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미국 고속도로 교량, 40% 붕괴위기

설계나 교통량이 원인이 아니라 유지보수에 허점


대리붕괴는 대형사고의 원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속도로에 놓여 있는 다리의 40%가 결함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 토목공학과 교수인 둔커와 라뱃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전역의 교량을 조사해 그 결과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교량통계를 중심으로 분석했는데, 현재 고속도로 교량 중 20만개(총 교량수는 50만개)가 결함을 나타내고 있고 이를 모두 보수하려면 9백억달러라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교량에서 결함률이 높게 나타났고 연방정부에서 관할하는 대규모 교량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교량에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더하다고 한다. 결국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미국연방정부는 25년 전부터 교량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보수관리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으나, 40%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매우 긴장된 상태.

일반적으로 교량은 기후와 교통량에 의해 훼손되는 것이 상례다. 보위에 빗물이 고이면 교재로 사용된 강재가 부식되고, 밑으로 흐르는 강물은 교각의 토대를 서서히 침식한다. 보 위를 달리는 자동차나 트럭(일반적으로 동하중이라고 함)이 용량을 넘어서면 교각이나 보에 조금씩 금이 가게 한다. 빗물의 배수가 잘못돼 보와 보의 연결부가 부식되면 동하중으로 발생하는 응력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겨울철이 되면 고여 있는 물이 얼어 구조재에 금을 내기 시작한다. 이를 녹이기 위해 염화칼슘 등 동결 방지제를 쓰게 되면 염분이 부식을 급속도로 진행시킨다. 염분농도가 한계점에 달하면 콘크리트 부분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외에도 밑에서 흐르는 강물은 교각과 교각의 토대를 조금씩 갉아먹어 교각의 붕괴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교량은 서서히 붕괴돼 결국은 대형 참사를 일으킨다. 그만큼 교량의 유지보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설계기준만 지켜 다리를 세웠다고 안심하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 조사결과의 특징은, 그 동안 교량훼손의 주원인으로 지적됐던 교통량이 별 관련이 없다는 것. 오히려 1일 교통량이 적은 다리일수록 훼손이 심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둔커교수는 "많은 차, 그중에서도 승용차의 10배 이상의 무게를 가진 트럭들이 많이 다니는 교량일수록 쉽게 악화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놓아진 지 오래된 다리라고 더 많이 훼손된 것도 아니다. 결국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교량을 유지보수했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50년대에 놓여진 목재다리는 대부분 붕괴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반면 철강재나 콘크리트를 사용한 다리는 대단히 복잡한 양상을 나타냈는데, 이같이 복잡한 양상 속에서도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교량은 양호한 편이고 지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교량일수록 시급한 보수가 필요했던 것.

특히 교통량이 적어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이 많은 경우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비나 다른 원인으로 움푹파인 곳을 과속으로 달릴 경우 차체가 요동하는 힘이 다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국 교량에 대한 변변한 조사자료조차 없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전국적 규모의 조사작업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교훈을 얻음직하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토목공학
  • 도시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