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산소와 함께 우리 몸을 이루는 3대 원소인 탄소가 올해 상복이 터졌다. 노벨물리학상이 탄소 한 층이 벌집형태로 배열된 물질인 그래핀의 발견에 주어진 데 이어 노벨화학상은 팔라듐촉매를 써서 두 탄소 원자가 서로 결합하게 만드는 합성법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만일 화학자들이 그래핀을 발견했다면 이 업적은 노벨화학상이 됐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축구공처럼 생긴, 탄소로 이뤄진 분자 풀러렌을 발견한 화학자 리처드 스몰리는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노벨화학상과 노벨생리의학상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화학은 물질의 구조와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다 보니 물리나 생명과학과 겹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물리학이나 생명과학에 상대성이론이나 줄기세포 같은 고유분야가 있듯이 화학에서도 노벨화학상밖에 줄 수 없는 분야가 있다. ‘화학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기합성(organic synthesis)이다.
올해 노벨상은 유기합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2005년 이후 5년만의 일이다. 최근 수년 동안 녹색형광단백질 발견(2008년), 리보솜구조 규명(2009년) 같은 생명과학 분야의 업적에 노벨화학상이 돌아가면서 내심 ‘노벨화학상이야, 노벨생리의학상이야?’라며 불만스러워 했던 ‘정통’ 화학자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소심한 탄소 원자 만남 주선
유기합성은 유기화합물, 즉 탄소를 포함한 분자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 과정은 어떻게 보면 건축하고도 비슷하다. 벽돌이나 철근 같은 자재로 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로 집을 짓듯이 유기합성은 탄소나 수소, 산소 같은 원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하게 조작해 분자 구조물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집이야 눈으로 보면서 하나하나 지어 올릴 수 있지만 분자 건축은 플라스크 안 액체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끓이거나 자외선을 쪼여주면서 그 안에서 원자들이 알아서 올바른 짝을 찾아 결합하기를 바랄 뿐이다. 반응이 끝난 뒤 화학자들은 제대로 결합한 구조만을 분리해 낸 뒤 그 다음 반응으로 넘어간다. 이런 일이 수십 회 반복되면서 항암제인 탁솔 같은 복잡한 유기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망치와 삽, 톱 같은 도구의 발명이 집짓기를 훨씬 쉽게 했듯이 원하는 분자구조를 쉽게 만들어주는 화학반응법의 개발은 다양하고 복잡한 분자를 합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탄소와 탄소 사이에 결합을 만드는 반응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유기화합물의 뼈대를 이루는 원소가 탄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탄소 결합반응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탄소가 매우 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이다. 소심한 두 사람이 친해지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때 두 사람과 알고 있는 제삼자가 나서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번 노벨화학상은 이런 방식으로 탄소-탄소 결합반응이 쉽게 일어나게 하는 방법인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교차결합 반응’을 개발한 화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반응에서 제삼자의 역할을 하는 물질은 팔라듐촉매다.
촉매란 화학반응이 빠르고 쉽게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물질로 반응과정에만 참여할 뿐 자체가 반응해 생성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팔라듐촉매의 경우 두 분자에 있는 특정 탄소가 서로 결합하게 도와준 뒤 빠져나와 다음 반응에 참여한다. 화학반응에서 촉매를 소량만 써도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도대체 팔라듐(Pd)은 어떤 원소이기에 이런 환상적인 작용을 할까. 1802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울러스턴은 백금의 불순물을 분석하다가 발견한 원소에 마침 그해 3월 발견돼 ‘팔라스’(Pallas)로 명명된 소행성을 떠올려 팔라듐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팔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이다.
팔라듐은 존재가 알려진 뒤에도 한 동안 별다른 쓸모가 없었다. 잘 부식되지 않아 탐사장비의 코팅에 쓰거나 은합금을 만들어 치과재료로 쓰는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뛰어난 촉매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늘날 화학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수상자의 한 사람인 미국 델라웨어대 리처드 헤크 명예교수는 화학회사인 헤라클레스사에 근무하던 1968년 팔라듐촉매를 이용해 상온에서 두 작은 분자가 탄소-탄소 결합으로 하나의 큰 분자를 만드는 반응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전까지는 이런 반응을 하려면 열을 가하거나 용액을 강한 산성으로 만들어 얌전한 탄소 원자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 결과 에너지도 많이 들고 불순문도 많이 나와 환경 문제도 있었다.
헤크 교수는 전이금속인 팔라듐이 분자에 다가가면 접촉하는 탄소의 반응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 에틸렌 같은 올레핀(이중결합이 있어 약간 불안정한 탄소가 있는 분자)을 넣어주자 팔라듐을 매개로 두 분자의 탄소 원자 사이에 반응이 일어났던 것. 이 방법을 쓰면 벤젠과 에틸렌을 결합시켜 스티렌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스티렌을 줄줄이 연결하면 플라스틱 폴리스티렌이 된다.
