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해보자. 여러분이 선택한 질문은 각각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1번 질문은 ‘현실검증력’에 대해 묻고 있다. 어떤 자극이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환상인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지를 구별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면 공포영화를 봐도 ‘저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냐~’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들에게 공포영화는 시시한 영화일 뿐이다. 반면 환상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공포영화 속 장면을 마치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공포영화가 스릴 넘치는 영화다.
하지만 현실검증력이 낮은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 중에는 ‘무의식적인 분노’를 지닌 경우도 있다.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특정 대상(부모, 선생, 친구 등)에게 무의식적인 분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포영화 속 가해자에 공감한다. 미워하는 대상을 없애거나 해하지 못하는 대신 영화 속에서 가해자가 방해물을 가차없이 제거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이들을 ‘가해자 공감형 관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분노가 내재돼 있는 사람이라도 공포영화보다 액션영화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공포영화와 액션영화, 둘의 차이는 ‘두려움’에 있다. 불안정한 미래, 건강,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등 우리는 많은 두려움을 안고 산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공포영화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심리학 용어로 ‘반동형성’이라고 한다. 반동형성은 정신분석 방어기제 중 하나로 억제된 충동을 제어하기 위해서 그 반대의 경향을 강조하는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을 떠올려보자. 장재열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장재열의 내면은 폭력에 대한 공포로 가득차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으로 가득 찬 스릴러 소설을 쓴다. 자신의 내면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장재열은 아주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반동형성 이론에 따르면 두려움이 큰 사람은 상대적으로 공포영화를 선호하게 된다.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원장은 “낮은 현실검증력, 무의식적인 분노, 두려움 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대체로 어린 청소년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호기심이 많고, 입시에 대한 압박감이나 두려움도 높은 편이며 이에 따른 분노가 내재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포영화를 만들 때 19세 관람가로 지정할 경우 상당수의 관객을 놓치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포영화 중 유일하게 300만 관객을 넘긴 ‘장화,홍련’은 12세 관람가다. 170만 관객을 모은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역시 12세 관람가였으며, 100만 관객이 본 ‘베스트셀러’는 15세 관람가였다.
여기에 하나 더, 연인인 관객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 이유는 진화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포의 대상을 보고 깜짝 놀라서 몸을 피하는 것은 육아를 책임지던 여성이나 혹은 어린아이에겐 유리한 반응이다. 반면 맹수와 싸워서 가족을 지켜야 했던 남성에게는 불리한 반응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반응은 심리적인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진화적으로 여성은 쉽게 놀라는 것이, 남성은 놀라지 않는 것이 각각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연인이 서로에게 여성스러움, 남자다움을 드러내기에 공포영화 만한 것이 없다. 즉, 연인끼리 공포영화를 보러 가려는 목적은 나름 분명한 것이다(하지만 반론도 가능하다, PLUS참고).

