 침투한다. 반면 면역독소는 암관련항원과 결합 후에 독성성분이 세포내로 들어간다. 또 면역독소는 결합할 수 있는 항원성분을 지닌 세포를 선별할 수 있다. 이같은 기능을 가진 면역독소는 정해진 목표물을 향하여 돌진하는 '미사일'과 같은 성질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단세포군항체는 암과의 전쟁에서 최고의 무기
거듭 말하지만 면역독소는 단세포군항체에 독소를 결합시켜 만든 것이다. 물론 독소대신에 동위원소를 결합시킬 수도 있다. 단세포군항체에 부착시킨 동위원소는 항체가 결합할 수 있는 항원이 존재하는 부위로 모일 것이다. 이를 이용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동위원소를 암이 있는 곳에 모이게 할 수도 있다. 이같은 성질을 이용하면 놀라운 치료효과를 얻게 된다.
단세포군항체는 암과의 전쟁에서 사용되는 것중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암치료는 산탄총식 요법(shortgun therapy)에 의존해 왔다. 아무데나 쏴서 맞으면 좋고 안맞아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즉 치료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도 파괴하여 부작용이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단세포군항체는 마치 저격병의 총알같이 암세포만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하이브르도마기법, 노벨의학상을 받다
단세포군항체는 개개의 항원결정기에 대응하는 항체다. 또 각 항원결정기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세포배양으로 동질성을 가진것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항원을 알아내는데 프로선수급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단세포군항체는 면역학분야 뿐만아니라 생물학, 농학, 의학분야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 응용분야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75년에 면역학분야에서 새로이 탄생한 하이브리도마기법은 1980년도초까지 급성장을 거듭했다. 현재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용될 정도로 이 기술의 전파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비슷한 시기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함께 생물과학분야의 총아로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하이브리도마기법을 처음으로 창안하여 발표한 밀스타인박사와 뮐러박사는 그 공로로 1985년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은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려는 자기방어기능을 지니고 있다. 즉 수많은 미생물과 접촉하는 인간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고 병이 들어 죽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미생물이 사람 몸속에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면역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이 면역반응의 주체가 바로 항체(antibody)다. 이 글의 대상이 될 단세포군(群)항체 (monoclonal antibody)도 일종의 항체에 속하는 것이다.
단세포라는 것은 하나의 세포라는 뜻이다. 따라서 단세포군(monoclone)이란 하나의 세포가 만든 세포의 집단으로, 똑같은 성격을 지닌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단세포군항체는 똑같은 성질을 지닌 세포집단이 만드는 항체인 것이다.
단세포군항체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몸 속에 지니고 있는 항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순찰자 림프구가 머무는 곳에 면역생겨
면역이란 무엇일까? 이는 우리의 몸이 질병으로부터 면제받은 상태를 말한다. 즉 어떤 질병에 걸리지 않게 우리몸이 저항을 한다는 뜻이 된다.
결국 우리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외부의 도전에 대해 적절하게 면역반응으로 대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 몸에는 면역을 담당하는 조직이 정해져 있다. 이 조직내에는 여러가지 세포가 각기 특유한 기능을 지니면서 면역반응을 발휘하는데 관여하고 있다.

(그림1)은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곳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즉 흉선, 골수, 림프절, 비장, 편도선, 파이어판등이 면역의 주역들이다.
면역조직은 림프관과 혈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면역반응을 주관하는 림프구(球)는 림프관과 혈관을 따라서 면역조직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
온몸을 순찰하고 있던 림프구가 잠시 머무르거나 정착하는 곳이 바로 면역조직인 셈이다.
림프구가 생기는 곳은 골수이다. 이곳에서 림프구는 여러가지 갈래로 분화할수 있는데 분화는 간세포로부터 시작한다.
골수에 있던 간세포중 일부 세포는 B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다른 일부세포는 T세포로 분화한다. T세포계열의 전구세포로 변화하는 것이다.
T세포계열의 전구세포는 흉선을 지나면서 T세포의 기능만을 갖춘 세포로 분화된다.
반면 B세포계열의 전구세포는 골수내에서 B세포의 기능만을 갖춘 세포로 분화된다. 이때 흉선이나 골수에서는 각기 특유한 지령을 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
림프구는 T세포와 B세포, 두 종류가 있다. 그런데 B세포는 다시 형질세포와 기억 B세포로 나뉜다. T세포도 조력(助力) T세포(T4세포)와 억제 T세포로 나뉜다.
형질세포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인데, B세포에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형질세포는 B세포와 모양이 전혀 다르다.
(그림3)은 김사(Gimsa)염색을 통해 나타난 형질세포로 세포질 양이 림프구에 비하여 많다. 또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리보솜(단백질합성공장)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항체에는 항원과의 결합기능이 있다
항체는 리보솜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항체단백질을 형광염색한 후 형광현미경으로 찍은 사진(그림4)을 보라. 세포질내에 연두색으로 염색된 것이 항체다.