흥미롭게도 당시 헤크 교수는 혼자 이름으로 일련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노벨수상자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사실 연구를 거의 혼자서 했다”며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그런 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뒤 헤크 교수는 델라웨어대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 노벨화학상 수상자 7명으로
미국 퍼듀대의 일본인 과학자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는 1976년부터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일련의 화학반응을 연구했는데, 올레핀 대신 유기아연화합물을 써도 온화한 반응조건에서 탄소-탄소 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기아연화합물은 여러 구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팔라듐촉매를 써서 좀 더 다양한 분자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교수는 1979년 유기붕소화합물에 팔라듐촉매를 쓸 경우 좀 더 온화한 반응조건에서 다양한 분자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세 사람이 개발한 화학반응들은 각각 헤크 반응, 네기시 반응, 스즈키 반응으로 불린다.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반응의 대표주자들인 셈이다.
LG생명과학기술원 의약연구소 이태희 박사는 “이들이 만든 반응은 약방의 감초라고 불릴 정도로 분자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즐겨 쓰인다”며 “특히 반응조건이 온화하고 사용하는 시약의 독성이 낮은 스즈키 반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들 반응을 이용해 합성한 중요한 분자로는 항암제인 탁솔, 제조체인 프로설포론, 항염증제인 나프록센, 천식약인 싱귤레어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식물이나 해양생물서 발견되는 수많은 신약 후보물질들을 합성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만일 팔라듐촉매 탄소-탄소 결합 반응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태희 박사는 “탄소-탄소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에 합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시간도 더 걸리고 불순물도 훨씬 많이 나올 것”이라며 “구조가 복잡한 분자를 만들 때 이 반응을 안 쓴다는 건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유기화학자 에릭 자콥센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개발된 합성법 가운데 팔라듐촉매 교차결합 반응법이야 말로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국화학회 회장인 퍼듀대
조셉 프랜시스코 교수도 “이들의 업적이 인정받는 건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노벨상 선정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4~5년 전 은퇴해 현재 아내의 모국인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헤크 교수는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놀랐다. 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한 반면, 여전히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기시 교수는 “내가 완전히 뜻밖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 분야가 뽑힐 경우 내가 후보자 100명 가운데 하나라는 말을 아내에게 하곤 했다”고 대답했다.
스즈키 교수 역시 수상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본은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다. 지식만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라며 자신의 업적이 젊은 세대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유기화학자들은 늘 다른 종류의 분자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네기시 교수 역시 “명백히 더 많은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비대칭 합성의 경우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분야”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소식도 새로운 분자를 만들려는 이들의 ‘열정’을 식히지 못한 게 아닐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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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화학자들이 그래핀을 발견했다면 이 업적은 노벨화학상이 됐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축구공처럼 생긴, 탄소로 이뤄진 분자 풀러렌을 발견한 화학자 리처드 스몰리는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노벨화학상과 노벨생리의학상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화학은 물질의 구조와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다 보니 물리나 생명과학과 겹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물리학이나 생명과학에 상대성이론이나 줄기세포 같은 고유분야가 있듯이 화학에서도 노벨화학상밖에 줄 수 없는 분야가 있다. ‘화학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기합성(organic synthesis)이다.
올해 노벨상은 유기합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2005년 이후 5년만의 일이다. 최근 수년 동안 녹색형광단백질 발견(2008년), 리보솜구조 규명(2009년) 같은 생명과학 분야의 업적에 노벨화학상이 돌아가면서 내심 ‘노벨화학상이야, 노벨생리의학상이야?’라며 불만스러워 했던 ‘정통’ 화학자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소심한 탄소 원자 만남 주선
유기합성은 유기화합물, 즉 탄소를 포함한 분자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 과정은 어떻게 보면 건축하고도 비슷하다. 벽돌이나 철근 같은 자재로 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로 집을 짓듯이 유기합성은 탄소나 수소, 산소 같은 원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하게 조작해 분자 구조물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집이야 눈으로 보면서 하나하나 지어 올릴 수 있지만 분자 건축은 플라스크 안 액체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끓이거나 자외선을 쪼여주면서 그 안에서 원자들이 알아서 올바른 짝을 찾아 결합하기를 바랄 뿐이다. 반응이 끝난 뒤 화학자들은 제대로 결합한 구조만을 분리해 낸 뒤 그 다음 반응으로 넘어간다. 이런 일이 수십 회 반복되면서 항암제인 탁솔 같은 복잡한 유기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망치와 삽, 톱 같은 도구의 발명이 집짓기를 훨씬 쉽게 했듯이 원하는 분자구조를 쉽게 만들어주는 화학반응법의 개발은 다양하고 복잡한 분자를 합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탄소와 탄소 사이에 결합을 만드는 반응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유기화합물의 뼈대를 이루는 원소가 탄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탄소 결합반응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탄소가 매우 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이다. 소심한 두 사람이 친해지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때 두 사람과 알고 있는 제삼자가 나서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번 노벨화학상은 이런 방식으로 탄소-탄소 결합반응이 쉽게 일어나게 하는 방법인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교차결합 반응’을 개발한 화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반응에서 제삼자의 역할을 하는 물질은 팔라듐촉매다.
