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올해 83세의 ‘현역’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표준모형을 완성한 공로로 셸던 글래쇼, 압두스 살람과 함께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업적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라고 회상했다(의도치 않았던 결과로 노벨상을 받다니!). 사실 본인은 힉스 메커니즘을 이용해 핵입자들을 묶어주는 힘(강력)을 설명하고자 했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됐다. 고민하던 그는 힉스 메커니즘이 오히려 약력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결국 풀고자 했던 문제는 못풀었지만 다른 더 중요한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완벽한 표준 모형?
표준모형은 마치 야누스의 얼굴 같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다. 모순된 말이지만,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에서 아름다움과 미학적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다.

표준모형의 핵심은 전자기력과 약력의 근원이 같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하나의 수식으로 두 힘을 기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는 이 두 가지의 힘이 매우 다르다. 와인버그는 이를 힉스메커니즘에 의해 전기력과 약력의 ‘대칭성’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칭성은 물리계에 적용되는 법칙을 바꾸지 않은 채로 물리계에 좌표이동 등 다양한 변형을 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대칭성이 깨졌다는 것은 자유롭게 계산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즉, 전자기력과 약력은 우주 탄생 초기 온도가 높았던 얼마 동안은 하나의 수식으로 기술할 수 있는 힘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우주의 온도가 식어가면서 대칭성이 깨지는 바람에 서로 다른 힘으로 갈라져 나왔다는 뜻이다. 2013년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이 같은 표준모형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모두 검증됐다. 실로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

“아마도 중요 기본 원리들은 다 밝혀졌다. 앞으로는 소수 여섯째 자리(더 정밀하게)를 측정하는 것이 물리학에서 할 일이다.”

이 말은 물리학자 알베르트 마이컬슨이 1894년에 한 말이다. 19세기 말에 이미 물리학의 완성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에드워드 몰리와 함께 한 실험(마이컬슨-몰리 실험)이 20세기 특수상대성이론의 토대가 됐으니, 아이러니 한 일이다. 어쩌면 힉스 입자의 발견을 두고 표준모형의 완성을 논하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지도 모른다.

19세기 말에는 이미 고전역학, 고전적 전자기학 이론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몇 가지 난제들이 있었지만 새로운 원리가 필요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대물리학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탄생하게 됐고, 이는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현대물리학의 탄생을 이끈 상황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표준모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험 결과 또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표준모형은 많은 부분에서 매우 정밀하게 현실을 설명하고 있지만, 표준모형의 예측과 다른 실험 결과도 없지 않다. 또 많은 물리학자들은 모든 힘이 통일되는 플랑크 에너지 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현재의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표준모형으로는 모든 힘을 통일해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점들이 물리학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쩌면 인류는 다시 한번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근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을 포괄하는 더 큰 이론인 표준모형 이후의 물리학(Beyond the Standard Model·BSM)을 연구하고 있다. 이론가들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실험가들은 그 모델이 맞는지 실험으로 검증하고 있다.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표준모형의 구조와,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의 중성미자 검출장치. 홍콩에서 북동쪽으로 52km 떨어진 다야만(Daya Bay)에 있는 핵발전소 인근에 설치돼있다. 2012년 김수봉 서울대물리천문학부 교수팀과 거의 동시에 중성미자 변환을 발표했다.

우리가 모르는 표준모형

1. 중성미자는 뭔가 특이하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은 중성미자의 종류가 바뀐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밝혀낸 일본 도쿄대 카지타 다카아키 교수와 캐나다 퀸즈대 아서 맥도날드 교수가 받았다. 표준모형과 관련한 19번째 노벨상인 이들의 업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아직 표준모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표준모형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와인버그가 정립한 표준모형에 따르면 중성미자의 질량은 0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성미자의 종류가 바뀌기 위해서는 질량이 0이 아니어야 한다. 표준모형에서는 힉스 장과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 때문에 입자들의 질량이 생긴다고 설명하는데, 중성미자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질량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중성미자의 질량이 다른 기본입자에 비해 매우 작은 것도 미스터리다. 따지고 보면 중성미자는 그 자체가 특이한 존재다. 중성미자는 스핀(질량, 전하량처럼 입자가 가진 고유한 특성) 방향이 늘 한쪽으로만 향하는 이상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표준모형은 그 현상을 설명할 뿐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유는 모른다. 심지어 중성미자가 입자와 반입자로 구분이 되는 것인지(디랙 중성미자), 아니면 입자와 반입자가 동일한 것인지(마요라나 중성미자) 역시 기존 실험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다.

