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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직접 들어본 요즘 사춘기

 

 

 

"네이처’는 사춘기를 10~24세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초·중·고·대학생이 사춘기에 해당한다.

사춘기의 범주로 한 데 묶인다고 해도, 이들이 성장통을

호소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초등학생>;

 

“싸운 거 아니죠? 둘이 가까이 붙어 서줄래요?”


3월 12일 서울 돈암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에게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피사체의 주인공은 6학년 남녀 학생 2명. 함께 찍는 사진인데 둘은 멀찍이 떨어져 있다.

 

 

자꾸 부딪히는 엄마, 어색해진 아빠 지현(여, 13세)


아침부터 밤까지 엄마와 사소한 일 하나하나 부딪히다보면 스스로 ‘내가 사춘기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곤 해요. 지난 겨울에 초경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이 사실 조차도 반갑지 않은가 봐요.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까봐 걱정하시는 거죠. 저도 제 변화가 부끄러운데 엄마는 친구들 모임에 나가서 제 변화를 시시콜콜 전부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자꾸 싸워서인지 엄마보다 친구들이랑 있는 게 더 편해요. 오히려 친구들이 절 대하는 게 더 친절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몸의 변화가 생긴 이후 아무렇지 않게 놀던 남학생 친구들이 어색해졌어요. 예전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놀아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몸을 조심하게 되고, 작은 신체 접촉도 왠지 꺼려져요. 나도 모르게 쑥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해요.

 

 

 

누가 볼까 두려운 생애 첫 여드름 형조(남, 13세)


지난주 금요일 즈음인가. 왼쪽 볼 한 가운데가 간지럽더니 붉은 무언가가 툭 튀어나오더라고요. 친구들이 알려줘서 이게 여드름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부끄러워서 하루 종일 손으로 볼을 가리고 있었어요.

 

가족들도 아직 몰라요. 엄마와 냉전 중이거든요. 요즘 제가 성장통 때문에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기 힘든데요. 동생에게 심부름을 시켰더니 안 하겠다고 대들어서 결국 다퉜거든요.

 

5학년 2학기 보건 수업에서 사춘기의 신체 변화에 대해 공부했어요. 변성기가 온 제 목소리, 그리고 이 여드름 역시 제가 겪게 될 일이라고 배웠어요. 하지만 막상 닥치니 책에서 배울 때와는 달라요.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저도 모르게 갑자기 변화가 시작되니 난감한 기분이에요.

 

 

<;중학생>;

 

대구에 사는 중학교 3학년 학생 은정이는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별 사유는 헤어질 때가 돼서라고. 둘은 이미 245일 동안 충분히(?) 길게 연애했다. 이별 뒤 다이어트도 다시 시작했다. 은정이와 통화를 한 3월 12일 저녁 9시, 그녀는 헬스장에 있었다. 은정이의 화장품 파우치에는 쿠션 파운데이션, 주황색 립스틱, 앞머리의 기름짐을 방지할 드라이 샴푸가 담겨 있다. 기초 제품을 바른 뒤 6~7단계를 거쳐야 은정이의 휴일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고등학교 진학이 가장 큰 고민 은정(여, 16세)

 

화장을 하는 이유요? 다른 사람들 앞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있는 건 생각만 해도 부끄러우니까요. 물론 학교에서는 피부 화장에 눈썹과 입술만 살짝 칠하는 정도예요. 여드름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시작한 친구도 있고, 그 화장 때문에 오히려 피부 트러블이 심해진 친구도 있어요. 이유가 뭐든, 또래 사이에서 화장을 한다는 것이 특출한 취급을 받진 않아요. 집보다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생겼어요. 모두가 ‘중2병’을 겪던 지난해에 가장 심각했어요. 다들 감정적으로 변해서 별거 아닌 일에도 싸움이 터졌죠. 중학생이 연애를 한다고 해서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모두가 성관계를 경험하지는 않아요. 소수의 문화일 뿐, 대부분은 손 정도 잡는 건전한 연애를 해요. 오히려 청소년의 연애 자체를 우려하는 세상의 시선이 불만이에요.

 

사실 요즘에는 고등학교 진학 걱정과 함께 이런 고민이 줄어든 편이에요. 3학년이 되자마자 학교에서 진학 상담부터 하더라고요. 인문계고와 실업계고 중에서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보면 인생의 출발점 자체가 정해지는 것 같아요. 학업 성적이 안 좋아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었는데, 이제는 낮은 성적이 곧 패배자로 여겨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요. 성적으로 인생의 순위를 매길 수 없지만, 지금 당장은 고등학교 진학이 가장 큰 고민이에요.

