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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뼈와 33개 관절의 정교한 하모니

RUN Healthy

 

PART 2

인간이 오래 달릴 수 있도록 진화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는 여전히 신체에 부담을 주는 운동이다. 특히 발은 체중의 약 5배나 되는 힘으로 지면과 충돌한다. 그 충격을 흡수함과 동시에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밀어내야 한다. 유연하면서도 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쿵, 쿵, 쿵’. 
아이들이 뛸 때는 유난히 큰 소리가 난다. 몸무게가 성인보다 훨씬 적고 근육이 다 발달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층간소음 요주의 인물로 지목된다. 이유는 발의 구조에 있다. 아이들에게는 사뿐사뿐 달리기 위해 필요한 발 구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6개의 뼈가 움직이는 복잡한 운동


사람이 달릴 때 발이 지면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과정을 느린 화면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 동작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발뒤꿈치를 지면에 처음으로 대는 접지 동작이 일어난다. 이때 발에는 체중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두 번째는 발이 4~5도 안쪽으로 돌아가며(회내) 발바닥이 닿는 동작이다. 이때 체중이 발뒤꿈치에서 발의 바깥쪽을 따라 발 중앙부까지 순서대로 전달된다. 회내 동작은 발의 관절을 이완시킨다. 이를 통해 발이 거칠고 고르지 못한 지면에 바로바로 적응할 수 있고, 발뒤꿈치가 땅을 칠 때 발생한 충격도 흡수할 수 있다. 


마지막은 발 볼로 땅을 밀어 발을 떼는 동작이다. 먼저 발뒤꿈치가 올려지고, 안쪽으로 돌아갔던 발이 다시 바깥쪽으로 돌아가면서(회외) 체중 전체를 지지함과 동시에 몸을 밀어낸다. 


이 과정을 반복할 때 두 발에서는 각각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 100개 이상의 인대, 힘줄, 근육이 일을 한다. 이것들은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 중앙 부분의 아치 구조다. 아치 구조는 달릴 때 발의 모양을 유연하게 변형해 충격을 줄임과 동시에 그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운동에너지의 일부를 탄성에너지로 저장했다가 지면으로 방출하는 스프링처럼 말이다. 

 

3개월 태아 때부터 발달해 12세에 완성


아치 구조는 수정 후 3개월 된 태아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굉장히 빠르다고 여겨질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달릴 때 중요한 아킬레스건은 임신 8주차, 배아의 크기가 약  20mm일 때부터 형성돼 발바닥 부분의 족저근막과 연결된다. 


3개월 된 태아의 발을 보면 앞뒤 그리고 좌우로 오목한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출생 후 수 개월까지도 신생아의 발은 뾰족한 요족에 가깝다. 


그러나 이후 성장하면서 발 모양이 서서히 달라진다. 서서 걷기 시작하면 발을 벌리고 서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때 체중이 발 안쪽으로 실리면서 발 앞쪽이 바깥쪽으로 휘고, 발 뒤쪽이 바깥쪽으로 비틀리며 평발에 가까워진다. 소아기 때 아이들의 발은 뼈나 인대 조직이 매우 유연하기 때문이다. 
관절 가동성은 정상적인 아동의 경우 2~3세에 가장 크고 이후 점차 감소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평발로 남는 10~20%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12세까지 앞뒤로 오목한 종아치가 높아진다. 


안정태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의 아치가 형성되려면 뼈와 인대의 구조가 갖춰지고 발의 여러 곳에 부착하는 근육과 힘줄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것들이 서서히 성숙하면서 아치도 서서히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에 따라 키와 성장 속도가 다르듯, 아치의 높이와 아치가 성장하는 속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안 교수는 “유전적인 영향에 따라 발의 모양도 다양한 정상 변이를 보일 수 있다”며 “특히 아치 구조는 정상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성별에 따라서도 성장 속도가 다를 수 있다. 발의 성장은 출생 후 5세까지 급격하게 이뤄지다가 이후 느려진다. 여아는 10~12세까지, 남아는 12~14세까지 1년에 약 0.9cm씩 일정한 속도로 발 길이가 자란다. 그런 뒤 여아는 약 14세, 남아는 약 16세가 되면 거의 성장이 멈춘다. 아치의 성장도 여아가 남아보다 빠르고 일찍 완료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발의 아치 구조는 보통 10~12세경 완성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고, 그 모양도 제각각이다."