2. 힉스 입자, 발견이 끝이 아니다
2012년 7월 4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힉스 입자를 관측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힉스 메커니즘을 처음 제안한 피터 힉스와 프랑수아 앙글레르는 201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거대강입자충돌기(LHC)를 이용하는 아틀라스(ATLAS)와 시엠에스(CMS) 검출기를 이용해 밝혀낸 사실은 힉스 입자가 표준모형에서 예측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붕괴하며, 스핀이 0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치한다는 것은 언제나 실험적 오차를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힉스 현상과 관련된 측정오차가 약 10% 정도다. 이 때문에 정밀도를 높여 측정했을 때 표준모형이 설명하는 힉스 입자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힉스 입자가 정말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기본 입자일까. 힉스 입자를 구성하는 새로운 입자들이 있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아직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힉스입자끼리 서로 상호작용하는 세기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측정해 봐야 한다.



표준모형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1.현실과 표준모형의 예측값이 다르다?
표준모형에서 예측한 현상은 거의 대부분 실제로 실험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예상한 결과와 전혀 다른 실험 결과가 있는데, 바로 뮤온 입자의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 문제다. 자기모멘트는 입자가 자기장에 반응해 회전하는 힘을 받는 정도를 말한다. 뮤온은 스핀이 1/2인 입자로, 자기모멘트와 스핀의 관계식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표준모형이 예측한 값과 실제 측정된 값의 차이가 측정 오차의 3.6배에 달한다. 이는 표준모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많은 물리학자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표준모형을 포함하는 ‘초대칭모형’이나 ‘가벼운암흑광자이론’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그 많던 반물질은 다 어디로 갔나
사람을 비롯한 모든 물체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를 기초로 구성돼 있다. 반물질은 말 그대로 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로 이뤄진 물질을 말하는데, 현재 우주에는 반물질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탄생했을 때는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수만큼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우주는 물질의 밀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당연히 입자와 반입자가 충돌해 소멸하면서 감마선, 즉 순수 에너지 형태로 바뀌는 사건이 수없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를 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초기 우주의 입자들 가운데 10억분의 1정도가 살아남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가 현재 보고있는 은하와 별, 행성 등을 구성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입자와 반입자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차이가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표준모형에서도 기묘(strange)쿼크 또는 바닥(bottom)쿼크가 들어간 중간자(meson) 계에서는 입자와 반입자의 차이가 관측됐다. 특정 중간자가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두 가지 반응의 비율이 같아야 대칭성이 있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주의 비대칭성을 설명하기에 는 그 차이가 너무 작다.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를 관측해 ‘CP대칭성’이 깨지는 현상을 관측했고,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CP대칭성에 대한 내용은 4파트 참고).

3. 5%를 넘어, 26.8%를 찾아라
미국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이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회전 속도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관계없이 비교적 일정하다는 사실을 1970년대에 밝혀냈다. 하지만 만유인력 법칙에 따르면 은하 주변부로 갈수록 별들의 회전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 따라서 이를 설명하려면 직접 관측되지 않은 질량이 있어서 중력의 효과를 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연구 결과 암흑물질은 단순한 먼지나 미세한 알갱이, 가스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보통의 원자나 분자들은 빛을 산란시키는데, 암흑 물질은 그런 성질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중력 렌즈 효과와 우주배경복사의 비균질성 등 암흑물질의 존재를 시사하는 현상은 이후로도 계속 관측됐다.

암흑물질은 아직 가속기 실험으로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암흑물질이 기본 입자의 한 종류인지, 질량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표준모형의 입자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5%에 불과한 반면,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26.8%를 차지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아직 우주의 95%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표준모형 ‘너머’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수용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