항체의 화학적 구조는 1960년대에 밝혀졌는데, 개략적 구조를 (그림5)에서 볼 수 있다. 항체는 중쇄(heavy chain) 2개와 경쇄(light chain) 2개로 된 4개의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가 다이설파이드(disulfide)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 중쇄와 경쇄는 각각 가변(可變)부위와 불변부위로 나뉘어 있다.

가변부위를 이루고 있는 아미노산의 배열은 항체마다 서로 다르고 변화가 많다. 이 가변부위는 항원과 결합하는 부위이다.
반면 불변부위는 생물학적 기능을 나타낸다.
따라서 항체분자는 두가지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다. 즉 항원과 결합하는 기능(가변부위)과생물학적 기능(불변부위)을 나타내는 부위로 그 구조가 나누어져 있다.
생물학적 기능에 따라 항체는 IgG, IgM, IgD, IgA, IgE로 구별된다.
일생동안 1억개의 항원과 항체에 접촉돼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세포가 어떻게 면역에 관여하는가? 또 B세포가 어떻게 형질세포로 분화되는가를 알아보자.
(그림6)에 나타난대로 B세포는 세포표면에 항원을 인지(認知) 할 수 있는 항체분자(IgM)를 가지고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몸은 대략 1억개의 항원에 접하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항체 1억종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억개의 항체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형질세포 1억 종류가 있어야 된다. 또 이 1억의 형질세포는 같은 수의 B세포에서 나온다.
B세포는 IgM분자로 항원을 인지하는 반면 T4세포는 표면에 있는 항원수용체로 항원을 알아차린다.
B세포와 T4세포가 항원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궁합이 잘 맞으면 특이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형질세포로 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형질세포는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않는다. 대체로 형질세포는 3~4일간 특이항체만을 생산 분비하다가 수명을 끝낸다. 적혈구의 수명이 1백20일인데 비해 형질세포는 매우 짧은 수명을 갖고 있는 셈이다.
몸밖에 있는 항원이 몸안으로 유입되면 항원제시세포가 일단 항원을 먹는다. 잠시후 세포표면에 항원분자를 내보낸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항원은 자신에게 적절한 B세포와 T4세포를 선택한다. 항원으로 선택된 B세포가 T4세포의 도움을 받아 형질세포로 변한다. 형질세포는 자기 입맛에 맞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
형질세포는 한 종류의 항체분자를 생산하는 세포집단을 형성한다. 이 항체가 바로 단세포군 항체.
그러나 우리 몸의 B세포는 형질세포의 집단을 다양하게 만든다. 그 결과 수 많은 세포집단이 생산하는 항체가 혈류(血流)로 빠져나온다. 이 혈류에는 각종 특이한 항체가 뒤섞여 있게된다. 이같은 항체를 '다(多)세포군 항체(polyclonal antibody)'라고 부른다.
수명이 3~4일인 형질세포를 불멸의 세포로 바꾼다.
최근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수명이 3~4일밖에 안되는 형질세포를 영구불멸의 세포로 전환 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단세포군항체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수명이 3~4일 뿐이라고 알려진 형질세포가 계속 분열하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과 생쥐에서 발견된 종양의 양상을 띤 형질세포종(腫) 또는 골수종이 그런 현상을 나타냈던 것. 이것이 영구불멸의 형질세포를 개발하게 된 계기였다.
골수종(腫)세포는 미지의 항원에 의해 자극받은 B세포가 형질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때 변이가 일어나서 골수종세포는 세포분열을 계속할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된다.
면역글로블린(항체)의 생합성과정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이런 골수종세포를 많이 이용했다.
1975년 영국의 과학자인 밀스타인박사는 정상 형질세포와 골수종세포를 세포융합시켰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두 세포의 특성을 함께 갖춘 새로운 세포가 생겼다. 이 새로운 세포가 바로'하이브리도마(hybridoma)'세포다.
그런데 하이브리도마는 단세포군항체를 생산 분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하이브리도마세포는 단세포군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로 이용되고 있다. 요컨대 고작 3~4일간 생존할 뿐이었던 형질세포가 골수종세포와 융합(하이브리도마세포)되면 영원불멸의 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단세포군항체 이렇게만든다.
동물에 항원을 주사하면 이에 대응하는 림프구가 활동을 개시하여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가 증가한다. 이때 림프구가 많이 있는 비장을 끄집어내어 림프구를 분리한다. 또 한편에서는 조직배양방식으로 골수종세포를 배양한다. 배양된 골수종세포는 핵산유도체인 8-아자구아닌(azaguanine)에 저항성을 나타내며 HAT라는 배지에서 쉽게 죽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어 비장세포와 골수종세포를 시험관에 혼합한다. 이 혼합세포에 세포융합제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glycol)을 한방울씩 약 1분간 떨어뜨린다. 다시 세포배양액을 15분간 떨어뜨리면 세포융합과정이 끝난다.

이 혼합세포를 세포배양기에 옮기고 위상차(差)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해 보자 (그림8). 여기에서 비교적 크기가 큰 세포는 골수종세포, 작은 세포는 림프구나 형질세포다. □마크로 표시한 것은 골수종세포와 림프구가 융합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세포배양기에 옮겨진 세포는 HAT배지로 10~14일간 배양된다. 배양하는 동안에 림프구 특히 형질세포는 더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 없어진다. 골수종세포도 HAT배지에서는 살 수 없으므로 죽어간다.