 

 

 

<;고등학생>;

 

통화 가능한 시간을 묻는 문자를 남긴 지 8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저녁 10시 5분. 울산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욱형이가 세상과 다시 소통하는 시간이다. 아침 8시에 등교해 야간자율학습(야자)까지 마치면 저녁 10시가 된다. 학교에서 12시간을 넘게 지내지만,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 여유도 없다. 자유시간 조차 허투루 보내기 아깝다.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앞으로 약 950일, 12년 학창시절의 종지부를 찍는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에 맞춰진 인생 욱형(남, 17세)


16세에서 17세,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한 단계 올라섰을 뿐인데, 심리적 무게감은 상당히 달라졌어요. 얼마 전 치른 첫 모의고사 성적이 예상보다 낮아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아직 낯선 친구들과 친해지랴, 학교에 적응하랴, 학업에 열중하랴, 동시에 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닌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겹치니 꽤 힘들어요.

 

장래희망도 조정했어요. 의사가 꿈이었지만 의대에 진학할 성적은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의대보다 입학 성적이 살짝 낮은 수의대가 요즘 목표예요. 강아지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사실 어떤 직업이든 고정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와 영어에요. 하지만 이과를 선택하려고요. 국어와 영어의 비중은 적지만, 수의대 진학을 위해 필요하기도 해서요. 부모님께 듣기로는 대학에서 문과를 졸업하면 취직이 힘들다고도 하고요. 동아리도 적성보다는 대학 진학에 유리한 동아리로 선택했어요. 지금은 인생의 모든 게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진 기분이에요.

 

연애에 대한 고민은 거의 안 해요. 주변에서 누가 연애를 한다고 해도 부럽지도 않아요. 성적과 진로 걱정이 태산이라 연애에 대해 고민할 여력도 없으니까요.

 

 

 

<;대학생>;

 

11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같은 과에 다니는 동갑내기 대학생 두 명을 만났다. 이들은 온전한 사회인이 되기 직전, 올해 대학 졸업반이다. 준사회인, 대학생도 다양한 형태로 사춘기의 질풍노도를 겪는다.

 

 

아르바이트와 공부 반복되는 일상 혜림(여, 23세)


한 학기의 시작은 설레면서도 두려워요. 스무 살 이후 단 한 번도 부모님께 손을 벌린 적이 없어요.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생활비는 온전히 제가 벌어서 써야 했어요. 크게 사치를 부리지 않아도 한 학기 생활비는 꽤 큰 돈이더라고요. 아르바이트는 물론, 학교에서는 근로 장학생으로 일했어요. 장학금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없었어요.

 

친구들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스펙을 쌓는 등 각자 자신의 꿈을 향해 움직이고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이런 것마저 사치처럼 느껴져요. 집이 학교와 가까운 덕에 주거비가 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신분은 학생인데, 나이로는 어른인 것 같아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좀 버겁기도 해요. 얼른 학생 신분이라도 벗고 온전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뭘 하고 싶은지 결정 못해 고민 정협(남, 23세)


대학교 이전까지의 인생은 꽤 탄탄대로였던 것 같아요. 과학고에 진학해서 조기 졸업하면서 남들보다 일찍 대학에 들어왔죠. 당연히 남들보다 술도 일찍 경험했어요. 군대에 다녀오니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고 공부하기 딱 좋은 환경이더라고요.

 

하지만 혼란스럽지 않은 건 아니에요. 모두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고, 취업에서 학점이 중요하다고 하니 열심히 공부했죠. 성적도 나름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뭘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했어요. 이것만 생각하면 공부도 손에 안 잡혀요. 군대 다녀오면 다 해결된다고 하던데,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할지, 대학원에 진학할지, 그 전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뭔지 결정을 못 내리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통계청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키, 몸무게 등 외모에 대한 고민,

성적이나 적성 등 학업에 대한 고민은 초·중·고·대학생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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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뇌 유전자 호르몬, 요즘 사춘기

Part 1. 진화하는 사춘기 이론

Part 2. 폭풍성장 사춘기의 몸

Part 3. 직접 들어본 요즘 사춘기

Part 4. ‘어른아이’의 진화생물학

Part 5. 지금도 자라는 사춘기 뇌

Part 6. ‘키스’로 시작 그들의 性

Part 7. 사십춘기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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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신용수·이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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