촉매란 화학반응이 빠르고 쉽게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물질로 반응과정에만 참여할 뿐 자체가 반응해 생성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팔라듐촉매의 경우 두 분자에 있는 특정 탄소가 서로 결합하게 도와준 뒤 빠져나와 다음 반응에 참여한다. 화학반응에서 촉매를 소량만 써도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도대체 팔라듐(Pd)은 어떤 원소이기에 이런 환상적인 작용을 할까. 1802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울러스턴은 백금의 불순물을 분석하다가 발견한 원소에 마침 그해 3월 발견돼 ‘팔라스’(Pallas)로 명명된 소행성을 떠올려 팔라듐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팔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이다.
팔라듐은 존재가 알려진 뒤에도 한 동안 별다른 쓸모가 없었다. 잘 부식되지 않아 탐사장비의 코팅에 쓰거나 은합금을 만들어 치과재료로 쓰는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뛰어난 촉매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늘날 화학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수상자의 한 사람인 미국 델라웨어대 리처드 헤크 명예교수는 화학회사인 헤라클레스사에 근무하던 1968년 팔라듐촉매를 이용해 상온에서 두 작은 분자가 탄소-탄소 결합으로 하나의 큰 분자를 만드는 반응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전까지는 이런 반응을 하려면 열을 가하거나 용액을 강한 산성으로 만들어 얌전한 탄소 원자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 결과 에너지도 많이 들고 불순문도 많이 나와 환경 문제도 있었다.
헤크 교수는 전이금속인 팔라듐이 분자에 다가가면 접촉하는 탄소의 반응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 에틸렌 같은 올레핀(이중결합이 있어 약간 불안정한 탄소가 있는 분자)을 넣어주자 팔라듐을 매개로 두 분자의 탄소 원자 사이에 반응이 일어났던 것. 이 방법을 쓰면 벤젠과 에틸렌을 결합시켜 스티렌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스티렌을 줄줄이 연결하면 플라스틱 폴리스티렌이 된다.
흥미롭게도 당시 헤크 교수는 혼자 이름으로 일련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노벨수상자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사실 연구를 거의 혼자서 했다”며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그런 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뒤 헤크 교수는 델라웨어대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 노벨화학상 수상자 7명으로
미국 퍼듀대의 일본인 과학자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는 1976년부터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일련의 화학반응을 연구했는데, 올레핀 대신 유기아연화합물을 써도 온화한 반응조건에서 탄소-탄소 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기아연화합물은 여러 구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팔라듐촉매를 써서 좀 더 다양한 분자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교수는 1979년 유기붕소화합물에 팔라듐촉매를 쓸 경우 좀 더 온화한 반응조건에서 다양한 분자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세 사람이 개발한 화학반응들은 각각 헤크 반응, 네기시 반응, 스즈키 반응으로 불린다.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반응의 대표주자들인 셈이다.
LG생명과학기술원 의약연구소 이태희 박사는 “이들이 만든 반응은 약방의 감초라고 불릴 정도로 분자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즐겨 쓰인다”며 “특히 반응조건이 온화하고 사용하는 시약의 독성이 낮은 스즈키 반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들 반응을 이용해 합성한 중요한 분자로는 항암제인 탁솔, 제조체인 프로설포론, 항염증제인 나프록센, 천식약인 싱귤레어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식물이나 해양생물서 발견되는 수많은 신약 후보물질들을 합성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만일 팔라듐촉매 탄소-탄소 결합 반응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태희 박사는 “탄소-탄소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에 합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시간도 더 걸리고 불순물도 훨씬 많이 나올 것”이라며 “구조가 복잡한 분자를 만들 때 이 반응을 안 쓴다는 건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유기화학자 에릭 자콥센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개발된 합성법 가운데 팔라듐촉매 교차결합 반응법이야 말로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국화학회 회장인 퍼듀대
조셉 프랜시스코 교수도 “이들의 업적이 인정받는 건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노벨상 선정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4~5년 전 은퇴해 현재 아내의 모국인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헤크 교수는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놀랐다. 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한 반면, 여전히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기시 교수는 “내가 완전히 뜻밖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 분야가 뽑힐 경우 내가 후보자 100명 가운데 하나라는 말을 아내에게 하곤 했다”고 대답했다.
스즈키 교수 역시 수상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본은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다. 지식만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라며 자신의 업적이 젊은 세대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유기화학자들은 늘 다른 종류의 분자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네기시 교수 역시 “명백히 더 많은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비대칭 합성의 경우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분야”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소식도 새로운 분자를 만들려는 이들의 ‘열정’을 식히지 못한 게 아닐까. 1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노벨상 수상자들의 국적을 묻다
투명테이프가 선물한 노벨상
탄소 중매쟁이 노벨상 거머쥐다
‘시험관 아기’로 신의 섭리 넘어서다
세균과 수염을 함께 기르면 안 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