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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일기] 대학 생활의 꽃, 동아리? 일이 더블이 되는 거야~

◇ 술술읽혀요 |  나의 미국 유학 일기

 

 

흔히 대학 생활의 꽃은 동아리 활동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친구를 폭넓게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대학에서는 자신이 속한 동아리를 중심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도 많다. 


하지만 캘리포니아공대는 학교 특성상 이런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공대의 동아리는 대부분 취업이나 배움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다른 학생들과 놀거나 가볍게 어울리기 위한 동아리는 거의 없다. 과학, 공학, 또는 이와 관련된 사회 활동 동아리가 주로 많다. 


1학년 때 나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 엔지니어링’이라는 드론 동아리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우리 동아리는 경사면이나 장애물이 있어 평평하지 않은 표면에도 드론이 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1년에 걸쳐 개발했다. 첫 학기에 논문을 읽고 매주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두 번째 학기에는 장치를 직접 만들었다. 


우리는 드론이 경사진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액티브 착륙장치(Active Landing Gear)’를 만들었다. 이 장치에 드론 착륙시 지면의 기울기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경사에 따라 지지대 길이를 저절로 조절하는 모터를 만들어 달았다. 필요한 부품을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을 깎고, 3D 프린팅을 하고, 아두이노를 사용해 센서와 모터 시스템을 개발했다.


동아리 부원은 총 6명이었는데 컴퓨터과학과는 나 혼자였고, 나머지는 기계공학과였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센서와 모터 제어 시스템을 담당했다. 물론 나중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재료 손질도 도왔다. 


그리고 세 번째 학기 중이었던 2016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론 박람회 ‘드론, 데이터 × 컨퍼런스’에 액티브 착륙장치를 출품했다. 박람회 전날 밤까지 준비를 끝내지 못해 샌프란시스코 시내 호텔에 온갖 공구와 나무판자, 막대기, 그리고 쇳조각들을 들고 갔다. 그때 호텔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던 시선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복학했을 때 안타깝게도 드론 동아리는 없었다. 1학년 때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선배들은 모두 졸업했고, 이후 드론 연구에 열정적인 사람이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자주 있다.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려면 많은 사람이 합심해 동아리 활동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특정 주제에 대해 그만큼 열정적인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나도 로봇 동아리를 하다가 바빠지고, 큰 흥미를 못 느껴 한 학기 만에 탈퇴한 경험이 있다.


학교 숙제만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잠을 줄여가며 일주일에 10시간씩 동아리 활동을 할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캘리포니아공대 동아리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활동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동아리원의 80%가 모두 한 기숙사 소속일 때도 있다. 


나는 현재 학생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 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한 졸업생의 기부금으로 시작 됐다. 이후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 IT 대기업들도 투자했다. 지금은 자산이 몇십 배 늘어 8억 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동아리원들은 주식 시장 내외에 일어난 일을 분석하고 예측한 뒤 주식 매수와 매도를 제안한다. 주식을 살지 말지는 토론 후 투표로 결정한다. 이때 얻은 수익은 주로 간식을 먹는 데 쓰고, 때때로 다른 동아리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준다. 


나는 캘리포니아공대 학부 한인학생회(Korean Student Association)의 회장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의 학부에는 한국계 미국인과 한인 유학생이 20~30명으로 소수다. 그래서 매 학기 대학원 한인학생회와 함께 소풍을 가거나 체육대회를 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한국 회사 구인 공지, 국제 박람회 부스 운영 등 다양한 활동도 함께 한다. 


캘리포니아공대에 노는(?) 동아리는 거의 없지만 대신 기숙사(House)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기숙사별로 한 학기에 한 번씩 짧은 여행을 가기도 한다. 한 예로 내가 소속된 에이버리 기숙사는 캠핑 여행, 스키 여행, 해변 여행 등을 다녀왔다. 여행에선 수업, 시험, 과제를 모두 잊고 친구들과 실컷 떠들고 논다.


동아리 활동은 분명 유익하고 지나고 보면 추억도 많이 생긴다. 그러나 시간은 늘 한정돼있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하면 성적과 잠 등 포기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도 기숙사 행사에만 참여하다 보면 친구 관계가 좁아져 아쉽다. 조금 여유로워지는 4학년이 되면 다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폭넓게 친구를 사귀어볼 계획이다. 

 

202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용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및 경영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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