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상황은 2003년 싱가포르 대통령인 셀라판 라마 나단이 하수도를 정화해 만든 ‘뉴워터’(Newater) 제품의 물 한잔을 마신 장면이다. 하수를 정화해 식수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아직은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하수 재생 프로젝트는 물부족 국가들에게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할 전망이다.
물 재활용시대

뉴워터 측은 아무리 더럽고 냄새가 나는 물이라도 미세 여과막, 역삼투막, 자외선 소독 과정을 거치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역삼투 방식을 사용하는 점이 흥미롭다. 역삼투는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을 가할 때 용액에서 순수한 용매가 반투막을 통해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역삼투 방식은 이제까지 상수도 물을 정화할 때 사용했는데 하수도에도 적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뉴워터는 일단 일반적인 하수의 정수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인 하수처리 과정에서는 하수에 포함된 유기물과 질소(N), 인(P)을 제거한다. 하수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분뇨는 주성분이 유기물과 질소다. 하수에 인 성분이 많은 이유는 비누나 세제의 주성분이 계면활성제와 인산염이기 때문이다. 하수는 혐기성미생물과 호기성미생물을 만나면서 유기물이 무기물질로 분해된다.

뉴워터는 여기에 3단계를 더한다. 일단 1차로 걸러진 하수는 미세여과막을 통과한다. 미세여과막의 구멍은 0.1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정도다. 이때 크기가 큰 알갱이뿐 아니라 크기가 0.1~10μm인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도 걸러진다. 2차로 걸러진 물은 구멍이 0.001μm인 역삼투압 장치를 통과한다. 이때 아주 작은 알갱이와 크기가 0.01~0.1μm인 바이러스도 걸러진다. 그 뒤 나노여과막을 지나 나노미터(1nm=10-9m) 수준으로 작은 알갱이도 거른다. 마지막으로 자외선 소독을 해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를 미세 생물을 없앤다.
2008년 현재 싱가포르의 뉴워터 공장은 모두 4곳으로 하루에 약 2억 900만L의 물을 정화해 자국 물 수요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는 2010년까지 뉴워터가 전체 물공급의 30%를 차지하도록 그 양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윤주환 교수는 “국내에서는 하수를 걸러 먹는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크다”며 “현재는 주로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수의 기능이 오염정화의 수준에서 재이용으로 다양해진 것은 고무적이다.
기원전 3000년 출발한 하수도

하수도를 설치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수명은 35년이 늘었다. 이는 하수도 시스템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한 미래의 하수도는 하수를 깨끗한 물로 만들어 상수도를 보충할 전망이다. 인류의 ‘생명연장의 꿈’을 이뤄준 하수도가 ‘물부족 사태 ’까지 해결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