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라는 전시회를 가 본 적이 있는가? 실제 시신을 해부해 만든 표본을 전시해 적지 않은 충격을 남긴 전시회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것이 인체의 절단면 표본을 조합해 다시 온전한 사람의 형태로 재현해 놓은 전시물이었다. 이것은 절단해부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해부학은 인체를 입체로 해부해서 보이는 해부구조물을 연구하는 것이고, 그 중 ‘절단해부학’은 시신을 평면으로 절단해서 보이는 단면을 연구하는 것이다. 해부학을 알면 절단해부학을 깨닫는데 도움이 되고, 절단해부학을 알면 해부학을 깨닫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절단해부학을 알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사진(CT)을 이해하기도 쉽다. 그래서 절단해부학은 해부학 교육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MRI와 CT는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만 주로 흑백이고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이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서는 1994년(남성)과 1995년(여성)에 실제 시신의 절단면을 높은 해상도의 디지털사진기로 찍어 절단영상을 만들었다. 이런 영상은 단면을 직접 보고 정보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연속 데이터로 모아 재구성하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은 실제로 의과대학 학생과 의사가 해부학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2003년 아주대 의대에서 미국보다 더 좋은 연속절단기와 높은 해상도의 디지털사진기를 써서 연속절단면영상을 만들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로 제작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아주대 의대 맨눈해부학실험실 홈페이지(www.antomy.co.kr)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속담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해부학이다. 사람 속을 더욱 자세히 알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사람 속은 더욱 드러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의학은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