(그림9)를 보라. 세포분열하면서 계속 증식하는 세포집단은 골수종세포와 림프구가 융합된 세포들이다. 이런 융합세포는 끝없이 증식, 커다란 세포집단을 형성한다(그림10).

이젠 이 세포집단이 주사한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과연 생산하는지 검사해야 한다. 검사 결과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군을 선발, 계속 배양한다. 다시 단세포배양(cloning)한 뒤 세포집단의 항체 생산여부를 재(再)검사한다. 여기서 재차 항체 생산 단세포군만을 골라 계속 배양한다. 이렇게 해서 단세포군으로만 선택, 배양된 단세포군항체가 탄생하는 것.
우연하게도 골수종세포와 형질세포는 1대(對) 1로 세포융합이 일어난다. 이점이 그들을 하이브리도마세포로 등장시킨 배경이다.
만약 하나의 항원이 5종류의 항원결정기를 지니고 있다면 5종류의 다른 항체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도마세포를 얻을 수 있다. 하이브리도마세포에서 비롯되는 단세포군항체가 개개의 항원결정기에 대응하는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
또한 배양조건만 갖춰주면 영원히 분열증식할 수도 있다. 만일 방만한 크기의 배양기에 하이브르도마세포를 키운다면 배양기속에는 이 세포가 생산한 특이항체로 가득찰 것이다. 현재 하이브리도마기법을 활용, 특수 목적용(用) 항체를 대량으로 얻고 있다.
암세포는 암관련항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위암세포를 동물에 주사하면 몸안에서는 위암세포가 지닌 항원에 대하여 반응할 수 있는 모든 항체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위암관련항원 뿐만아니라 암과 관계없는 정상 위장성분에 대해서도 항체가 생긴다. 이는 위암의 치료를 어렵게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때 골수종세포와 항체생산세포 (형질세포)를 세포융합시키면 위암관련항원에만 달라붙는 단세포군항체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도마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 이 항체는 위암관련항원에만 특이하게 결합할 뿐 위암이 지닌 다른 항원과는 결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항체는 위암관련항원을 가진 세포만을 손쉽게 찾아낸다.
미사일로 변한 면역독소
면역독소는 항체와 독소성분을 지니고 있다. 독소(toxin)는 세포결합성분과 세포독성성분으로 구분된다. 독소의 세포결합성분은 특이성이 없기 때문에 어떤 세포와도 결합, 세포내로 침투할 수 있다. 세포독성성분은 일반적으로 세포의 단백질합성을 억제시켜 독성을 발휘한다.
독소의 세포결합성분을 잘라내고 대신 항체를 결합시키면 어떻게 될까? 항체 분자내에 있는 항원결합부위는 이에 대응하는 항원과만 특이하게 결합할 것이다.
항체분자가 위암세포만을 골라 결합하는 것을 활용, 세포내 침투로(路)를 개척한 독성성분은 세포의 단백질합성을 억제, 세포를 죽여버린다(그림11참조).

일반독소와 면역독소는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세포독성을 발휘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세포에 결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예컨대 일반독소인 디프테리아독소는 세포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 세포내로 침투한다. 반면 면역독소는 암관련항원과 결합 후에 독성성분이 세포내로 들어간다. 또 면역독소는 결합할 수 있는 항원성분을 지닌 세포를 선별할 수 있다. 이같은 기능을 가진 면역독소는 정해진 목표물을 향하여 돌진하는 '미사일'과 같은 성질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단세포군항체는 암과의 전쟁에서 최고의 무기
거듭 말하지만 면역독소는 단세포군항체에 독소를 결합시켜 만든 것이다. 물론 독소대신에 동위원소를 결합시킬 수도 있다. 단세포군항체에 부착시킨 동위원소는 항체가 결합할 수 있는 항원이 존재하는 부위로 모일 것이다. 이를 이용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동위원소를 암이 있는 곳에 모이게 할 수도 있다. 이같은 성질을 이용하면 놀라운 치료효과를 얻게 된다.
단세포군항체는 암과의 전쟁에서 사용되는 것중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암치료는 산탄총식 요법(shortgun therapy)에 의존해 왔다. 아무데나 쏴서 맞으면 좋고 안맞아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즉 치료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도 파괴하여 부작용이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단세포군항체는 마치 저격병의 총알같이 암세포만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하이브르도마기법, 노벨의학상을 받다
단세포군항체는 개개의 항원결정기에 대응하는 항체다. 또 각 항원결정기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세포배양으로 동질성을 가진것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항원을 알아내는데 프로선수급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단세포군항체는 면역학분야 뿐만아니라 생물학, 농학, 의학분야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 응용분야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75년에 면역학분야에서 새로이 탄생한 하이브리도마기법은 1980년도초까지 급성장을 거듭했다. 현재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용될 정도로 이 기술의 전파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비슷한 시기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함께 생물과학분야의 총아로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하이브리도마기법을 처음으로 창안하여 발표한 밀스타인박사와 뮐러박사는 그 공로로 1985년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