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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
 

과학자들은 흔히 자연과학은 진리를 배우는 학문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누가 처음 주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성립하였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는 그 내용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견해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도 인간 사고의 흐름속에서 탄생한 지식체계다. 뉴턴이 어느날 문득 역학법칙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뉴턴역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체계가 무너진 자리 위에 세워졌다. 만약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체계가 거기 없었다면 뉴턴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체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를 알아야 하고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하는 것은 자연과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다. 고등학교에서 과학과목을 공부하면서 과학이 이미 너무 발달해 버려 앞으로 내가 할 일이 과연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과학을 큰 흐름속에서 파악하지 않고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데만 시간을 보낸 데서 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을 인류가 진행시켜온 사고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하게 된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물론 과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스티븐 메이슨의 '과학의 역사'라는 책을 처음 대한 것은 15년전 쯤이 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채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고 있던 당시에 과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상세하게 기술한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 전혀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책 여백에 새까맣게 노트해 가면서 열심히 읽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필자는 이 책을 여러차례에 걸쳐 읽었다. 요즈음도 시간이 날 때마다 들춰보곤 하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가 최근에 필자의 전공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과학사의 큰 줄거리를 정리해서 '알기쉬운 과학이야기'라는 책을 쓰게 된 것도 이 책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어 과학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읽었을 법하다. 과학의 전체적인 모습과 과학이 성립되어 온 과정을 이해하는데 이 책만큼 풍부한 지식을 전해주는 책을 만나기는 어렵다. 과학의 발달과정을 사회의 발달과정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는 없다. 과학은 사회와 철학, 종교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변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 각 분야와의 관계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저자 메이슨은 특히 이런 점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과학에서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전 역사를 날카로운 역사의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근대과학의 형성과정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은 매우 놀랍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사람들은 과학이 형성되고 발전되어 온 과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어떻게 살았었는가에 대해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자연과학의 각 분야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을 가지고 발전됐는가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주로 유럽의 과학 발달 과정을 기술하고 있지만 인도와 중국의 과학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과학의 역사'를 통해 앞으로만 달리기에도 벅찬 현대인들이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것도 오히려 발전의 더 큰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 책은 박성래 교수가 번역해 「과학의 역사 Ⅰ」과 「과학의 역사 Ⅱ」(까치글방)로 1981년에 국내에서 출간된 후 1987년에는 개정판이 출간됐다.

199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곽영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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