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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에서 장관상을 받은 김현주 한국교통대 글로벌융합대학원 석사과정 연구원팀. 충주시 구도심을 직접 발로 뛰어 비어 있는 집과 점포를 파악했다.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 인재가 적은 건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보고 배우며 따라서 성장할 수 있는 롤모델만 가까이에 있어도 영감을 얻고 용기를 낼 수 있으리라.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이런 롤모델을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여기 서로 밀고 끌어주며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학생들이 있다.

 

 

8월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지하1층 국제회의실에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550석 규모의 회의실이 금세 꽉 찼고,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환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드문 광경이었다. 이 곳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 산하 과학기술 학술단체와 유관 기관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건물로, 국제회의실에서도 연구자들을 위한 심포지엄이 주로 열린다.

 

이들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의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WISET은 이공계 여성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중·고등학생과 공학 분야 대학(원)생 800여 명을 선발해 150개 팀으로 조직하고, 7개월간 550만~650만 원의 연구비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날 행사는 참가자 전체 공동연수였다. 참가자들은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았다. 오후에는 김민구 바나나피티닷컴 대표가 연구 성과를 전략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강의했고, 여성과학기술인 역할 모델로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공계 여성인재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연수에 참석한 이수빈 양(서울 한양대사범대부속고 1학년)은 “강연자가 애플 스마트폰이 어떤 플랫폼을 탑재했는지 질문을 던졌는데, 매일 쓰는 휴대전화인데도 정작 애플의 기술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공학 분야로 진로를 잡은 만큼 앞으로 주변 기술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기회 얻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WISET이 공동 조사한 ‘2015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활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개발과제 책임자 총 9만7003명 가운데 여성은 8372명(8.6%)에 불과하다.

 

또 연구과제 예산별 여성 연구책임자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3000만 원 미만 규모는 10.6%, 3000만~1억 원 규모는 8.8%, 1억~10억 원 규모는 6.6%, 10억 원 이상 규모는 6.8%로 예산이 클수록 여성 연구책임자의 비율이 적은 특징을 보였다. 예산이 클수록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구과제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과학기술인이 국가 과학자로 성장할 기회가 적다는 뜻이다.

 

WISET의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은 이 문제를 완화할 하나의 대안이다. 뛰어난 연구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우수한 여성 공학기술 인재를 육성하는게 사업의 목표다. 매년 건축, 금속·소재, 기계·재료, 생명·식품공학, 전기·전자·반도체, 전산·컴퓨터, 토목·환경공학, 화학공학 등 8개 전공 대학원생을 연구책임자로 발탁한다. 사업에 지원한 중·고등학생과학부 대학생은 대학원생 연구책임자의 팀원이 된다. 실제 이 사업의 수혜자로 연구책임자가 된 학생들은 본인이 연구자로 한층 더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난경 연구원(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석사과정)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체 그림을 알게 됐고, 스스로 연구제안서를 쓰고 실험을 계획하면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한다고 느꼈다”며 “박사과정 진학을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 사업에 참여한 뒤 학업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 과학자로서 자신이 해야 할 새로운 의무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현진 연구원(인천대 생명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은 “연구실에서 하던 평소 습관대로 영어로 된 전문용어를 썼는데 학부생과 고등학생 팀원들이 이해를 못해 아차 싶었던 경험이 있다”며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후배 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중요한데, 교육이나 공동연구 등을 할 때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과학자 언니’ 보며 동기 부여”


사실 여성 연구책임자가 적은 건 애초에 이 분야로 여학생이 적게 유입되는 탓이기도 하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롤모델 부족이 꼽힌다. 어떤 직업에 대한 롤모델의 존재는 학생들의 직업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중·고등학생에게 큰 영향을 주는 과학교과서에조차 여성과학기술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노태희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팀이 2014년 대한화학회지 제58권 제2호에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중학교 과학 교과서의 삽화에 제시된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분석’ 논문에 따르면, 교과서 27권에 제시된 유명 과학자의 99.2%가 남성이었다. 성별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무명 과학자도 82.2%가 남성이었다. 현재 중학교 학생들은 여전히 2009 개정 과학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또, 남성 과학자 삽화는 다양한 단원에 제시된 반면 여성 과학자 삽화는 주로 중학교 1학년 ‘과학이란?’ 단원과 중학교 3학년 ‘과학과 인류 문명’ 단원에 편중돼 있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유명한 여성 과학자가 남성 과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상관없이 교과서에서 과학자를 남성의 직업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 이공계열 전공을 택한 학부생도 역할 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조은별 서울대 교육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2016년 5월 ‘공학교육연구’ 제19권 제3호에 발표한 논문 ‘공학 분야 역할모델의 현황과 전문성 계발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학생의 실질적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에서 여성의 비율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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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과학계에 부는 ‘걸크러시’

Part 1. 너와 나의 연결고리 ‘과학자 언니’

Part 2. 5人 5色 인터뷰

Part 3. “나는 ‘과학자 엄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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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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