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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성애, 생물학적 근거 있나

생식과는 거리가 먼 동성애. 생물의 본성에 위배되는 동성애는 왜 있는 걸까. 과학계 일각에서는 동성애에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듯 성을 나타내는 영어단어에는 신체의 외형에 따라 구분되는 섹스(sex)와 자신이 느끼는 남성 혹은 여성을 뜻하는 젠더(gender)의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섹스와 젠더는 일치하지만, 흔히 반음양(半陰陽)이라 일컫는 중성은 섹스와 젠더가 상이한 경우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자명한 잣대인 성차 말고도 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인자가 성역할이라는 것이다. 성역할이란 남성이 남성답게 행동하고 여성이 여성답게 행동하며 상대편의 성에 대해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고 성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동성애나 성전환증 등의 사례가 나타난다.

인간의 성경향, 즉 이성과 동성의 어느 쪽에 어느 정도 이끌리는 가 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유전자나 생리학상의 차이에 의한 것인가, 개인의 체험에 의한 것인가, 혹은 필연적 선택이 아닌 취향의 문제인가.

인간도 종족보존의 본능에 의해 움직이며 그 중에서도 자신의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는 이기적 작용에 의해 끌려 다닌다고 한다면, 생식과 상관이 없는 성의 대명사인 동성애는 왜 있는 걸까.

동성애에 대한 관심은 사실 우리나라보다는 서양에서 더 높은 듯하다. 유교적 전통이 뿌리깊게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언급 자체가 피해질 정도로 동성애 문제는 관심의 영역 밖에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많은 행동의 근저를 이루는 성적 경향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성경향에도 생물학적인 기초가 있다?

생물학자들은 지난 20년간 남성동성애에 생물학적인 기초가 있다는 증거를 제출해왔다. 반면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 논쟁들의 기조에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94년 6월호에 실린 두가지 논문을 자료로 동성애의 생물학적 근거를 지지하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주장을 살펴보자.
미국 동성애교육연구소의 르베이와 미국립위생연구소의 헤이머는 인간의 뇌 구조와 유전학적 증거는 남성동성애에 생물학적인 요소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성경향의 생물학적 근거를 찾는 연구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진전돼 왔다. 하나는 남성과 여성의 뇌를 자세히 비교해서 알게 된 구체적인 차이에 기초한 것이다. 또 하나는 가계에 나타나는 동성애의 패턴에서 유전자를 찾아내 유전물질인 DNA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증거는 먼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INAH3(제3간질핵)이라 이름 붙여진 세포군. 이 세포군은 남성에서는 여성의 2-3배 크기다. 그런데 르베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동성애자의 INAH3는 여성과 거의 같은 크기를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1990년에 르베이는 INAH3 혹은 시색전야내측영역의 다른 세포군에 남녀의 성차와 마찬가지로 성경향에 의해서도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상당한 억측이라 여겨졌다. 성경향과 같은 것은 환경과 문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형이상학적' 측면이라 보는 것이 널리 보급된 견해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상하부와 같은 '낮은 수준의' 중추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로 대뇌피질에서 처리되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르베이는 에이즈의 복합증상으로 사망한 19명의 동성애남성과 16명의 이성애 남성(이중 6명이 에이즈에 의해 사망) 예에서 시료를 얻었다(에이즈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10명에 대해서는 성경향을 알 수 없었다). 여기에 성경향을 알 수 없는 6명의 여성에서 얻은 시료도 첨가했다.

이 관찰에서 INAH3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두배 이상 컸다. INAH3는 또 동성애 남성과 보통남성을 비교하면 후자에서 2-3배 정도 컸다. 일부 동성애 남성에서는 세포군이 아예 없어져 있었다. 실제로 동성애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는 INAH3의 체적에 의미있는 차가 없었다.

이 연구에서 성경향에 관한 남성간의 이형성은 남녀간의 이형성과 같은 정도로 큰 것이 시사된다는 게 리베이의 주장이다.

성경향과 관련하여 이밖에 다른 보고도 있었다. 뇌의 중앙에서 좌우를 연결하는 전교련이라는 섬유다발이 이성애남성에서는 최소, 여성에서는 이보다 크고 동성애남성에서는 최대라는 것이다. 뇌 그 자체 크기의 남녀차를 보정하면 여성과 동성애 남성에서는 전교련의 크기는 같은 정도인 것이 된다.

게다가 가계 조사에 의해 남성동성애가 모계에 따라 보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동성애 성향이 X염색체상의 유전자의 영향에 따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착안, 동성애의 형제간에 공유되고 있는 마커(염색체 위의 위치를 나타내는 특정 배열)를 알아본 결과 40쌍의 동성애형제중 약 80%가 X 염색체의 긴 쪽 끝, q28부분에서 상대와 같은 마커를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따라 연구는 성경향을 일정 방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유전자에 맞추어지게 됐다. 그같은 유전자를 찾는 두가지 접근방법으로 쌍생아 및 가족 연구와 DNA 연쇄분석이 있다.


