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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즐거움이다_하우영 교사

[스승의 날] 우리 과학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잡았다! 잡았다!” 그물망에 잡힌 물고기는 큰 돌 아래에 사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 ‘꺽지’였다. 가슴장화를 입은 아이들은 꺽지를 냉큼 아크릴 관찰통에 넣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무늬와 지느러미를 두고 토론하는 모습이 생물학자들처럼 진지했다. 4월 15일 기자는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무지개초 하우영 교사(과학 전담교사)의 민물고기 모니터링 수업에 함께했다.

 


민물고기 모니터링부터 과학 연극까지


“학교에서 20분 거리에 강의 지류가 있어 종종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옵니다. 생태를 직접 관찰하는 경험은 초등학생 때가 아니면 하기 힘들거든요.”


하 교사는 단순히 민물고기를 관찰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지느러미 모양이나 멸종위기종에 대한 탐구 과정을 넣어 학생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수업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으로 ‘과학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그가 경남과학고를 졸업하고 초등교사가 된 이유와도 관련이 깊다. 어릴 때 과학동아를 품에 안고 잠들 정도로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과학고에 진학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이토록 재밌는 과학적 원리를 좀 더 일찍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하 교사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과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생기기 전에 과학은 해봐도 되는 것,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학 연극 수업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이날 오후에는 마침 6학년 학생들의 과학 연극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 시작에 앞서 먼저 한 팀이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환경오염을 주제로 연극을 펼쳤다. 노래와 율동이 주가 되는 대체로 유쾌한 분위기의 연극이었지만,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멸종위기 야생생물 따오기가 가슴을 쥐고 쓰러지는 장면에선 숙연함도 느껴졌다. 학생들은 이를 참고해서 ‘달과 지구의 운동’을 주제로 또 다른 연극 무대를 짰다. 


미세플라스틱 연극을 공연한 김예진 양(무지개초 6학년)은 “전학을 와서 수줍음이 많았는데, 연극을 통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에도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 교사가 처음 부임한 진주 선학초에서 그의  지도를 받았던 윤기연 양(진명여중 3학년)은 “꼭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보고 느낄 것이 많은 수업이 하우영 선생님표 과학 수업의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민물고기 모니터링과 과학 연극 외에도 별 관측, 코딩, 박쥐 탐사 등 다양한 활동이 교실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하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낸 연구 주제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과학 교사직의 재미”라고 덧붙였다.

 

동아리로 전국대회를 휩쓸다


하 교사는 5년 전 진주 선학초에 첫 발령을 받고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을 중심으로 ‘리틀뉴턴(Little Newton)’이라는 과학·환경 동아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다른 반, 다른 학교 학생들도 모여 현재는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1기부터 초등학교 6학년인 4기까지 동아리원이 100명가량 된다. 하 교사는 “과학고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끈끈한 동아리 활동이었다”며 “동아리원들을 팀으로 나눠 각종 과학탐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틀뉴턴 동아리원들은 놀랍게도 대회 준비 과정이 게임보다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슬기 양(무지개초 6학년)은 “학원에서 배울 때는 물리나 화학이 정말 재미없었는데, 발명대회에 나가기 위해 발명품과 관련된 공부를 하다보니 점점 재밌어졌다”며 “올해만 대회를 3개나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양의 어머니 김지연 씨(39)는 “하우영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스스로 기획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토론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며 “큰 대회에 참가해 시야를 넓히면서 진로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진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리틀뉴턴 1기로 하 교사와 5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정수연 양(진명여중 3학년)은 ‘오조봇’이라는 코딩 가능한 로봇을 주제로 대회에서 부스를 운영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그들이 내 설명을 신나게 듣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하 교사는 “부스 운영은 힘든 일이지만 기획 단계부터 스스로 참여해 한 번 성취감을 맛보면 계속해서 재밌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가한 대회는 성적도 눈부셨다. 작년 한 해에만 ‘대한민국학생창의력챔피언대회’에서 특허청장상, ‘대한민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대상, ‘전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활동발표전국대회’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하 교사와 리틀뉴턴 동아리원들은 과학활동 우수학생 및 교사로 선발돼 올해 1월 대만으로 4박 5일간 해외과학탐방을 다녀왔다. 올해 8월에는 학생 6명과 함께 미국 뉴저지주 라이더대에서 열리는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학생, 학부모 함께 하는 ‘페임랩’ 꿈 꿔”


인터뷰에 참가한 학생들은 상당수가 이공계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김미연 양(진명여중 2학년)은 “원래는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선후배들과 다양한 과학탐구 활동을 하다보니 과학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생겼다”며 “희망 진로가 연구원이나 과학교사 같은 이공계 쪽으로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양은 “현재 영재교육원을 3년째 다니고 있는 것도, 진명여중에서 과학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모두 하우영 선생님의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하 교사는 “앞으로도 모든 학생들이 과학을 편안하게,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도 그런 열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하는 과학 토크콘서트다. 콘셉트는 페임랩(Fame Lab)과 유사하다. 3분 동안 각자 최근에 배웠던, 혹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과학 주제를 흥미롭게 이야기하면 된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여 함께 과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그에게서 진정 과학과 학생들을 사랑하는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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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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