 

발바닥 아치가 높으면 달릴 때 유리한 이유

발 뒷부분(후족부)의 거골과 종골의 정렬에 따라 하체 힘이 발끝으로 전달되는 효율이 달라진다. 

1 발 뒷부분이 안쪽으로 비틀리는 경우(후족부 내반, 요족과 유사함), 거골과 종골이 이루는 두 관절 축이 평행배열을 잃고 맞물린다. 그 결과 뒤꿈치뼈가 흔들림 없이 더 단단하게 고정돼 하체 힘을 발 뒤쪽에서 앞쪽으로 잘 전달할 수 있다. 

2 발 뒷부분이 비틀리지 않았거나(중립위) 바깥쪽으로 비틀리는 경우(후족부 외반, 평발과 유사함), 두 관절 축이 평행배열을 이룬다. 뒤꿈치뼈가 비교적 느슨하게 고정돼 힘을 발 앞쪽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평발 vs. 요족, 의학적 기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아치 성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치 구조가 운동 능력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동선수 중에는 요족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발의 아치가 높아야만 운동선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도, ‘산소 탱크’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지성 선수도 발의 아치가 낮은 평발에 가깝다. 


해부학적으로 아치 구조가 달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안 교수는 “지면을 박차는 하체의 힘을 발 앞쪽으로 전달하기가 조금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보통 달릴 때 지면을 밀고 나가는 순간에는 발 뒤쪽이 안쪽으로 비틀리면서 뒤꿈치 관절이 잠기고 힘이 발 앞쪽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발의 아치가 높은 사람들은 이미 발 뒤쪽이 안쪽으로 비틀어져 있다. 힘을 발 앞쪽으로 전달하기가 좀 더 수월한 셈이다. 


반대로 발 아치가 낮은 사람들은 발 뒤쪽이 바깥쪽으로 비틀어져 있다. 달릴 때 뒤꿈치 관절이 흔들릴 수 있고, 그러면 힘이 발 앞쪽으로 전달되는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본인이 평발인지 아닌지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안 교수는 “발의 모양은 개인차가 크다”며 “아치 구조만이 달리기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치가 어느 정도로 낮아야 평발이고, 어느 정도로 높아야 요족인지 분류하는 명확한 의학적 기준도 사실 없다. 병원에서 X선 검사를 통해 여러 가지 뼈가 이루는 각도들을 확인하긴 하지만, 평발 여부를 진단하는 목적보다는 동반하는 질환이 없는지 확인하는 목적이 더 크다.

 

달리기 전 ‘아치 스트레칭’ 중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발을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중 70% 이상이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다. 안 교수는 “평발과 관련된 뚜렷한 증상이 있는 경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발이 지속돼 신발과 마찰이 생겨 발 안쪽에 통증을 동반한 굳은살이 생기거나, 만성적으로 발이 피로하거나, 하지 변형이 일어나 걸을 때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평발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성인기에 생길지 모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성인이 됐을 때 평발이 될까 미리 깔창 등의 보조기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평발 치료에는 깔창 등 보조기구가 많이 사용된다. 발 뒤쪽 부분이 바깥쪽으로 돌아간 것을 상쇄시키기 위해 발의 안쪽 아치 부분을 적당한 질감의 쿠션으로 받쳐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치를 기존보다 더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깔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효과도 없거니와 걸음걸이만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안 교수는 달리기 전 2가지 준비를 당부했다. 평발이든 요족이든 자신의 발 모양에 맞는 러닝화를 신고 달릴 것, 그리고 충분한 스트레칭을 할 것. 그는 “달리기 전 아킬레스건과 발 아치를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엄지발가락을 많이 움직이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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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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