게이 성향을 전하는 유전자 부분이 있다?
 

게이 성향을 전하는 유전자 부분이 있다?

쌍생아와 가계도의 연구는 유전에 의해 영향되는 성질이 가계 속에서 계속 전해진다고 하는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가계 안에서의 동성애패턴을 근래에 연구한 최초의 예는 보스턴대 필라드(Richard C. Pillard)와 바인리히(James D. Weinrich)의 것이 있다. 그 뒤 게이 및 레즈비언에 대해 다섯 차례의 계통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보면 일란성쌍생아로 형제가 모두 게이인 경우는 57%, 이란성쌍생아 형제에서는 24%, 보통형제에서는 13%가 역시 게이였다. 여성의 경우는 레즈비언의 일란성쌍생아 자매는 50%, 이란성쌍생아의 자매에서 16%, 그리고 보통 자매에서는 13%가 역시 레즈비언이었다. 이들 데이터를 동성애의 표준 비율과 비교하면 남녀 모두 성경향이 가계 속에서 상당히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노스웨스턴대의 베일리(J. Michael Bailey)들은 성경향의 유전성(어떤 형질이 유전자에서 유래하는 분산의 비율)은 남성에서는 약 53%, 여성에서는 약 52%로 보고 있다(가계 내에서의 집중은 동성의 혈연자에서 현저하고 남성과 여성의 형제에서는 그리 크지 않다).

성경향의 유전성분을 평가하고 또 그 유전 양식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는 게이 및 레즈비언 가계를 광범위하게 계통적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립위생연구소(NIH)의 헤이머, 스텔라 후(Stella Hu), 맥너슨(Victoria L. Magnuson). 난 후(Nan Hu) 및 패타투치(Angela M. L. Patatucci)는 이 같은 연구에 착수하고 있다. 이는 게이집단의 일부에서 빈도가 보통보다 높은 일정종의 암에 관한 위험요인을 연구한다는 미국립암연구소(NCI)의 대규모적 연구의 일부를 차지한다.

게이남성의 형제가 역시 게이일 가능성이 14%인데 비해 게이형제를 가지지 않은 남성에서는 2%였다(수치가 낮아져 있는 것은 이 연구에서는 동성애의 정의를 보통보다 엄격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보다도 먼 혈연자 중에서는 예기치 않은 패턴이 나타났다. 모계의 백부 숙부가 게이일 확률이 7%, 또 모계의 백모 숙모의 아이들에서는 8%였다. 부친, 부계의 백부숙부 혹은 다른 3종류의 사촌에서는 상관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 결과가 즉각 '동성애 유전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Xq28이 성경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가지는 가도 밝혀지지 않았다. Xq28 유전자가 INAH3과 같은 성적이형을 나타내는 뇌영역의 발생과정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은 앞으로 분자생물학과 신경생물학에 의해 검토될 과제라고 한다.

또 동성애 남성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생물학적 기구는 레즈비언 여성의 존재(그에 대한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의 설명에까지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가계도와 X염색체
 

연구의 한계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의 바인은 반론을 펴고 있다. 바인은 동성애의 기초에 있다는 생물학적 특징은 지금 시점에서 증거로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은 데이터나 연구에 신뢰성이 없다는 것. 유전학이나 신경해부학의 데이터와 동성애의 인과관계는 아직 증명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시상하부에 있는 INAH3라는 영역에 남성이성애자와 남성동성애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르베이들의 연구는 아직 한번도 재현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의 예에서 보더라도 인간의 신경해부학에 관한 실험은 재현성이 결핍돼 있다고 한다.

그중 르베이의 연구에서는 남성동성애자의 모든 것이 에이즈로 죽은 사람으로, 남성이성애자 중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한 사례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INAH3의 크기 차이는 에이즈나 그 치료에 의한 호르몬 이상이 원인인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르베이들은 이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헤이머들이 행한 유전적 연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동성애 형제가 Xq28 영역의 마커를 공유하는 확률은 이론치의 50%보다 분명 높다. 그러나 그들은 동성애자의 이성애 형제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으므로 그 영역의 유전자가 성경향을 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성애의 생물학적 요인을 둘러싼 연구는 사회적인 영향이 크므로 이들이 현 시점에서는 잠정적인 것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동물에서 성은 주로 생식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성은 좀더 복잡하다. 생식과는 전혀 무관한 동성애가 존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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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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