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더 빨리 늙은 초파리, 고품질의 차세대 금속-유기 다공성 물질, 고층 대기에서 치는 메가번개….
지난 6월 12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제회의실에서는 이소연 박사가 4월 10일부터 17일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한 18가지 우주과학실험에 대한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18가지 우주실험은 2006년 5월 산업체, 대학, 연구소 등 과학 전 분야에서 임무를 제안 받은 뒤 전문가 평가를 거쳐 같은 해 12월 선정됐다. 실험을 제안한 과학자들은 1년 넘게 러시아 측과 협의하며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
이 박사가 ISS에서 실험을 마치고 돌아온 뒤 실험결과물을 바로 건네 받아 분석해왔다.
이 박사는 과학자들의 발표에 앞서 “ISS에서 머문 8일이라는 시간은 모든 실험을 완벽하게 하기에 너무 짧았다”면서도 “실험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실험 장비를 견고하고 조작하기 쉽게 만들어 줘 실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실험을 직접 수행한 소감을 말했다.
노화촉진 유전자 추출하고, ‘메가번개’ 촬영 성공
이날 발표회는 과학실험을 제안한 과학자들이 실험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기대효과를 차례대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초파리 노화 유전자 연구’를 제안한 건국대 조경상 교수는 “이 박사와 함께 우주로 떠난 초파리 1000마리 가운데 살아 돌아온 600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며 “3만 2163개의 초파리 전체 유전자 가운데 우주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699개 유전자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우주인이 우주 공간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유전자의 관계를 규명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금속-유기 다공성 물질의 결정성장 실험’의 결과를 분석한 포항공대 김기문 교수팀은 무중력 환경에서 금속-유기 다공성 물질을 합성하면 지상에서 만든 물질보다 품질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체의 흡착제나 화학공정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다공성 물질은 결정면이 매끈하고 크기가 일정한 단결정의 비율이 높아야 품질이 좋다.
차세대 무공해 연료인 메탄과 수소를 안전하게 대량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MOF-5’라는 다공성 물질은 지구에서 결정을 만들 경우 단결정이 30% 정도 생성된다. 하지만 이번에 ISS에서 만든 MOF-5는 단결정이 55%나 만들어져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
이 박사가 ISS 즈베즈다 모듈 창문에 붙였던 KAMTEL 망원경은 고층대기의 방전현상 촬영에 성공했다. 일명 ‘메가번개’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주로 성층권 이상의 고층 대기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방전 현상으로 발생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실험을 제안한 이화여대 박일흥 교수는 “촬영 데이터가 저장된 2GB 메모리 카드 6개를 분석한 결과 고층대기 방전현상으로 추정되는 빛기둥을 여러 개 찾았다”며 “현재 방전현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ms(밀리세컨드, 1ms=1000분의 1초) 단위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은 이번 실험에 사용된 망원경과 똑같은 망원경을 올해 9월 또는 10월에 발사될 러시아 과학위성 ‘타시아나 2호’에 탑재해 최소 1년 동안 고층대기 방전현상을 관측하며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최기혁 단장은 “18가지 실험 가운데는 학문적으로 큰 성과가 기대되는 실험이 많다”며 “제올라이트 결정성장 실험은 이미 결과 분석이 끝났으며 국제 유명학술지에 논문이 투고돼 게재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이 박사가 ISS에서 머무는 동안 촬영한 서울 야경과 다양한 구름 사진, 그리고 5가지 교육실험 영상도 공개됐다. 이 영상은 7월 중 각급 학교에 배포돼 수업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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